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산토끼 노리려다 집토끼까지 ‘흔들’…국민의힘 “말 나온 김에 사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중),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중),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신년 벽두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갑자기 띄운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주장으로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었는데, 사면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사면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는 야권에서까지 이 대표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비록 발언한 지 이틀 만에 한 발 물러섰지만 6일 현재까지도 정치권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 이낙연의 사면론, 중도층 표심 러브콜? 선거 앞둔 野 흔들기용?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비상에 초조함을 느낀 이 대표가 오는 14일 열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혐의 관련 재상고심 결과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카드로 사면론을 꺼내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데, 사면 여부는 대통령 권한이다 보니 그 파장을 생각하면 청와대와 어느 정도 사전 교감 후 내놓은 것으로 비쳐져 왔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지난 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의 별명이 모든 사안을 엄중하게 본다고 해서 엄중낙연인데 그렇게 엄중함의 의미를 강조하는 분이 청와대와 아무 상관없이 그런 발언을 했을 것으로 믿는 게 이상하다. 기본적으로 상의했다고 본다”고 관측했는데,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사면론을 제기한 이유와 관련 “당 대표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감 하에서 여론을 파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최고위원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카드로 내미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는데,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이유로 스스로 국민통합을 내세운 데 대해서도 “의도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볍게 들린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선 청와대는 야권을 분열시킬 선거용 카드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중도층 표심이 윤 총장에게 기울면서 산토끼를 잃게 된 이 대표로선 사면론을 자신의 대권 승부수로 띄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는 않은데, 당사자 반성과 국민적 공감이 중요하다는 지도부 논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통합을 위해 꼭 사면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여운을 남겼고 4일 KBS 뉴스9 인터뷰에서도 “제 이익만 생각했다면 이런 얘기는 안 했을 거다. 국민 마음이 갈라진 채 그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충정에서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文복심 “사면론, 李 개인 소신” 선 긋자 이낙연 “靑 교감 없었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하지만 같은 당 우상호, 정청래 의원부터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까지 사면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서도 ‘개인적 소신’이라고 평가 절하했는데, 청와대로까지 공세를 확대하려는 야당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지만 명색이 대표인데도 이 같은 내부 반응에 이 대표로선 안팎으로 정치적 부담만 안게 된 꼴이다.

실제로 당내 중진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선거 앞두고 지지층 결집하는 게 중요한데 (사면론은) 민주당에 상당히 불리한 의제”라며 “당원들의 반발이 아주 상당하다. 집토끼가 달아나게 생겼는데 당원들과의 소통 없이 제기된 사면 복권이라 당황스럽다”고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전한 바 있는데,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전국 유권자 500명에게 실시한 사면 찬반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나 81.4%가 찬성했을 뿐 민주당 지지층에선 반대가 88.8%나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 대표는 지난 5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사면론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 “교감은 없었다. 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해온 편”이라며 대통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듯 스스로도 선을 그었는데,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면 관련 언급은 일언반구 꺼내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당 대표가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던져 본 거라면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청와대와 교감을 갖고 던졌는데도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면 이 대표는 물론 문 대통령 또한 레임덕에 빠졌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사면론을 꺼냈다가 이 대표가 집토끼까지 잃을까 ‘속앓이’만 하게 된 반면 경쟁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JTBC 신년특집 대토론에 나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말을 아끼며 대통령에 공을 넘겼다.

◆ ‘사면론’ 후폭풍에 웃는 건 결국 이재명과 국민의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국회를 찾아온 유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고려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국회를 찾아온 유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고려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 공민식 기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이 대표의 사면론에 격앙된 가운데 그간 친문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이 지사는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함으로써 이 대표에 실망한 친문 세력들까지 자신이 흡수해보겠다는 모양새인데, 이번 논란으로 비단 이 지사만 웃은 게 아니라 국민의힘 역시 이 대표가 먼저 사면론을 던진 덕분에 ‘집토끼 다지기’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유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우리 당 출신이었던 전직 대통령 두 분에 대해 사면 건의하겠다고 했다. 서로 불편해지는 일이 없고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쪽으로 결론 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리겠다”며 이 대표 발언을 들어 사면을 당부한 데 이어 면담 뒤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찬성하는 자당을 비판한 민주당을 겨냥 “우리가 사면 요구한 것도 아닌데 여당 대표가 건의하겠다고 한 다음에 자기들끼리 사면이 되느니 안 되느니 반성해야 되느니 하는 자체가 수모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실리는 실리대로 챙기면서 여당의 공세엔 여당 대표의 제안으로 촉발됐다고 응수한 건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지난해 스스로 대국민사과까지 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의식하다 보니 주 원내대표와 온도차는 있지만 지난 5일 오후 <KBS 뉴스9>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란 건 대통령 권한이라 대통령 스스로 판단하면 그만이고 거기에 이러쿵저러쿵 조건이 붙는 것은 옳지 않다”고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자신이 거론한 사면론으로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 반면 이 지사와 국민의힘은 제각각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인데, 오는 14일 대법원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다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어떤 판결이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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