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승리 위해 安 필요한 국민의힘…‘安 대항마’ 없어 초조한 與

8일 국회에서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습(중)과 더불어민주당(우측)과 국민의힘 지도부(우측 ).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8일 국회에서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습(중)과 더불어민주당(우측)과 국민의힘 지도부(우측 ).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 대선에 앞서 민주당 정권에 대한 평가 성격인 4·7보궐선거에 대권잠룡급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권 선거판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 군소정당 대표 몸값 급등한 안철수…갑자기 왜 떴나

지난 총선 당시 3석을 얻는 데 그치며 사실상 자신의 이름만으로는 유권자에 통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대선후보 지지율에선 정작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안 대표가 갑자기 이번 선거를 앞두고 꽃놀이패를 쥐게 된 데에는 임기 1년짜리에 불과한 이번 서울시장직의 중요성 때문이라기보다 내년 대선 전초전으로서 정권 교체를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선거란 부담감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참패로 충격을 받은 국민의힘으로선 자칫 패배할 경우 그나마 갖고 있던 정치권 내 입지를 완전히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는데다 국면전환 목적에서 일단 보궐선거에는 필승 후보를 내세워야 대선까지 승세를 조성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대권후보급인 안 대표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더구나 안 대표가 그동안 진영논리에 편승하기보다 ‘중도’를 자처해온 부분 역시 외연 확장에 부심해온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을 위해 어떻게든 그를 끌어들여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 자당 후보 중엔 경쟁력 높은 인물이 적은 반면 안 대표는 여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높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제1야당이 안 대표를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지난 2~3일 서울 거주 유권자 1006명에게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47.4%를 기록하며 여당 후보로 분류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10%P 차로 앞섰고, 입소스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서울시민 801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도 안 대표는 24.1%를 기록하며 박 장관을 오차범위 밖인 8.8%P 차로 제쳤다.

이 같은 여당 유력후보와의 격차는 국민의힘의 어느 거물급 잠재후보군조차 보여준 바 없는데, 역설적으로 이 정도 경쟁력이 있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여당과의 대결이 양자구도가 아닌 다자구도가 되면서 자칫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만 높아져 국민의힘으로선 안 대표 영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들어와 함께 하자” 어르고 달래는 국민의힘…그래도 꿈쩍 않는 安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지난 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출마선언 당시 오는 17일까지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입당하지 않을 경우에만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조건을 건 데 이어 오히려 자신의 출마 여부보다는 “당은 안 후보의 입당보다 합당 논의를 먼저 시작해 달라”고 촉구하는 등 안 대표의 향방에 자신의 정치행로를 걸어놓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급기야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7일 ‘통합 없이 단일화 없다’는 제목으로 올린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힘, 국민의당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하려는 정당이고 가치를 공유하는 정당”이라며 “두 당의 통합이 후보 단일화에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통합 후단일화가 해답”이라고 양당 간 통합까지 주장했다.

심지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와 새해 인사차 가진 지난 6일 비공개 회동 당시 안 대표에게 “당신이 단일화를 하든 말든 출마하든 말든 앞으로 일절 말하지 않겠다. 국민의힘에 들어오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도 되지만 그게 아니면 앞으로 만날 일 없을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 7일 YTN라디오에 나와 “안 대표가 설사 야권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기호 2번을 받지 않고 국민의힘 밖에 있으면 국민의힘 지지자나 열성 당원 중 안 대표를 지지하지 않을 확률도 꽤 있다”고 안 대표에 경고했다.

