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CEO 분식회계 혐의로 중징계 위험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선물위원회는 8월 25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재무제표를 작성, 공시한 국민은행에 대해 감사인 지정 2년의 조치를 하고 과징금 20 억원 부과안을 의결하였다. 국민은행에 대한 과정금 부과 확정 및 행장을 비롯한 국민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정도는 회계부문에선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을, 일반업무부문에선 소관검사국(은행검사 2국)의 종합검사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달 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10일 금융감독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감원, 김정태 행장에게 문책성 경고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과정에서 발견한 회계기준 위반 혐의사항에 대하여 회계감독1국에 감리의뢰함에 따라 착수된 국민은행 제 3기(2003년 1월∼2003년 12월)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에 관해 대한 감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2003년 9월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 합병함에 있어서, 합병 전에 국민카드가 설정해야 할 대손충당금 등 1조 6,564억원을 합병 후에 국민은행이 계상함으로써 회계처리기준 위반한 혐의 등 합병회계시에 수정하지 않고 합병 후에 회계처리한 오류에 대한 제재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특정회사 감사업무제한, 벌점부과 등의 조치를 하였으며, 이들 회계법인의 소속 공인회계사 2명에 대해서도 감사업무참여제한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강도에 따라 해임권고, 직무집행정지, 문책적 경고, 주의적 경고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은행 임원에 대해 문책적 경고의 경우는 3년간, 업무집행정지는 4년간, 해임권고는 5년간 은행 임원으로 취임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태 행장의 경우 주의적 경고를 받으면 은행장 연임이 가능하지만 문책적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게 되면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회계부문에 대한 제재 방침이 이미 문책성 경고 쪽으로 확정 됐다는게 금감원 내부의 전언이다. '김정태 프리미엄 주가' 떨어지고 이번 금감원의 제재조치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소식은 국민은행 주가변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26일 국민은행 주가는 장 초반 강세로 출발했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약세로 전환되면서 전날보다 소폭 하락하여 장을 마감하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은행주가 강세를 보인 반면 국민은행 주가만 유독 하락한 것은 CEO를 둘러싼 경영실적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융계에서는 김정태 행장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앞장서며 잘나가던 대표적 CEO 였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조치가 김정태 행장으로 대변되는 국민은행 주가 프리미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는 '이참에 갈아보자' 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 김정태 행장의 연임에 적극 반대의사를 밝혀오던 국민은행 노조는 특별성명서까지 발표하며 "김정태 행장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김 행장의 부실경영 실태와 부도덕성에 대해 추가적인 발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하여 노조는 국민은행 경영진이 노조에게 금감원의 징계와 관련 관치 금융이라고 항의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조직적으로 항의해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폭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업의 도덕성을 해친 문제에 대해 경영진과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노조는 올해 초에 실시한 직원 여론조사 결과 82%의 직원이 행장 연임에 반대했다고 소개하면서 내부 직원 과잉 감찰로 실명제를 위반했기 때문에 김정태 행장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 스타 떨어지나 김정태 행장은 내홍을 겪으면서도 국민카드와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고, 국내 최초의 연공서열 파괴 인사와 인사청탁 배제, 그리고 최근에는 임금 피크제 도입을 시도하는 등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이끌어 왔다. 또한 김 행장은 지난 1월 LG카드 사태 때 정부의‘채권은행 공동관리’요구에 반발해 은행의 이익을 지켜내기도 했다. 항상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금융에 주력하던 은행들이 여신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가 외환위기 때 치명타를 입은 것처럼, 국민은행도 가계금융에 주력했다가 가계부실로 치명타를 입었다. 상황만 다를 뿐, 과거 다른 은행 경영진과 똑같은 판단착오의 결과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경영 실적악화, 노조통합 등 경영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행장이 교체될 최악의 사태에 대해 적지 않은 경영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달 10일 '연임불가'의 최종결론이 나오면 무엇보다 후임 행장선임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행장은 지난 4월 주주총회 때 이미 후임 CEO를 사내 인물 중에서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행장이 이번에 물러나게 되면 당초 구상이 흐트러질 수 있으며, 경영진을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해 왔기 때문에 김정태 행장의 퇴임으로 자칫하면 경영진 전반이 동반 퇴임하게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김 행장은 더 이상 KB의 스타가 될 수 없게 됐다. 이번 김 행장의 거취를 결정할 최종적 권한은 지난 위기 때와 달리 은행주주들도 아니고, 국민들도 아닌 정부 당국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제 2의 위기에 선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석기 기자 lsk3187@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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