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선소’ 오명 입은 현대중공업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죽음의 조선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잇단 안전사고로 인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올해만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10명,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근로자도 10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동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미흡한 안전조치를 지적하는 한편 해당업체에서 근로자한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과실여부를 확인한 뒤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향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 현대중공업이 잇단 안전사고로 인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 “생산 공정 준수위해 직영·하청노동자들의 생명 문제 삼지 않아”

현대중공업 “사망사건 유감… 협력업체에서 하청노동자 안전 책임져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 8월20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인 (주)해왕기업 소속 전모(36)씨가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그는 건설장비 1공장에서 천정고창문(환기용 개폐문) 교체 작업 중 슬레이트 지붕이 깨지면서 7M 아래로 추락했다.

이에 앞서 7월28일 성우산업개발(주) 소속 김모씨도 엔진주조 공장 D7칼럼 상부에서 지붕 보수 공사를 하다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불과 3주 만에 같은 상황에서 죽어나간 셈이다.


“중대재해 사망사건 책임회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4장 3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낙하·비래할 위험이 있는 장소 기타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작업수행 상 위험발생이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처럼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상의 조치사항은 노동부령으로 정해 놓은 만큼 로프와 그물망만이라도 설치했어야 했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사내하청회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 조성웅 지회장은 “7월28일 추락사고 이후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안전조치를 취했다면 똑같은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 책임이 분명한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건 책임을 매번 하청업체에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사망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는 사고지점에 노란 폴리스라인이 처지고, 노동부에서는 근로감독관을 급파하며 안전교육과 재발방지 대책이 거론됐다.

두 번 다시는 같은 유형의 사고가 없어질 것으로 보여 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지회의 주장이다. 현대중공업의 ‘호들갑’의 본질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조 지회장은 “올해만 정규직 2명을 포함해 7명이 산재사망을 당했는데 현대중공업에서는 유가족의 합의만 운운할 뿐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 자본은 생산 공정을 준수하고 전수 날짜를 맞추기 위해 아무리 작업이 위험하다 하더라도 직영, 하청노동자들의 생명을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현대중공업의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3월28일에는 화재로 (주)세영 소속 천모씨가 사망했고, 이후 3주 만인 4월16일에는 (주)안강 소속 주모씨가 17톤의 굴삭기에 치여 사망했다. 이어 5월과 7월에도 김모씨 등 2명이 사망했다.


“차후 개선 위해 노력하겠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화재로 사망한 천씨의 경우도 화기작업에는 반드시 현장안전지킴이를 배치하고 언제든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간단한 안정상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이어 지회는 “현장통제, 노동강도 강화 분쇄, 적정 여유인력의 확보와 표준 안전작업, 노동시간 단축과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 중지권을 제공해야만 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인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대형 산재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8월13일 의장조립주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1명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이안’ 소속 하청노동자 문모씨가 사망했고, 나머지 10명의 노동자는 중경상을 입었다.

이에 앞서 8월1일에는 크레인 한 대가 넘어지면서 다른 크레인 운전석을 덮쳐 설비담당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사고에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14일 노동부 목포지청을 방문해 “크레인 전복 사망사고 이후 명확한 경고나 책임자 처벌 등 강력한 조치가 이행되지 않아 또다른 사고로 이어졌다”면서 삼호중공업 사용자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으로 목포지청장이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삼호중공업 측은 “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장비 착용을 의무화하며 안정장치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차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대중공업도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뭐라 드릴 말이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점검 및 회사 전체가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책임회피는 “아니다”며 전면 부인했다.


“보건법대로 사건 처리했을 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울산 공장에서 발생한 7명의 사망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 구별했을 때 천씨를 비롯한 3명은 회사 내에서 작업 도중 일어난 사건으로 현대중공업 측이 유가족과 합의한 상태”라며 “그 외의 4명은 제품생산 공정과 관련 없는 시설보수 등에 따른 협력업체의 사고로 간주해 사업주와 관련 없는 것으로 사료돼 현대중공업 측과 합의 대상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이용했던 것인 만큼 협력업체 내에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시설 및 안전교육에 더 힘썼어야 옳았다”며 “현대중공업 역시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망사건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보건법에 기재된 대로 사건을 처리했을 뿐 다른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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