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강원래 호소, 정치적으로 공격할 일 아냐”…원희룡 “상대방 비판도 금도 있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좌)와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우)가 SNS에 올린 내용 ⓒ페이스북 캡처
원희룡 제주도지사(좌)와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우)가 SNS에 올린 내용 ⓒ페이스북 캡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공세적 행태가 이제는 정치인이 아닌 개인에게까지 향하는 등 점차 도를 넘으면서 정치권에서도 연일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강원래 씨가 이태원 지역상인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방역은 전세계 꼴등인 것 같다”고 발언했다가 친문 지지층의 질타가 쏟아져 하루 만에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자 당시 간담회를 마련했던 안철수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원래 씨가 올린 사과문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생존의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고 절박한 상황이면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하고 이해할 일이지 문 정권 지지자들이 정치적으로 공격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오히려 현장의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이 정부가 적극 해결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현 정권 지지자 분들의 현명한 대처일 것”이라며 “강원래 씨는 자영업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충을 호소하기 위해 나왔던 것이지 제 지지자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 혹시라도 불편한 마음이 있다면 제게 쏟아 달라”고 역설했다.

심지어 ‘장애가 하체만 있는 게 아니군’, 강원래는 정신 장애‘ 등 강씨를 향한 친문 누리꾼의 수위 높은 비난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마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섬뜩한 폭력을 본다. 상대방을 비판할 때도 지켜야 할 금도란 게 있는 법”이라며 “방역기준을 비판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사람에게 차마 해선 안 될 표현까지 써가며 좌표 찍어 공격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씨를 사과하게 만든 친문 누리꾼들을 겨냥 “태권도와 검도는 되는데 합기도와 헬스장은 안 되는, 이런 방역기준에 애매함이 많다는 것은 총리와 대통령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고단한 일상을 호소했던 한 시민이 비인간적인 공격에 시리고 아픈 무릎을 꿇었다. 이런 폭력이 토론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거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 강씨 뿐 아니라 한 남성 개그맨은 지난 2019년 예능 프로그램에서 ‘문재인씨’란 호칭을 썼다가 발언한 지 1년이 지난 뒤에도 친문 성향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며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는 등 개인을 겨냥한 공세는 강원래씨 사례가 처음은 아닌데, 급기야 지난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질의하던 기자가 수첩을 파지했던 모습까지 ‘손가락욕’을 한 게 아니냐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등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기류가 일자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손가락 모독이라고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촌극까지 벌어진 바 있다.

비단 문 정권 지지층 뿐 아니라 문 정부 역시 표면상 노무현 정권을 계승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정권 비판에도 귀를 열어두는 포용력으로 신선함을 보여줬던 참여정부와 달리 오히려 비판에 인색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2019년엔 문 대통령을 비판한 대자보를 대학에 붙인 20대 남성을 대학 측 신고가 없었음에도 수사해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하고 프레스센터에서 정부 비판 전단을 뿌린 전대협 소속 인사도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입건하는 등 정부 비판에 줄곧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비판한 쥐 그림을 정부 설치 홍보물에 그렸던 시민이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기소되거나 박근혜 정권 당시 대통령을 닭으로 묘사했던 걸개그림의 광주 비엔날레 전시가 유보시켰던 당시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실정인데,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현 정부에선 서울 모 고등학교의 학생이 한교 칠판에 ‘좌파친북 문재인’ 등의 문구를 적은 것만으로도 반성문을 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자를 비판하는 학생의 입을 막는 것은 아무 토론 없이 선거 때 어른들이 알려주는대로 기계처럼 도장이나 찍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독재국가인 북한에서나 볼법한 풍경”이라며 “사실상 문 대통령은 북한식 최고 존엄이 됐고 대한민국엔 대통령 비판도 마음대로 할 자유는 없는 셈”이라고 꼬집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역대 정권과 비교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그간 자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말의 비판조차 용납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지 그 배경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