與, 기성 언론사 포함 ‘징벌적 손해배상제’ 3월 내 처리…野 “언론장악 시도” 반발

언론개혁을 외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언론법 처리까지 예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을 외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언론법 처리까지 예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권력기관 개혁을 표방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와 헌정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으로 검찰과 사법부 압박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언론개혁을 외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언론법 처리까지 예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 극성 지지자들의 힘? 與, 이견 정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법 강행

민주당이 원내 여대야소 상황을 바탕으로 이른바 ‘언론개혁법’ 처리 의사까지 표명했는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0일 “고의적인 가짜뉴스와 악의적인 허위정보는 명백한 폭력이다.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라며 기성 언론과 포털, SNS, 1인 미디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에선 지난해 7월 윤영찬 의원이 1인 미디어 이용자나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가 허위사실로 다른 이용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손해액의 3배 이내를 부과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었는데, 당시만 해도 기성 언론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불과 이틀 전인 지난 8일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사를 제외한 유튜버, 블로거 이런 분들이 해당된다”고 밝혀 기성 언론까지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됐었다.

비록 조 의원도 기존 언론에 대해선 “개별의원들이 형법이나 민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것도 있다”고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지난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져 방송기자연합회나 기자협회 등이 공동 운영하는 팩트체크센터를 거론하면서 “일단 언론사들의 자율·자정기능에 먼저 주목해보자는 게 포함돼 있어 그런 노력도 지켜봐야 되지 않나”라고 입장을 내놨던 만큼 갑자기 기성 언론까지 포함하기로 결론 나게 된 데에는 주요 지지층을 비롯한 여론 동향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간 민주당에선 기성 언론은 신문법·언론중재법 등으로 이미 규율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포함시키는 데엔 미온적 의견도 있는 한편 정청래 의원처럼 “굳이 언론만 빼고 갈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는데,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자 급기야 일부 미디어·언론상생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극성 지지층으로부터 항의전화와 문자폭탄까지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 전국 500명에게 언론사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찬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4.4%P)에서도 찬성이 61.8%, 반대는 29.4%로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9일 미디어특위TF단장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언론도 징벌적 손해배상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는데,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한 듯 “언론을 빼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데 이어 10일엔 “2019년 언론중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언론이 패소한 경우는 3분의 1수준에 불과하고 배상금 수준이 낮아 일부 언론은 허위왜곡보도를 멈추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을 정당화했다.

◆ 野 “언론 위축 시도” 지적…언론노조마저 “개혁이냐 검열이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평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평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야권은 물론 언론계에서도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즉각 반발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형벌도 가하고 재산상 피해도 줘서 언론에 대해 소위 위축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당 차원에서도 10일 배준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검찰 장악과 사법부 길들이기도 모자라 언론개혁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언론에 좌표를 찍었다. 이미 우리나라 형법에 명예훼손죄가 있는 상황에서 민법인 정보통신망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것은 과잉입법이자 이중 징벌”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까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겨냥 “국민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또다시 입법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 검찰 죽이기, 법관 탄핵에 이어 언론에까지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언론 탄압에 동의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곧 국민의 자유”라고 역설했는데, 이 같은 지적대로 현 헌법상에도 21조 1항과 2항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뿐 아니라 전국언론노동자조합까지 이미 지난 9일 ‘언론개혁인가? 언론 검열인가? 민주당은 답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는 공영방송, 사주의 눈먼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신문과 방송,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니라 시민에게 책임을 지는 언론이 되기 위한 핵심 법안을 요구했다. 언론개혁을 주문했더니 언론검열로 답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며 “지금 당장 여섯 개의 법률개정안 심의를 중지하고 언론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는데, 이에 노 최고위원은 10일 “기존에 있는 언론의 명예훼손 조항에 배상금을 3배로 높인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노 위원장은 “정상적인 언론이면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현행 형법 307조 2항의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규정에다 고의와 중과실이 입증되는 경우로만 국한해서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상 언론 자유’ 침해 논란도 의식했는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21조 4항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미디어민생법이자 국민의 권리와 명예, 사회의 신뢰와 안전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찍이 지난해 8월 22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진보 정권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는 한 보수신문에 실린 칼럼이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정 다툼에 나섰고 민주당은 한 정치학 교수가 문 정권이 잇속 차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칼럼을 쓰자 형사고발했다. 이달 초엔 민주당 의원들이 가짜뉴스에 대해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데엔 익숙하지만 남의 비판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직격하는 등 외신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여당발 ‘언론개혁’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 핵심은 ‘가짜뉴스’ 판정 기준…與, “2~3월 처리” 데드라인 설정부터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을, 어디까지 가짜뉴스로 규정할 것인지 확실한 기준을 정립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인데,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를 고의와 중과실이 입증되는 경우로 국한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허위 유무는 여권 인사가 다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하겠다는 기류여서 공정한 결과가 나오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니 국민의힘에선 배준영 대변인이 10일 “거짓·불법 정보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민주당에선 신현영 의원 등 10명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기사 열람을 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른바 ‘기사 차단법’)도 내놓은 상황인데, 같은 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터넷 기사 열람차단 청구를 하면 사법부 판단에 앞서 행정기관이 열람차단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란 질문에 “사법적 판단 이전에 행정조치 하는 사례는 많이 있다. 신속하게 차단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어 비록 가처분신청으로 대응할 수는 있다지만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도 이미 형법 307조 2항에서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 70조 2항에서도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지도 않은 채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하는 것은 형평을 감안하면 과도한 제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 침해 논란으로 미국에서도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여러 쟁점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처리시한을 제시하며 속도전에 돌입하고 있다.

당장 이 대표가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짜뉴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에 속도 내달라”고 각별히 당부하자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입법 처리 일정과 관련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 못한 것은 3월 임시국회로 이어진다”며 3월 임시국회 내 처리 방침임을 내비쳤는데, 보궐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이기에 속도전에 들어가는 것이란 해석도 일부 없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속도에 쫓겨 법안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졸속 입법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야권이 설령 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는 식으로 맞서더라도 민주당이 과거처럼 법안소위를 건너뛰고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해 기습 처리할 수 있는데다 본회의에서도 의석수에서 밀리기에 여당의 일방통행을 제지할 방도가 거의 없다는 것인데, 진보정권 사상 처음으로 ‘검찰’·‘사법’에 이은 ‘언론’개혁까지 임기 내 전부 관철시키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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