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앞둔 與野, 성추행 파문에 민감하게 반응…정의당 향방도 선거 변수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 갑작스러운 돌발 변수에 저마다 이를 어떻게 대할지 각자의 셈법에 따라 여러 반응을 내놓고 있다.

◆ 국민의힘 보선 후보들, 與 ‘성 문제’ 상기시키고 자기 홍보할 기회로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서울·부산에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정의당 성추행 파문을 계기로 정작 김 전 대표보다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대대적 공격에 나섰는데, 민주당 출신인 전임 서울·부산시장들의 성 비위를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킴으로써 야권 후보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 표심을 끌어 모으기 좋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과 부산을 가리지 않고 후보들마다 SNS를 통해 정의당 사건 관련 입장을 쏟아냈는데,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의당의 태도와 대응 과정만큼은 매우 적절했다. 당 대표란 신분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피할 수 없었으며 신속하게 엄중한 결정을 내렸다”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다시 한 번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과 함의를 생각하게 된다”고 사실상 민주당을 직격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은 직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법원 판결에 이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부분이 그나마 인권위에 최소한의 체면을 세워줬으나 이번에도 주변 측근들에 의한 묵인·방조 혐의를 규명해내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이 분명해진다. 이번 선거를 위선과 이중성을 심판하고 인권과 정의를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시장 취임과 동시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 전 의원은 자신이 지난 22일 고 박 전 시장이 사용했던 6층 시장실을 성폭력 대책부서 사무실로 활용하겠다고 했던 공약도 거듭 강조했는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26일에도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전임 시장이 민주당 소속인데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몰염치”라며 “법원에 이어 인권위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의 사실관계를 인정했는데 박 후보는 진실을 회피했다. 극렬 지지층 반발이 두려워 한 명의 여성에 가해진 폭력을 망각한 후보는 절대 시민의 삶과 인권을 보듬을 수 없다”고 박 전 장관에 견제구를 던졌다.

여기에 서울시장 경쟁후보인 오 전 시장도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이 사안의 심각성에 신속하게 엄중한 결정으로 당규에 다라 당 대표를 직위해제했다고 하지만 이걸로 끝나선 안 된다. 셀프 조사와 처벌로 마무리돼선 잊을법하면 재발되는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 조직에 객관적 시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시 권력형 성범죄 전담기구를 발족시키겠다. 서울시 셀프조사, 자체 처벌이 아닌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도록 독자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오신환 전 의원이 김종철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태와 관련해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 내용. ⓒ오세훈(좌), 오신환(우) 페이스북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오신환 전 의원이 김종철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태와 관련해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 내용. ⓒ오세훈(좌), 오신환(우) 페이스북

또 지난 25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한 정의당 조치를 들어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건강하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던 서울시장 보선 후보인 오신환 전 의원도 같은 날 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무고·살인죄로 고발하려는 친문 성향 시민단체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문재인 페미니스트 대통령님, 남인순 의원부터 정리하고 지지자들 좀 말리라”고 꼬집은 데 이어 26일에도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면서 거짓 미투와 무고 혐의를 씌웠고 이후 벌어진 모든 2차 가해의 출발점이 됐다. 그 중심에 남 의원이 있는데 김종철이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난 것처럼 남 의원도 (국회의원) 자리에서 물러나기 바란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조은희 서초구청장 역시 지난 25일 “이번 서울, 부산 보궐선거는 아직도 계속되는 좌파 권력자들의 위계형 성범죄에 철퇴를 내리는 심판이어야 함이 더 분명해졌다. 박원순-오거돈-안희정-김종철-녹색당 사례 등으로부터 이어지는 좌파 지자체, 정당 등 정치권 내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데 미투 직통센터로 뿌리 뽑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천명한 데 이어 26일엔 국가인권위의 전날 발표를 꼬집어 “성추행이란 단어는 한마디도 쓰지 않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원점에서 다시 (박 전 시장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고 책임자 문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조 구청장은 민주당 예비후보인 박 전 장관까지 겨냥 “민주당의 여성 중진으로서 민주당이 성범죄자들 보유당이란 오명을 씻고 거듭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서울시장 후보 내지 말자고 주장해야 한다”며 “(박 전 장관도) 지금이라도 출마를 철회해야 하고 그게 지금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비단 서울시장 후보들 외에도 부산시장 보선에 나온 이언주 전 의원 역시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전 대표 성추행 파문을 들어 “인권 부르짖던 운동권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며 이번 선거는 성추행 심판선거가 돼야 한다. 제가 시장이 되면 성범죄 근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 근절, 오거돈 성범죄 청산, 치안강화 및 독신여성 경호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성범죄 없는 부산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26일에도 ‘시장은 성추행으로 쫓겨나고 부시장들은 선거판으로 떠난 부산시’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성을 도구화하고 성적 대상으로 삼는 세력, 공직자 책무를 내버리고 날아든 기회주의자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전긍긍’ 與, 정의당 사건과는 ‘선 긋기’…내부서 자성 목소리도

