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원사격 않고 이재명 힘 실어줘…‘野후보될라’ 윤석열 포용한 文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중),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중),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으로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 측 시각이 우회적으로 드러났다.

◆ 文, 내 코가 석 자? 이낙연 ‘사면론’엔 선 긋고 이익공유제만 호응

우선 이 대표가 연초부터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회견에서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자당 지지층 뿐 아니라 지지기반인 호남에서까지 흔들린 이 대표는 더 곤혹스럽게 됐는데, 지지율 회복을 위해 직접 텃밭인 광주로 내려갔지만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이 대표 주위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완전 철회하라는 팻말을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이 대표도 이날 문 대통령의 사면 관련 발언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뜻을 존중한다.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수용 입장을 내놨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 대표가 던진 또 다른 화두인 이익공유제에 대해선 “코로나19 때문에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이 있는 반면 코로나 승자도 있다. 돈을 번 기업이 기금을 만들어 피해 계층을 돕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며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그런 운동이 전개되고 거기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장해나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래선지 민주당도 이익공유제 추진에 한층 속도를 붙였는데, 이처럼 문 대통령이 이 대표에 ‘병 주고 약 주고’식으로 입장을 내놓은 데에는 이 대표와 거리를 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대통령 본인 지지율도 부진한 상황 속에 여론 동향을 우선 의식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앞서 신년사에선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한 데 이어 이날 회견에서도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뒀지만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재차 자세를 낮추는 등 여론을 의식한 모습을 보였는데, 국정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해 레임덕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이 시점에 자당 지지층에서 반대가 높은 전직 대통령 사면은 자칫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단호히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하락세가 이어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 신년사 이후 4주 만에 반등했는데,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2514명에게 실시해 18일 발표한 1월 2주차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60%선을 넘었던 부정평가는 한 주 만에 57.6%로 떨어졌으며 긍정평가도 전주보다 2.4%P 오른 37.9%를 기록해 이런 변화를 체감한 문 대통령이 과거와 같은 강행 돌파보다 여론 동향을 우선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고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던 만큼 사면 문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란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임기 내 사면할 마음이 있다는 것인가’란 질문에 “그런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 文 “지자체 재난지원금 얼마든지 가능”…왜 이재명엔 힘 실어줬나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좌),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날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문 대통령을 극찬하는 내용의 글 ⓒ이재명 페이스북(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좌),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날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문 대통령을 극찬하는 내용의 글 ⓒ뉴시스(좌), 이재명 페이스북(우).

이번 문 대통령 회견에서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지난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지지층 간 갈등이 첨예한 된 이래 ‘비문’ 인사로 꼽혀온 대권잠룡인 이 지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지사는 지난해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당시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게 제 눈에 보인다”고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지난달 22일에도 정부여당이 논의 중이던 임대료 부담 완화책을 꼬집어 “지금의 경제위기는 임대인 잘못이 아니기에 임대인에 전가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뿐 아니라 최근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문제로 여당과 갈등을 빚는 등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지사가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자체가 선도, 주도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역 차원에서 보완적인 재난지원을 지자체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지사에 힘을 실어줬는데, 이 지사도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서 최근 보수언론과 촛불개혁 방해 세력의 시비에도 지방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문 대통령 구상이 실현되도록 민생경제를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조성된 문 대통령과 이 지사 간 ‘밀월’ 분위기 역시 마치 사면 문제에서 여론 동향을 의식했던 것처럼 여당 지지층이 이 대표보다 이 지사 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기류 변화를 문 대통령이 의식한 데 따른 결과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이 지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15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이 대표를 13%P차로 크게 앞섰을 뿐 아니라 이 대표의 고향인 호남에서조차 이 지사 28%, 이 대표 21%로 벌어졌으며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은 23%에 그친 반면 이 지사는 4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소병훈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은 경기도에 있는 이 지사 공관에서 그와 함께 기념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광주의 민형배 의원은 이 지사를 지지한다고 공개 표명하는 등 여당 내 분위기도 요동치는 상황인데, 그래선지 지난 17일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이라고 SNS에 글을 올렸던 이 지사도 당내 갈등이 됐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문제와 관련해 18일 홍익표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지자체 자율권을 존중하되 방역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 입장을 전달 받은 뒤 19일 “당의 의견을 존중한다. 방역상황을 감안해 2차 재난기본소득 집행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호응하면서 점차 당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野 대권후보’ 사전차단 전략?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윤 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간 차기 대선 양자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윈지코리아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윤 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간 차기 대선 양자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윈지코리아

이처럼 문 대통령이 이 지사에게까지 힘을 실어주는 데에는 일단 정권 교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게 우선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비쳐지는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그가 신년회견에서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한 점 역시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결과적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 간 격돌이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던 만큼 직접 때려봐야 역풍만 맞을까 우려해 문 대통령이 “지금은 검찰총장 임기제가 확실히 보장되면서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고 있고, 법무부는 검찰과 분리되면서 검찰이 제대로 개혁하도록 독려하는 입장에 있는 상황에서 때로는 갈등이 생긴다 해도 그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발언으로 먼저 갈등 봉합에 나서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설 가능성에 먼저 선을 그어놓겠다는 의도도 자리 잡고 있다.

당장 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이 정치할 생각을 하며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윤석열에 대한 발언은 가장 예리한 발언이었다. 이 대목은 은연 중 강력한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는데, 이처럼 윤 총장을 문 정부 인사로 규정함으로써 야권 대선후보로 나올 가능성을 사전차단하는 한편 현재 야권에선 윤 총장 외엔 마땅히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인 만큼 그를 끌어안음으로써 차기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우세하다는 분위기로 흘러갈 여지도 막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실 야권에 유력후보가 윤 총장뿐인 상황이라면 오히려 차기 대선까지 끌어가는 게 문 정권에 보다 유리한 전략인데도 벌써 윤 총장을 현 정부 인사로 못을 박은 데에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 격인 4·7보궐선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자리 잡고 있는데, 상기 거론한 1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이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거가 열릴 서울과 부산(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각각 8.7%P와 14%P로 상당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권주자로서 윤 총장의 존재감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굳이 “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발언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데, 여론조사회사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6~17알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조사해 19일 발표한 대권주자 가상대결(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도 윤 총장은 이 대표와 1대1로 맞붙었을 때 46.8%를 기록하며 39%에 그친 이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을 뿐 아니라 이 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선 45.1%를 얻어 이 지사(42.1%)마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수사대상은 아마 (윤 총장) 본인과 배우자가 더 먼저 되지 않을까’라고 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과거 라디오 방송 인터뷰 발언을 들어 “여권에서 공수처 수사 1호 대상으로 윤 총장을 꼽았다”고 주장하자 당사자인 최 의원은 “윤 총장 장모 사건이 이슈 됐을 때 그 장모가 공수처 수사대상 1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만 대상이라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단 답변이었다”고 반박하는 등 야권이 윤 총장을 문 정부와 떼놓으려 하는 반면 여권에선 이를 차단하려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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