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케팅 전쟁에서 얻게 될 전리품을 위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제28회 하계 올림픽에 대한 성원으로 국내 선수들의 승부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요즘이다.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는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피곤쯤은 얼마든지 감수한다.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은 더위와 경기침체에 지친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달랠 위안거리를 제공했다. 또 다른 승부 마케팅 전쟁 치열하게 펼쳐지는 각국 선수들의 메달 경쟁 못지 않게 그 이면에서 펼쳐지는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또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이번 올림픽의 공식 후원업체는 11개 업체다. 청량음료는 코카콜라, 정보기술 분야는 Atos Origin, 생명보험/연금 분야는 John Hancock, 필름/사진 이미지 분야는 KODAK, 음식 서비스 분야는 McDonald's, Audio/TV/Video 장비는 Panasonic, 무선통신 분야는 Samsung, 정간물/신문/잡지 등 출판 분야는 Sports Illustrated/Time, 우편/항공 화물 운송서비스 분야는 UPS, 신용카드 분야는 Visa, 복사기 및 장비분야는 Xerox, Timing, Scoring systems and Services 분야는 Swatch가 선정되었다. 이들은 공식 후원업체가 되기 위해 적게는 5000만 달러에서 많게는 1억 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다. 올림픽 스폰서십의 효시로 꼽히는 사례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코카콜라가 미국 선수들에게 음료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그 사실을 고지한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것은 1960년 로마 올림픽이 최초로 TV중계된 이후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진출을 시작하면서 올림픽 스폰서십을 해외 마케팅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특히 1984년 LA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사이래 최초로 "스포츠 마케팅 혁명"이 있었던 올림픽으로 2억 달러 이상 흑자를 일궈냈다. 이에 고무된 당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1985년부터 공식 스폰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국내기업들의 참여 부족 국내기업 중 아테네 올림픽의 공식 후원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무선통신분야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이래 올림픽 마케팅을 주도해 오고 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성화봉송에도 공식 후원업체로 참여했다. 27개 국가 35개 도시에서 열린 성화 봉송 행사에서는 축구 영웅 펠레나 미국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윤종웅 부회장까지 참여해 세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림픽 최초로 와우(WOWㆍWireless Olympic Works)서비스란 이색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의 경기 일정과 결과, 메달 순위 등 올림픽 관련 정보를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현대자동차는 지역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조직위원회에 공식차량으로 그랜저 XG등 500대를 지원하는가 하면 경기장 주변에서 운행되는 2층 짜리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이 행사를 활용해 브랜드인지도를 높이고 매출 확대를 모색하려는 이른바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 전략적 우회마케팅)이 달아오르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은 `매복'이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한 대규모 투자예산을 절감하면서, 간접적인 마케팅활동으로 공식 후원업체 못지 않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특히 갈수록 대형 스포츠행사 주최측이 공식 후원업체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맞서, '적정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자사제품과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으로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KTF가 공식 후원업체로서 월드컵 휘장을 사용하며 직접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때, SK텔레콤이 `붉은악마'를 통해 월드컵 행사를 간접적으로 연계시킨 것이 대표사례로 꼽힌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LG전자는 엠부시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통한 공식 스폰서쉽을 맺지는 않았지만 멕시코 올림픽 위원회와 중국 탁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함으로써 아테네올림픽을 자사 브랜드이미지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현지법인을 활용하여 아테네로 통하는 공항로와 피레우스항을 운행하는 페리의 외부에 대형 빌보드 간판을 설치하고, 아테네시 지하철 내에도 자사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광고판을 부착하는 등 올림픽 행사를 위해 아테네를 찾은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LG 브랜드 알리는 직접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것이 소위 말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같은 잘 나가는 기업만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실제로 세계 시장에서도 올림픽 스포츠 마케팅 현장은 몇몇 초일류 기업들만의 홍보무대로 자리를 잡아 버렸다. 이는 일단 선정되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기 때문인데, 공식 후원업체들의 권리는 다음과 같다. ① 오륜마크 사용권 TOP은 올림픽 심벌인 오륜마크를 광고나 자사제품(단, 참여품목에 한함)에 부착하여 IOC 가맹 197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② 제품의 우선 공급권 올림픽 운영과 관련된 제품에 대해, TOP(The Olympic Partner)은 자사제품을 우선적으로 대회조직위원회에 납품할 권리를 갖는다. 실제로 올림픽 개최지에서는 이들 TOP의 제품이 개최도시를 뒤덮고 있을 정도이다. 올림픽 운영에 필요한 컴퓨터는 전부 IBM이 공급하고, 방송장비는 마쯔시다(파나소닉)가, 필름은 코닥, 청량음료는 코카콜라가 공급하여 타 경쟁제품이 파고들 여지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③ 차기 올림픽 우선 후원권 TOP은 또한 차기 올림픽 후원의 우선권을 갖는다. 예를 들면, 청량음료의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코카콜라는 차기 올림픽에 우선적으로 후원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코카콜라가 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IOC는 이 품목을 코카콜라의 경쟁사인 펩시에 판매할 수 없다. 이러한 공식적 권리를 근거로 대회조직위원회는 아테네 올림픽 기간동안 공식후원업체 경쟁사의 제품이나 로고가 크게 그려진 모자, 티셔츠 등을 입거나 갖고는 입장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제한조치들로 인해 관람객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거액을 지불한 공식 후원업체의 경쟁사 제품이 혹시라도 방송매체와 관람객들의 이목을 통해 무임승차식 광고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들만이 전리품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대외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개최지와의 비즈니스가 많은 기업만이 세계 최대 스포츠 제전의 마케팅 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드시 대회 조직위원회에 거액을 내고 하는 공식 스폰서만 올림픽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기간과 경기장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준비된 전략과 노력으로 마케팅 성과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거둘 수 있다. 4년 후인 2008년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의 글로벌 마케팅 효과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중국 내 진출기업의 마케팅 전쟁이 어느 대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리라고 전망되고 있다. 중국정부와 기업들은 올림픽을 중국경제의 일류화와 세계 무대에서의 주도권 확보의 분기점으로 삼고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 또한 올림픽 이면에서 벌어지는 마케팅 전쟁에 참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사표시와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연마해야 한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몇몇 기업에 국한되어 경제적 특권을 누리는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마케팅 전쟁에서 전리품을 얻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이석기 기자 lsk3187@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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