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INC, 일감 몰아주기 및 노조와해 논란
구훤미·구미정씨 지수INC 지분 100% 소유
LG, 논란 해소 위해 지분 매각 결정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해고 사태가 LG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LG는 대주주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미화·시설관리 용역회사 ‘지수INC’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지만 이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수INC는 지난 2010년 LG트윈타워의 관리를 담당하는 S&I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고 최근까지 LG트윈타워의 미화·시설관리를 맡아왔다. S&I코퍼레이션은 LG그룹 지주사인 ㈜LG의 100% 자회사다.

지수INC는 LG그룹의 관계사는 아니지만 구광모 LG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씨와 구미정 씨가 지난 2009년 총 5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지수INC의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I코퍼레이션이 지수INC에 청소용역을 맡긴 것은 재벌들의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수INC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구 회장의 고모들은 지난 10여년간 207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9년에는 회사의 당기순이익 44억5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5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13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배당금 이슈는) 공정거래 측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익편취”라고 비판했다.

LG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S&I코퍼레이션이 지수INC의 청소용역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S&I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1월 청소용역업체 지수INC에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을 이유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고, 12월 31일부로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S&I코퍼레이션 측은 매년 실시하는 고객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입주사 고객 만족도 하락 및 임직원 불편 접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집단해고를 당한 이유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건 및 임금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S&I코퍼레이션과 지수INC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형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들 회사가 공모해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파괴하려고 했다는 혐의”라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고령이며, 1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 찍소리 못하고 일만 했다”며 “그래서 노조를 만들었는데 새로 들어온 업체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0명이 하루아침에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노동조합을 해서 그렇다는 의심이 충분히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은 지난달 16일부터 ‘트윈타워 내 고용 유지’를 주장하며 LG트윈타워 건물 1층 통로에서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LG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오자 LG 측은 지난 8일 “구훤미 씨와 구미정 씨가 지수INC 지분 100%를 매각하고,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 측은 “지수INC는 LG그룹과 별개 기업으로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해왔지만, 특수관계인 소유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매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종업원 2900여명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안정적 일자리 유지가 가능한 업체를 찾아 최대한 빠르게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감 개방을 위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문제는 고용 승계인데,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며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면 그동안 챙긴 배당금에 주식 매각 차익까지 챙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 매각 차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문제는 이렇게 풀면 안 될 것 같다”며 “구광모 회장과 고모들이 합심해 고용 승계 문제 등에 대해 정면으로 해결책을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I코퍼레이션과 지수INC는 지난 5일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이 주관한 조정회의에서 ‘농성 중인 만 65세 미만 청소근로자 25명을 출퇴근 편의를 감안해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소요되는 약 3개월의 기간 동안에는 기존 임금의 100%를 제공하며, 만 65세 이상 노조원 4명에게는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고용 유지 방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다른 사업장으로 흩어질 경우 노동조합이 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사업장에서 고용 승계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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