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석열 못 꺾자 ‘검찰개혁특위’ 통해 法 발의로 우회 압박 행보

[시사포커스 / 공민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30일 국회(본관 206호)에서 검찰개혁특위 운영방향 및 향후계획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공민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30일 국회(본관 206호)에서 검찰개혁특위 운영방향 및 향후계획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른바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해온 정부여당이 근래 사법부 판결로 거듭 고배를 마시게 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나 검경수사권 조정 정도에 그치지 않고 아예 검찰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법안 발의라는 우회로를 통해 고강도 압박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 검찰개혁특위 통해 사실상 검찰 조직 ‘형해화’ 나선 민주당

그 선봉대는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 전원과 판사 출신인 최기상, 이수진 의원, 검사 출신의 김회재 의원 등 19명 규모로 꾸려진 검찰개혁특별위원회인데, 법사위도 맡고 있는 윤호중 특위 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는 물론 검사 직급 조정 등에 이르기까지 검찰 조직 전체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9일 열린 첫 회의에서 윤 위원장은 윤 총장을 겨냥한 듯 지난 2003년 개정으로 폐지된 검찰청법 7조의 ‘검사동일체 원칙’을 들어 “지휘감독권한을 통해 검찰청법 7조 1항이 상명하복 조항을 갖고 있다 보니 사실상 검사 동일체 원칙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제식구 챙기기라든가 선택적 정의 실현, 상명하복 조항을 통해 마치 보스 정치하듯 이런 부분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기소 편의주의에 따라 검찰권이 선택적으로 행사되는 문제에 많은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근본적 수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위원장은 윤 총장과의 충돌 이후 당청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윤 총장은 오름세를 탄 상황을 의식한 듯 “검찰개혁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민생사안”이라며 여론에 지지를 호소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배당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피의자의 변호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등 국민들의 사법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30일 국회에서 검찰개혁특위 운영방향과 향후 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소한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추출해 2월 내에 법안을 제출하겠다면서 내년 상반기 중 국회에서 법안이 심의·의결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의 지휘감독권 남용 방지, 검사 임용제도 개선 등 여러 논제를 내놨는데, 무엇보다 “검찰이 기소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검찰 내 6대 범죄 수사 전담 조직을 기존의 기소 전담 조직과 분리하는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해 탈원전 비리 등 권력형 사건 수사를 지시해온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윤 위원장은 “윤 총장은 임기가 내년 7월이면 끝나는 분인데 지휘권을 이제 와서 박탈한다고 변화가 있을까. 윤 총장 문제는 검찰개혁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를 당초보다 서두르게 된 이유와 관련해 “윤 총장이 해오는 행태, 구습이 변화되지 않고 있어 앞당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의식을 갖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지난 1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통해 4급 이상 공직자, 3천만원 이상의 뇌물수수(부패), 마약·수출입 범죄를 포함한 5억원 이상의 사기·배임·횡령 등 경제범죄, 방위사업, 선거, 사이버범죄를 포함한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해선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정’한지 불과 1년도 안 돼서 이들 수사권마저 박탈하겠다는 ‘번복’으로 비쳐지고 있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기소부 설치 검토부터 공소청 주장에 국가수사청까지 ‘백가쟁명’ 양상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장경태 등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소청법 제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장경태 등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소청법 제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을 기소 전담 조직으로 만드는 게 여당의 궁극적 목표인 만큼 과도기 차원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소부를 두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급기야 일각에선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자는 급진적인 법안까지 발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특위 위원이기도 한 초선의 김용민 의원은 지난 29일 검찰청법 폐지안과 공소청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갖는 공소청을 만들고 장관급이던 검찰총장은 차관급인 고등공소처장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선 김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스스로 수사를 평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권력분립 원리에 맞지 않아 부작용이 크고 수사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유죄 방향으로 가기 마련이므로 별도 기관에서 수사과정과 결론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의 장경태, 유정주, 황운하 의원 등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강민정 의원까지 함께 힘을 실었는데, 사실상 기소청 격인 공소청은 고등공소청과 지방공소청으로 이분화하고 검찰총장은 이 중 고등공소처장을 맡게 되며 검사 직무에서 수사 조항은 삭제되고 오직 공소 제기와 유지를 위한 조직으로 명시했다.

