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를 영업기회로 삼는 팔이피플…죽음→추모→굿즈 도식화 뚜렷
5일에만 아동학대 입법 8건…아동학대 처벌, 엄벌보다 정밀 설계 입법 필요

추모 챌린지에 편승해 굿즈를 판매하려다 비난을 받은 한 온라인쇼핑몰과 판매자 인스타그램 ⓒ쇼핑몰, 인스타그램 캡쳐
추모 챌린지에 편승해 굿즈를 판매하려다 비난을 받은 한 온라인쇼핑몰과 판매자 인스타그램 ⓒ쇼핑몰, 인스타그램 캡쳐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이른바 '숟가락'을 얹는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국회의원들의 입법 러시에도 ‘뒷북’ ‘분위기 편승 입법 말고 정밀 설계 입법이 더 효과적’ 이라는 의견이 붙고 있다. 

■ 악마도 두 손들 것 같은 ‘팔이피플’들...안타까운 죽음→화제→추모 챌린지→굿즈 도식화 

최근 한 입양아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번지고 있는 해시태그 및 인증 캠페인을 활용해 물건을 팔려던 한 온라인 쇼핑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발단은 6일 한 온라인 쇼핑몰이 '정인아 미안해'라는 글씨가 생겨진 의류, 모자, 가방 등 각종 물건을 판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온라인커뮤니티 중심으로 퍼지면서다. 판매자의 인스타그램에는 문의글을 잇따라 남기자 '안 팔릴 걸요? 팔리면 기부할게요' 등 답변을 남겼다. 이후 댓글기능 자체를 막아 버렸다. 

이 내용이 화제가 되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해당 판매자는 인스타그램에 사과글을 게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사과글은 '정인아 미안해채린지(챌린지) 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자 한 목적으로 제품 지자인을 한거였는데...사과드려요...'라고 남겼지만 그가 사과게시글 말미에 남긴 '취미, 디자인, 낙서쟁이, 감성글귀, 감성글씨, 아이디어스작가, 사단법인한국문화예술가협회작가' 등의 해시태그가 공분을 더 쌓았다. 

5일에는 화제가 되고 있는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이 영업하는 가게 홍보를 하는 일도 있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추모 챌린지를 본인의 영업 기회로 활용해 비난을 받은 사례 ⓒ인스타그램 캡쳐
추모 챌린지를 본인의 영업 기회로 활용해 비난을 받은 사례 ⓒ인스타그램 캡쳐

제주도 한 중국집은 탕수육 사진을 올리고 '흑돼지로 만든 제주만의 탕수육' 이라는 글과 함께 해시태그를 달아 SNS유입을 유도했고, 술집을 운영하는 한 영업자는 '수원술집' 해시태그와 함께 추모 챌린지 해시태그를 덧붙이기도 했다. 

또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한 쇼핑몰 모델도 쇼핑몰 홍보하는 해시태그와 함께 챌린지 문구를 덧붙이기도 했고 10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한 헬스트레이너는 추모 관련 사진을 올리고 유튜브에서는 짜장면 먹방 영상을 올리기도 하는 등 관성적인 추모와 홍보의 컬래버래이션이 비난을 받고 있다. 

이 해시태그 챌린지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주도했다. 입양돼 양부모에게 학대 당하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한 아동을 추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으며 6일 오후 현재 8만6000여 개의 게시물이 작성됐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임 모(만 31세)씨는 "힘 없는 입양아의 죽음은 매우 슬펐다. 특히 세상에 근심걱정이 없이 뛰놀아야 할 어린아이가 미동도 없이 앉아있던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로 충격이었다"라며 "안타까움을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어느순간 부터 관성적으로 추모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이후 추모 움직임이 도식화 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끝에는 굿즈가 판매된다. 수익금은 기부한다고 하지만 수익금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할 수도 없고 찝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SNS 사용자는 굿즈 논란에 대해 노무현 굿즈, 백남기가 마지막 파종한 밀을 브랜드화, 세월호 사고 이후 굿즈 정품 주장 논란 등을 지적했다. 

추모 챌린지를 제안한 대한아동학재방지협회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쳐
추모 챌린지를 제안한 대한아동학재방지협회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쳐

■ 국회 아동학대 입법 러시…“사건 알려진 뒤 부랴부랴, 정밀 설계 입법 필요”

국회도 이 화제에 부랴부랴 방지책을 내놓는 등 입법러시가 시작됐다. 지난 5일에만 관련법안 8개가 발의됐다. 여야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아동학대 방지 입법을 신속히 심사해 오는 8일 임시국회 종료일에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할 예정이다.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갑, 4선) 아동학대치사에 대한 처벌을 현행 5년에서 10년이상으로,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에서 6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을 대표발의했다.

서영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갑, 3선)은 학대 아동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기간을 기존 3일(72시간)에서 7일로 연장하고, 원가정보호제도를 개정하는 '아동학대방지3법' 통과를 촉구했다.

권칠승 국회의원은(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시병, 2선) 학대 아동의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도록 사후 관리 규정을 구체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외에도 아동학대치사죄 법정형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상향하는 법(신동근 대표발의), 아동학대 행위 의심자가 원칙적으로 사법경찰관에 의무 동행하도록 하는 법(강훈식 대표발의) 등도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김병욱(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초선)·황보승희(부산 중구영도구, 초선, 이상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아동학대 방지 4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피해 아동, 아동학대범죄신고자, 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학대행위자와 격리 조사 ▲사법 경찰 또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행위자 또는 피해아동 주거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형사책임 감경 또는 면제 ▲아동 건강검진 시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추가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피해아동의 상담, 교육 및 의료·심리 치료 비용 부담시키는 법적 근거 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김성원 국회의원(국민의힘, 경기 동두천시연천군, 재선) 은 아동학대 신고시 지자체 및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지자체와 수사기관 현장출동 동행 의무화 ▲지자체 조사과정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참여 의무화 ▲아동학대 행위자의 진술 및 자료제출 거부방지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응급조치 시간확대(72시간→168시간) ▲1년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 접수 및 현장조사 과정에서 재학대 발생 우려 시 '아동-학대행위자' 즉시 분리조치 ▲학대행위자 현장조사 거부 시 처벌강화 ▲수사기관 등 응급조치 의무위반 시 처벌강화 등이 포함됐다.

양금희 국회의원(대구 북구갑)은 아동학대 재범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범죄를 범할 때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규정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뒷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후약방문 형태로 사건이 발생하면 계류된 의안을 부랴부랴 처리하거나 입법러시 현상을 지적한 내용이다. 또 엄벌주의가 만능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아동학대범죄 등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총 40여건 발의 됐고 이중 대부분은 임기내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 됐다"며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입법이 진행되는 것은 좋은일이지만 국회의원들의 입법행위가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인지는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입양아동 사망사건 이후 관련법 러시가 이어지고 국회 내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뜻을 함께 하고 있다"며 "양형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아동학대와 관련된 내용은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보다 주변부의 환경을 보다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양형을 강화하는 형태로 개정하면 아동이 학대당하더라도 부모는 병원에 가지 않게 돼 아동학대가 음성화 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에서도 아동학대에 대해 판결할 때 최소 처벌이 높으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불기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취해 숟가락 얹는 듯한 모양새로 '으름장' 같은 입법보다는 보다 숙고해 정밀한 설계가 가미된 입법이 향후 아동학대 근절에 실질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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