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개인 맞춤형 건기식 소분·판매 론칭… 의약계 또 ‘국민 건강’ 어깃장

이마트 성수 본점 '아이엠' 매장 디자인 예상도 ⓒ이마트
이마트 성수 본점 '아이엠' 매장 디자인 예상도 ⓒ이마트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대형 유통채널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면서 의약계가 또 반발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마트가 성수본점에 모노랩스와 협업해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서비스 '아이엠'을 런칭하면서다. 지난 7월 풀무원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서비스 퍼팩 출시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두 곳 모두 설문조사와 각 사 소속 영양사가 상담을 통해 개인의 영양상태 및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간편히 섭취할 수 있도록 1회 섭취량을 한 팩씩 개별 포장해 제공하고 있다. 

맞춤형 건기식 서비스는 소비자가 1회 방문 해 건기식과 복용 개월 수를 선택하면 서비스 제공업체는 관련 업체 등을 통해 이를 제조하고 한 팩 단위로 개별 포장한 후 고객에게 배송한다 

현재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는 샌드박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두 17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 “소비자 오인·혼동 및 국민건강 위해 가능성, 건기식 소분판매 약사 한정해야” 주장 

의약계는 '소분판매'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약국에서 제조한 약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고 의약품은 택배 배달이 되지 않지만 건기식은 식품이어서 온라인 주문과 배달도 가능해 약국 등에서 판매하던 건기식 유통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풀무원이 퍼팩을 론칭할 당시 경기도 약사회는 "비전문가에 의해 건기식이 판매되면 약물과 상호작용이 검토 되지 않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마치 조제약처럼 보여 의약품으로 오인,남용하게 해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기도약사회는 건기식 소분 판매 주체를 약사로 한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며 건기식 소분·판매가 구체화 될 때마다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 “오히려 약사들이 오인·혼동, 건기식은 식품” “결국 밥그릇 지키기”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약사들이 오히려 건기식을 약으로 오인·혼동하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 건기식은 약이 아니라 식품"이라며 "아울러 해외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 돼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중인데 약사들의 유통망 보존과 판매채널 현상유지를 위해 세계에서 규제가 가장 강한 건기식 업계가 비과학적인 건기식을 생산해 내고 있는 것 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자기들이 하는 것 외에는 다 안 된다며 어깃장을 놓는 모습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건기식이라는 것은 식품이고 우려하는 오인·혼동이 있을 만큼 건기식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가 낮지 않다. 또 반대주장은 예상치일 뿐 실증 된 바는 없고 건기식을 제조하는 데 있어 표시 등을 통해 의약품과 오인·혼동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 걸 극도로 경계하며 국민건강을 앞세우는 데 결국 밥그릇 지키기"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비타민 등 영양제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받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이의경 전 식약처장이 국내 첫 샌드박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서비스를 시작한 풀무원 퍼팩 매장에 방문해 상담을 받고 있다. ⓒ식약처
지난 7월 이의경 전 식약처장이 국내 첫 샌드박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서비스를 시작한 풀무원 퍼팩 매장에 방문해 상담을 받고 있다. ⓒ식약처

■ 2년 후퇴한 개인 맞춤형 건기식 도입…“세상의 변화가 매우 크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더 빨리 도입될 수 있었다. 식약처는 당초 2019년 하반기에 이 사업을 도입한다는 계획이었고 이와 관련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도입 및 안전관리방향'을 지난 2019년 5월에 건강기능식품 발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개인맞춤형 건기식 도입은 제한적으로 도입하되 소비자 편의 증진과 안전성에 집중하며  향후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의 전세계적인 추세에 맞추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 업무를 수행하던 강대진 식약처 식품기준기획관은 “법적인 장애물이 많은 것은 현실이지만 풀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며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서 문제를 풀어 나가기에는 세상의 변화가 매우 크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시작하자는 것이 개인맞춤형에 대한 식약처 접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가 이와 관련한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의약계와 한의약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개정안은 표류하게 됐다.

반대하는 세력들의 주장대로 안전성을 검증하자는 취지로 샌드박스를 통해 검증하기로 해 현재에 이르렀다. 

식약처는 샌드박스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면 내년에 맞춤형 건기식 서비스를 정식으로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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