하지만 러브콜과 압박을 병행하는 양동작전에도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민, 모든 야권 지지자들의 공감대”라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을 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실질적으로 국민의힘이 내놓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가진 사람이 더 열려 있고 내놔야 감동도 있고 일이 잘 풀리는 것”이라며 “공당 대표가 탈당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나. 불가능한 얘기”라고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당대당 통합’을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입당하란 것이고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통합하자는 것은 당의 의견이 다른 것이다. 공식적인 입장이 없는 건데 거기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듯 양당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하자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안 대표의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동참 선언 후 전개되는 안타까운 공방에 대한 입장’이란 글에서 “룰과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국민 관심을 불러일으킬 흥행 연출을 어떻게 할 건지, 금태섭 후보는 어떻게 참여시킬 건지에 대한 협상부터 해야지 입당·합당 공방으로 밀당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짜증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합당, 입당 논의가 아니라 양당 사무총장이 만나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룰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김 위원장, 정 위원장, 안 대표는 서로 한발 물러서야 하고 양당 총장 협상 결과로 담판하는 게 순서”라고 중재안을 내놨다.

일단 국민의힘에서도 이미 이날 예비경선은 당원 투표 20%, 시민여론조사 80%로, 본경선은 시민여론조사 100%로 하는 경선 룰을 공관위에서 의결했는데, 경선준비위가 만든 경선룰을 공관위가 임의 변경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당장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의 훌륭한 후보들을 도외시하고 외부에서 정체성 논란이 있는 사람을 마치 구국의 전사로 모셔오겠다는 발상은 당을 망치는 행위”라고 일갈하는 등 당내 선수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비율을 크게 높여 안 대표에 문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이달 중 출마선언 예정인 나경원 전 의원도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불가피한 룰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당원에게는 굉장히 죄송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는데, 당내 반발을 감수하고 내놓은 결정임을 인식했는지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엔 부정적이던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조차 여론조사 100%로 결정한 국민의힘 본경선 룰과 관련해선 “적어도 후보 단일화의 공통분모는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호평을 보냈다.

◆ 安 강세에 민주당도 고민 깊어…보선 판세도 野 우세

한국갤럽 재보선 기대 전망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한국갤럽 재보선 기대 전망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다만 안 후보로 인해 속 타는 건 비단 제1야당만 겪는 일은 아닌데, 그간 서울시장 선거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근 야권 내 단일화 신경전을 즐기기보단 ‘안철수 강세’에 맞대응할 자당 후보를 찾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다른 의미로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와 부동산 문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충돌 등으로 악재가 이어지며 당청 지지율이 부진한 가운데 향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우선 이번 보선 승리가 절실한 만큼 무엇보다 서울시장 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앞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유일한 공식 출마자인 우상호 의원은 물론 박 장관조차 안 대표가 모두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간 민주당 내에선 제3의 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특히 박 장관이 지난해 말 영입해야 한다고 당에 천거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제3의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었는데, 김민석 민주당 더 K-서울보궐선거기획단장이 지난 5일 “제3후보 등은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하거나 보고, 접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데다 지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장관도 “당에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사를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친문 주류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에서 제3후보와 관련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건 없다”면서도 ‘당비 6개월 이상 낸 사람만 출마’란 당헌당규 조항을 삭제한 데 대해선 “누구나 보선에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라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아예 일각에선 제3후보론을 넘어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여권 통합 주장까지 나왔는데, 서울시장 보선 출마 후보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7일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우리는 결국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며 여권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29일엔 “여권은 야권 단일화에 맞서 당대당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 논의를 시작할 적기”라고 발언한 데 이어 8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듭 “우리 당과 열린민주당의 이념과 지향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힘을 합해 위기 국면을 돌파할 필요가 있다”고 합당 논의를 띄웠다.

이처럼 여당 내 위기감은 후보군으로 꼽혀온 이들조차 분명히 내비치고 있는데,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지난 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내에선 여론 흐름이 지금 좀 나쁘다고 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으며 박 장관도 앞서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관으로서 책임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상황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기류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되고 있는데,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진행해 8일 발표한 재보선 기대 전망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37%에 그친 데 반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52%로 집계된 데다 지난해 11월 4주차 조사 당시보다 2%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보선을 앞둔 민주당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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