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홍준표 만난 安, 오세훈 회동은 불발…합당론 선 긋는 국민의힘 지도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온 국민의힘 지도부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어 ‘밀당’ 수준을 넘어 각자 나서는 게 아닌지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국민의당과 ‘통합’ 일축한 국민의힘 지도부…국민의당서도 “합당은 아닌 듯”

지난 7일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통합 없이 단일화 없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선 통합, 후 단일화’를 제안하자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이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하나가 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한 명의 후보를 선출하자”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조금만 더 길어진다면 국민들의 마음은 우리를 떠날 것”이라고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당대당 통합론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비대위 비공개 티타임 자리에서 “자기 후보를 내기도 전에 밖에서 찾는 게 기회주의 아니냐. 이건 콩가루 집안”이라고 격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이번에 무조건 이길 것이라 보기 때문에 우리 힘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합당설을 꼬집어 “3석 정당에 영향을 받아야 하느냐”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비대위 직후에도 “정당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는데, 심지어 그동안 안 대표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는 온도차를 보였던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12일 “책임 있는 자리와 선거를 관리해야 할 자리에서 합당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많이 나간 것”이라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합당 논의를 하다 정작 여당에 대한 비판의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국민에게 피로감을 준 적이 있다”고 정 위원장의 통합론에 회의적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입당 여부를 걸고 조건부 출마 입장을 내놓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정신이 나간 것”이라는 등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자 오 전 시장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단일화로 국민께 지지를 호소하려면 양당이 앞으로 어떻게 협업해 나갈지 비전을 제시해야 도리”라며 “출마할 경우 당과 2인 3각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동하며 단일화 과정에 임해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상태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김 위원장에 응수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에서도 12일 이태규 의원이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대당 통합하자는 부분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확고한 의견인데 김 위원장이 합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했다. 정리된 입장도 현재 없는 건데 저희가 가타부타 언급할 이유는 없다”며 “입당이나 합당 등은 야권 지지층 전체 의견을 담아내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이 의원은 오 전 시장과 안 대표 간 회동에 대해서도 “이번 주에 만나기로 했지만 일정이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는데, 결국 안 대표 측에서 먼저 연기를 요청하면서 당초 이번 주 열리기로 한 비공개 회동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록 추후 다시 회동 일정을 잡기로 했다지만 오 전 시장이 양자 회동 시한으로 정했던 17일 전까지로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앞서 ‘조건부 출마’를 내건 오 전 시장만 이도 저도 결론짓기 어려운 난처한 처지가 됐다.

◆ 입당 일축한 安에 결국 3자구도?…나경원까지 등판해 ‘춘추전국’ 양상

오세훈 전 서울시장(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중), 나경원 전 의원(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중), 나경원 전 의원(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이와 별개로 안 대표는 김동길 교수, 홍준표 무소속 의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밖에 있는 인사들과 만나면서 ‘야권 단일후보’로 자리매김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우연히 만나게 됐다지만 안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설전을 벌였던 홍 의원과 나란히 앉아 덕담을 나눴고 홍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에 “평생 낭중지추의 삶을 살고자 했는데 금년부터는 난득호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니 연초부터 참 난감하다. 그러나 안 대표를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 데 이어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안 대표가 지금 뜨고 있는 이유는 서울시민들이 시장감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선두를 달리는 데 대해 “별로 의미 없다. 민주당 일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안 대표를 평가 절하한 데 이어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나로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안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단일화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단일화 못하겠다고 그러면 할 수 없는 거다. 그래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홍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겨냥 “말년의 몽니 정치는 본인의 평생 업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당도, 나라도 어렵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몽니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안 대표 본인도 12일 반 전 총장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자구도도 불사하는 듯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꼬집어 “야권 지지자 분들이 마음에 상처 입을까 걱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에 있는 분들, 그리고 합리적 진보세력의 마음을 전부 모아 단일후보를 지지하게 해야 그게 대선에도 이어진다. 그런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야권 지지자들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야권의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과 제가 목표 지점이 같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 대표의 입당을 전제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오 전 시장과 관련해 그는 국민의힘 입당엔 선을 긋겠다는 듯 “여러 분들이 출마를 결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여권”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홍 대표조차 12일 나경원 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빅3(나경원, 오세훈, 안철수)가 다 출마해야 야당 바람이 분다”며 오 전 시장까지 등판하는 쪽에 힘을 실었다.

반면 13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기로 한 나 전 의원은 홍 대표와의 식사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 한 분(안 대표)은 박원순 전 시장을 만들어준 분이고 다른 한 분(오 전 시장)은 자리를 내놓은 분이지만 나는 당시 당의 권유에 의해 굉장히 어려울 때 출마한 사람인데 결자해지로 (빅3라고) 묶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벌써부터 자신을 부각시켰는데, 제각기 물러서기보다는 자신의 뜻만 관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 내 후보경쟁은 달아오르더라도 단일화의 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 대표도 단일화에 대해 “그건 지금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2월 말이나 3월 초”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보다는 국민의힘 후보와 당 밖 후보 간 1대1 경선을 통한 단일화 정도나 가능할 뿐 그마저 실패할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안 대표라는 사실상의 3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 ‘후보 부족’ 여권은 오히려 단일화 가속…열린민주당 “후보 단일화할 것”

범여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범여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이렇듯 야권에선 군소후보는 물론 대권잠룡 수준의 거물급 주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후보들이 뛰어들어 기싸움을 벌이는 과열 양상이지만 반대로 여권에선 후보군이 한자리 수에 그칠 정도로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대신 단일화는 야권과 달리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우 의원은 12일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각자 당의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전격 합의했는데, 마찬가지로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김 원내대표는 “범야권은 단일화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와글와글하다. 범여권도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단일화 합의를 이루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열린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김 원내대표와 정봉주 전 의원 등 2인을 서울시장 보선 출마 후보로 확정하고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내달 5~8일 전당원투표를 실시한 뒤 9일 최종 후보를 내놓는 만큼 민주당에서도 범여권 단일화를 위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선지 우 의원은 이날 당내 경쟁주자로 점쳐지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향해 “조속히 후보들이 등판 여부를 결정해 우리 당의 경선이 활성화되기 바란다”고 촉구한 데 이어 단일화 범위에 대해서도 “정의당까지 포함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정의당에서도 이미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지난 11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는 등 자체 후보가 나오고 있는데다 현재 김종철 대표 체제의 정의당은 민주당과 그간 온도차를 보인 바 있는 만큼 우 의원은 “대화는 해보겠지만 쉽지 않다. 아직 그 당의 후보 가시화가 안 된 상태”라며 “섣부른 단일화 언급은 예의가 아니다. 선거가 임박해야 할 논의”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으나 적어도 ‘밀당’ 끝에 불협화음까지 불거지는 야권보다는 도리어 범여권 단일화가 수월하게 나올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야권 지지자들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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