반면 이처럼 야권의 맹공을 받은 민주당에선 자당 출신 지자체장의 성추행 사건과 정의당 파문은 별개 사안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민주당은 지난 25일 최인호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정의당 성추행 사건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국가인권위가 고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성희롱이란 판단을 내놓은 데 대해선 26일 신영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인권위 결과를 존중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이중적 태도에 대해 야권은 물론 자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건데,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의당에 무관용 원칙을 주문한 민주당 논평을 꼬집어 “과연 민주당이 이런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정의당 상대로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무관용 조치,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즉각 조치 등을 재차 요구한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정의당에서조차 류호정 의원이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이라고 평했는데 할 말 많지만 안 하겠다”고 에둘러 민주당을 비꼬았다.

급기야 민주당 권인숙 의원까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전에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고 저녁에는 국가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하는 결정을 발표했는데 사건 소식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자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특히 지금은 박 시장 사건 관련 피해자나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 상황에 있다. 이제는 당이 나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날 친문 성향 시민단체인 적페청산국민참여연대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김종철 대표 체제 이후 여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정의당을 향해서도 25일부터 친문 성향 커뮤니티가 중심이 돼 맹비난을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안으로 보선을 앞둔 민주당에 자칫 불똥이 튈까 우려한 과잉 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이 번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에 성 비위 문제를 들면서 민주당에 보궐선거 무공천을 요구한 적도 있기에 그동안 정의당에 쌓였던 감정을 쏟아내듯 격하게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그나마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재산신고 누락, 고시생 폭행 혐의 등 여러 신상 의혹에 휩싸였던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김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25일에 진행돼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덜 받게 됐다는 점 정도다.

◆ 정의당, 金 형사처벌엔 선 긋고 수습 주력…보선 무공천 여부에 ‘주목’

정의당 류호정 의원- 강은미 원내대표를-심상정 의원 등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 강은미 원내대표를-심상정 의원 등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다만 이외에도 정의당 사건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여지가 아직 없지는 않은데,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과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던 우상호 의원 등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 체제 하에선 단호히 일축했던 정의당에서 이제는 4·7재보선 무공천 여부를 진지하게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당에선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자가 출마한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로 선거운동을 이미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야권 단일화는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민주당의 우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키로 합의한 만큼 오는 30일 정의당이 전국위원회에서 과연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무공천’ 결정을 내놓을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일 정의당에서 보선 무공천으로 결론 낼 경우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의 단일화만 이루면 사실상 범여권 단일화를 이루게 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아직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 야권을 상대로 서울시장 보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에 강경했던 김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어 아직 정의당 내부에서 즉각적인 지도부 총사퇴 등 개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향후 누구를 중심으로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지 여부도 정의당 성추행 사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이번 사건으로 당 존립 위기까지 내몰린 정의당은 김 전 대표의 음주 여부, 성추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부분 등의 이유를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적극 설명한 데 이어 김윤기 대표 직무대행도 26일 전략협의회에서 장차 당 조직 문화를 돌아보고 김 전 대표에 대한 엄중 조치를 취할 것을 중앙당기위원회에 주문한 것은 물론 모든 2차 가해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수습 국면에 들어갔는데, 김 전 대표에 대한 법적 처벌은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 고려 않겠단 방침이지만 26일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사퇴와 직위해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김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 고발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초 당 차원에서 사안을 수습하려던 정의당에선 김윤기 대표 직무대행이 “피해자 의사에 반해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는데, 성추행은 친고죄가 아니기에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제3자 고발 등으로 수사가 시작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 이상 실제 처벌까지는 어려운 만큼 정의당이 이번 사안을 확대시키지 않고 잘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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