대신 검찰이 가진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기존 기관에 재차 부여하기보다 ‘국가수사청’과 같은 독립된 새로운 수사전담기관을 만들어 이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가수사청과 관련해 “경찰도, 검찰도 아닌 수사관 신분이며 그 소속은 법무부는 제외한다는 원칙하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원조직에 대응하는 수준의 지방조직을 둘 수 있고, 현재 검찰청사의 절반 정도를 공소청과 공동으로 사용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현재 성안을 의뢰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1월 초 전문가 토론회와 1월 중순 공개입법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후 1월 내에 입법 발의할 예정”이라고 일정까지 밝혔는데, 내년 보궐선거가 4월 초에 치러지는 만큼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 중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일단 속도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기존 검찰이 쥐고 있던 수사권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 수사 추진 동력은 이전보다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기존 국가·자치경찰 뿐 아니라 새로 출범할 공수처는 물론 국가수사청 등으로 분산되기 때문이고 더구나 범위는 한정됐더라도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의 경우 판사나 검사, 고위공무원 등 수사대상 범주에 포함되는 인사에 대한 사건에 대해선 먼저 경찰 등이 수사했을지언정 공수처에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여당이 지적한 ‘선택적 정의 구현’이 집권세력의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다만 이런 법안들이 발의되더라도 특위 차원에서 정식으로 공론화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데, 당장 김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공수청 법안만 해도 검찰개혁특위 대변인인 오기형 의원은 29일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데 이어 윤 위원장조차 30일 “특위 논의 사항이 아니며 당에서 해당 방안을 추인하고 있지 않다. 검찰청법을 개정하면 되지 꼭 명칭을 (공소청으로) 바꿔야 되는지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고 이날 <문화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법제실 검토도 거치지 않고 발의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졸속 법안’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 보수야권, 검찰에 힘 싣는 법안 공동 발의로 ‘맞불’ 조짐

지난 29일 검찰의 수사종결권을 부활시키고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권을 일부 제한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좌)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우). 사진 / 오훈, 권민구 기자
지난 29일 검찰의 수사종결권을 부활시키고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권을 일부 제한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좌)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우). 사진 / 오훈, 권민구 기자

이렇듯 여당이 검찰 무력화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총력을 쏟고 있다면 야당은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작업을 되돌리고 검찰총장에 힘을 싣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는데,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놓고 충돌하던 당시 여당과 별개의 공수처법을 제각기 내놨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번엔 검찰의 수사종결권을 부활시키고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권을 일부 제한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할 예정이다.

이는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한데,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경우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되 수사종결권은 검찰이 갖도록 하는 게 핵심으로, 경찰이 위법행위나 판단 착오로 사건을 덮어버리지 못하게끔 수사종결권을 가진 검찰이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나오게 됐다.

또 야권이 발의하려는 검찰청법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이 11명의 검찰청장 후보 추천위원을 모두 임명·위촉하는 현행 법안을 바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수를 더 늘리고, 국회 추천 인사와 무작위 추첨에 의한 인사 등이 추천위원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한편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야권에선 “여당이 검찰에 대해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고 하면서 정작 공수처는 두 권한을 모두 갖게 했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을 독자 발의해 여당의 검찰에 대한 수사·기소권 분리 움직임에 그대로 응수했는데, 그러자 추미애 법무부장관까지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수처 준비기획단은 지난 6월 공수처 내에서 수사부와 공소부를 분리해 내부에서도 상호 견제 원리가 작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반박하면서 야당의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에 나서는 등 검찰 권한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가 고 있어 이러다 검찰청법이 정쟁 탓에 ‘누더기’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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