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무력해” 지적 있으나 중도층 반감 완화에 與 일방통행에 이목 집중시키는 효과 얻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국민의힘 지지율의 호조세가 당청과 대비되면서 이 같은 국면 전환을 이뤄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 확보 외엔 사실상 막을 길이 전무해질 정도로 ‘슈퍼 여당’이 탄생한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김 위원장은 이기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맞붙느니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때까지 와신상담하겠다는 장기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 구성 협상부터 ‘게이트 키퍼’ 격인 법제사법위원장을 요구해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자 모든 상임위원장을 포기해버리는 배수진을 쳤고, 끝내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이례적으로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대항수단을 스스로 버린 격이 아니냐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김 위원장은 “1년 후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신념에 불탄다면 좋은 계기”라며 도리어 여당 독주의 길을 계속 열어줬다.

앞서 20대 국회 때 황교안 체제 하에서 수차례에 걸친 장외집회와 지도부까지 나선 삭발, 단식투쟁을 비롯해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 벌어진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었던 패스트트랙 사태 등 계속된 초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총선 참패란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점을 의식해 차라리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비쳐졌다.

또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보수진영 내에서 자중지란이 계속됐으나 4월 총선 참패 후폭풍과 여당의 압승으로 저지수단이 딱히 없어졌던 점도 오히려 내부 정리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만들었고 이런 배경 속에서 내년 대선을 의식해 강성 인사들을 줄여나가는 당무감사도 진행함으로써 중도층 지지까지 얻기 위한 외연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21대 총선에서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민주당이 차지했다는 점에 비추어 영남만으로는 전국 선거인 차기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사실상 여당의 핵심 지지기반 격인 호남에 과감히 먼저 러브콜을 보내는 ‘파격’도 선보였는데 보수정당 대표 중 사상 최초라는 김 위원장의 5·18 민주묘지 참배는 그의 ‘본진 흔들어놓기’ 전략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쇼잉’이라던 여당의 냉소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어떻든 그간 당 내를 안정화시면서 꾸준히 외연 확장 노력에 힘을 쏟은 건 특정 지역과 이념성향으로 고착된 이미지를 탈피해 지지층을 확대해야만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복안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는데, 역설적으로 이처럼 야당이 목소리를 낮추는 ‘로우키’ 행보를 보이자 여당의 일방독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문 정부와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

아직도 강성 보수층 일각에선 ‘여당 2중대’라고 칭하는 등 제1야당이 보이지 않는단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여당에선 이미 무기력해진 야당 ‘탓’을 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방역과 경제 등등 모든 현안에 있어 온전히 책임져야 되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문 정권의 국정운영상 실책은 정쟁화를 통해 ‘물타기’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당청 지지율에 반영돼버렸다.

더구나 존재감이 약해진 야당으로 인해 위기감이 사라진 여당 지지층 사이에선 이제 당청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면서 분열되는 모양새인데,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8~30일 전국 유권자 1501명에게 조사해 31일 발표한 12월 5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 전주 대비 6.4%P 하락하고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5.8%P, 진보층에서 10.3%P 각각 하락한 점 등에 비추어 그간 호남 방문을 비롯해 줄곧 ‘낮은 자세’를 취해온 김 위원장의 전략은 본격 효력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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