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李 사면론 이어 양도세 완화 주장도 野에 되잡혀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문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 양도세 완화 등 여러 사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의견이 엇갈리거나 번복되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문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 양도세 완화 등 여러 사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의견이 엇갈리거나 번복되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청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진 이래 국면 전환을 노린 더불어민주당이 여러 주장을 펴고 있지만 오히려 여론 반발이나 당내 엇박자로 오락가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꺼냈다가 여론에 한 발 물러난 이낙연

올해 첫 날부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격 제안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그 대표적 사례인데, 이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 건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당장 친문 지지층의 반발이 격해지자 3일 최고위원회의가 긴급 소집되고 결국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반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면 여파가 청와대까지 미칠까 선긋기에 나섰는데, 입장 번복 아니냐는 야권의 계속된 공격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혀온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대표 소신을 대통령과 엮는 개인적 추정으로 대통령을 끌어들이려는 행태”라며 사면론은 문 대통령과 무관한 이 대표의 ‘개인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사면이 대통령 권한인 만큼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거론했겠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은데, 자칫 격앙된 여론이 청와대까지 겨냥할까 우려했는지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썼던 ‘통합’이란 표현을 사면으로 해석하는 보도가 나오자 ‘포용’으로 표현했고 지난 11일 신년사에선 아예 사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최재성 정무수석도 1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전국 유권자 500명에 조사한 ‘전직 대통령 사면의 국민 통합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4.4%P), ‘기여할 것이’란 응답은 38.8%에 그친 반면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56.1%를 기록했었고, 앞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4~5알 전국 유권자 1018명에게 실시한 전직 대통령 사면 찬반 여부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에서도 찬성이 44.1%(매우 찬성 26%, 찬성하는 편 18.1%)였던 데 반해 반대가 50.6%(매우 반대 36.4%, 반대하는 편 14.2%)로 과반을 이뤘던 만큼 국민 여론은 반대에 더 힘이 실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지난 3일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저의 충정”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4일 KBSTV 뉴스9에 나와서도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방법으로써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제 유·불리만 생각했다면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한 이 대표의 발언은 더 궁색해졌는데,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중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온건’ 성향의 여권 대선후보로 고공행진을 해왔던 이 대표가 이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당의 핵심 지지층인 친문세력을 의식하다가 문 대통령 지지율과 동반 하락하는 지경으로 몰리니 다시 중도층 포섭을 위해 일부 ‘우향우’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경쟁자조차 전무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는 3자구도 에서조차 밀려나는 모양새인데,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1004명에 조사해 13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25.5%)와 윤석열 검찰총장(23.8%)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가운데 이 대표는 14.1%에 그치면서 20%선 아래로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사면론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이 대표는 결국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확정 판결이 나온 14일엔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해 당은 국민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입장을 내놨고, 청와대에선 아예 강민석 대변인이 같은 날 춘추관에서 사면 가능성과 관련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으로부터 별 말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 이익공유제·전국민 재난지원금·양도세 완화 등도 이견 불거져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좌)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좌)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비단 사면 문제 뿐 아니라 이 대표가 새로운 화두로 내놓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놓고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데, 야당의 비판적 반응은 차치하더라도 당내에서조차 5선의 이상민 의원이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발적 참여는 실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압박 또는 관제기부 위험도 있고 이익 또는 손실 산정도 형평성 시비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다”는 비판을 제기했으며 대선경쟁자인 이 지사도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효율성 여부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선의로 한 것 아니겠나”라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반면 이 지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있는데, 앞서 민주당에선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더 완화돼 경기 회복을 위해 전 국민 지급이 필요하다면 적극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6일 이 지사도 “(전국민 지급된) 1차 지원금이 소득지원 외에 경제효과가 거의 없던 2차 지원금보다 선호도가 높고 재정집행 효율성도 뛰어나다”고 역설했으며 7일엔 양향자 최고위원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은 소비 진작이나 경제부양 당위성을 넘어 위로금을 줘야 할 때”라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14일 친문계 의원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4차든, 5차든 꼭 전국민 일괄지급이 아닐 수도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들에게 단순히 돈 10만원, 20만원을 나눠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 좀 풀어도 된다’란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전국민에 지급하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보는데, 맞춤형이든 전국민이든 하나의 수단일 뿐 (전국민 지급이란) 그게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라고 온도차를 내비친 데 이어 도민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2차 재난기본소득을 심사숙고 중인 이 지사를 향해선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김종민 최고위원 발언이 옳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김 최고위원이 오늘 경기도 자체의 두 번째 재난지원금을 지적한 것은 시의적절했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는데, 그러자 이 지사도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편적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니리라 생각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여러분 같으면 1인당 20~30만원 지급됐다고 방역지침 어겨가며 쓰러 가고 그러겠나. 국민을 존중하면 그런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도부 발언에 맞받아쳤다.

문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까지 지난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지급이 불가피해도 전국민 지원이 아닌 피해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선별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전국민 지급엔 난색을 표했었는데, 급기야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전국민 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일단 지금 지급되고 있는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평가팀 구성을 지시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밖에 양도세 완화를 놓고도 민주당 내부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이 지도부에 ‘양도세 중과 유예나 한시적 감면 등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정책 건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고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양도세 중과 이전에 주택을 매각한 다주택자에 한해 양도세의 30~40%를 세액공제해주는 방안을 제안한 조만간 제안할 것이란 일부 보도에 이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양도세 완화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으며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부동산 시장에 교란 줄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 與 혼선에 ‘호기’ 잡은 野? 사면부터 양도세 완화까지 촉구한 국민의힘

13일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 ⓒ시사포커스TV
13일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 ⓒ시사포커스TV

이렇듯 민주당 내부에서 제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며 혼선이 이어지자 제1야당은 이를 계기로 자당 입장과 맞아떨어지는 사안에 대해선 적극 목소리를 높였는데,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3선의 박대출 의원이 14일 “모든 사법절차가 끝났으니 이제는 자유를 드려야 한다. 조건 없는 사면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내놨고 4선 중진인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이제 청산하도록 대통령의 조건 없는 사면 결단을 촉구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뿐 아니라 양도세 완화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내에서 갑론을박하는 사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양도세 중과 폐지를 주장하며 선제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는데, 특히 여당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양도세 완화는 단기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꼽히는 방안인 만큼 의미있는 정책수정이 될 것”이라며 양도세 뿐 아니라 종부세·재산세율 인하, 종부세 기준금액 조정, 취득세 인하 등 전반적인 세 부담 완화 정책까지 꺼내들었다.

여당이 이슈를 내놓으려다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곧 있을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야당에선 이 같은 상황을 적극 활용해 이슈선점을 하려는 모양새인데, 무엇보다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이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을 더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어 그간 거듭된 내부 혼선을 수습하고 과연 이슈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시 나설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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