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도로 지하화해 반값 아파트”…우상호 “지상철 지하화”…나경원 “도로 지하화해 공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좌)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중),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좌)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중),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진표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 간 표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서로 엇비슷한 ‘미투’ 공약이나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화 공약으로 꼽히고 있다.

5년간 30만호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27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정책엑스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가 갖고 있는 시유지만 해도 상당히 많이 있다”며 “새로운 발상 속에서 도로를 지하화하면서 생기는 땅들은 국가나 시 소유이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같은 날 중랑천에서 ‘나경원의 숨 쉬는 그린 프로젝트#1’ 현장 발표회를 개최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동부간선도로가 지하화 되면 그 부지는 폭 210m, 길이 11km의 어마어마한 생태파크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역설한 데 이어 “현재 서부간선도로가 안양천과 주민의 생활공간을 단절하고 있어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후 녹지 공간 및 자전거도로 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이를 관광특구, 랜드마크로 만들어 서울의 중랑천과 안양천을 각각 프랑스 파리의 센 강과 영국 런던의 템스 강으로 변모시키겠다고 천명했는데, 문제는 지하화의 경우 막대한 비용과 적잖은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규모 있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지하화 한다는 부분 역시 정부기관이나 타 지자체 등과 사전 협조돼야 추진될 부분도 적지 않아 1년 임기의 보선 후보들이 내놓기엔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앞서 지난 21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아예 1호선은 물론 2호선과 4호선, 경의선·경춘선·중앙선까지 모든 전철 구간을 지하화하고 철길을 걷어낸 자리에 공공주택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는데, 당장 부동산 문제로 정당 지지율이 출렁이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들마다 현재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주택 공급을 위한 용지를 더 이상 찾기 쉽지 않아 결국 너도 나도 지하화를 대안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 시유지가 많다는 박 전 장관을 겨냥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시내에는 아파트를 지을만한 시유지는 거의 없어 땅을 수용해야 하는데 후보군은 재개발, 재건축 지구 안으로 한정되게 된다. SH공사가 이를 매입하게 되면 최소 30조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서울시장 후보들마다 쏟아내는 지하화 공약이 과연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