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강정’의 출현으로 국내에 신종 마약 경계령이 발동됐다. 지난 7월 중국에서 제조한 강정형태의 대마가 국내에 처음으로 적발되자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종마약의 국내 유통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경찰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캔디 마약’과 ‘치즈 마약’이다. 이들 마약은 딸기향, 초코향 등의 향신료를 첨가해 마약 특유의 냄새를 없애 신참 투여자들에게 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약 투여자가 급증할 수 있는 위험이 뒤따르고 있어 수사 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 신종마약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아 경찰들 역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7월 ‘대마강정’을 적발하면서 신종 마약들이 국내로 대거 반입되고 있음을 반증했다.
유학생 여름방학 맞아 일시 귀국, 신종 마약 국내 유통 우려
마약 특유의 냄새 없애기 위해 딸기, 초코렛, 콜라향 첨가도

‘대마강정’이 국내에 처음으로 적발된 것은 지난 7월2일이었다. 인천공항세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의정부지검 형사3부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공항 화물검색대에서 우편물들을 확인했다.
‘도서’로 표기된 포장박스 2개에는 각각 강정 12개와 압축 포장된 진액이 나뉘어 있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세관과 검찰은 수사에 나서기 시작했고, 11일 대마를 밀수입한 캐나다인 D(32)씨를 구속기소했다.

‘대마강정’ 국내 첫 적발 이후

검찰에 따르면 D씨는 지난 6월초 동두천시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외국에 서버를 둔 특정 사이트에서 강정 형태로 만들어진 대마 1천6백76g과 대마 엑기스 추출액 일명 ‘버더’를 5g을 60만원에 구입했다.
검찰 조사 결과 D씨가 밀수입한 ‘대마강정’은 앞으로 국내의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이 수월하고, 한국인에게 친숙한 강정 형태로 만들어 반입한 것으로 보아 이미 많은 양의 마약이 국내에 유통됐을 거라는 추측이다.
게다가 버더는 해시시 보다 환각 효능이 수 십 배나 강력한 신종 마약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1번 적발됐을 뿐 그 동안 적발이 쉽지 않아 국내에서 버더는 생소한 편이다.
하지만 순도 95%이상을 지니고 있어 단순히 맛만 보더라고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효과가 강하고 위험하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 한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마를 여러 형태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사기 등을 이용하지 않고 쉽게 거부감 없이 복용할 수 있어 국내에 유통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에서는 “D씨로부터 강정 등을 제공받은 수강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며 “대마와 신종 마약 등을 판매하는 불법사이트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역시 해외의 다양한 신종 마약이 반입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은 유학생들이 국내로 일시 귀국하면서 마약이 대량으로 반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신종 마약’에 대한 경계령을 내린 것.
이에 따라 경찰청은 해당 마약에 대한 경찰 실무자들의 특별 교육을 지시하는 한편 ‘대마강정’처럼 해외 웹사이트에서 음식 형태의 마약을 주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 수사를 강화했다.
경찰청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마약은 ‘캔디 마약’과 ‘치즈마약’으로 전해졌다. 캔디마약은 지난 1월경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중국 상하이와 칭다오 등에서 제조돼 거래되고 있다.
마약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헤로인을 사탕 모양으로 만들어 딸기, 초코렛, 콜라 등의 향신료를 첨가했다. 이로 인해 신참 투여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도 덜해 인기라고.
치즈마약은 헤로인을 감기약 가루에 섞어 누런 치즈 색깔의 분말로 만든 것으로 이 마약 역시 미국의 한인 유학생 등에게 유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텍사스 지역에서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유통 범위가 점차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마약’도 급부상하고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페루 리마에서 경찰이 급습하면서 처음 적발한 플라스틱 마약은 코카인에 황산과 녹색 염색약을 혼합해 판(板) 모양으로 제조한 것으로 X선과 마약탐지견 수색에서도 적발되지 않는다.
국내 마약 반입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약사범들은 새로운 기술의 ‘신종 마약’을 계속해서 내 놓고 있는 상태다. 경찰들 역시 그들의 솜씨(?)에 혀를 내두를 정도.
마약수사 한 검찰 관계자는 “신종으로 불리는 캔디마약과 치즈마약은 말로만 들어봤지 국내에서 적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 실체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라며 “특히 메스암페타민 같이 무색무취의 마약에 향을 첨가할 경우 수사에 혼란을 빚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발은커녕 분별도 쉽지 않아

현재 마약수사관들은 맛으로 마약을 구별하게 될 경우 위법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각 마약별로 시약 테스트를 하고 있다.
숙련된 마약수사관들은 결정체로 메스암페타민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다른 물질과 합성될 경우 신종 마약의 적발은커녕 분별도 쉽지 않다는 게 마약수사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마약수사관은 “마약사범들의 반입 방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갈수록 교묘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시민들도 수사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마강정’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 형사 3부는 당초 대대적인 수사 계획과 달리 검찰 조사 한 달이 지났지만 수사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D씨가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는 이미 폐쇄가 된 지 오래다. D씨 외에 접속한 사람은 물론 판매자 및 국내 구매자 모두 찾을 수가 없는 상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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