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제사회 여론 안 좋아” 지적…통일부 “제3국서 살포하는 건 적용 안 해”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뉴시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국제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인권 중시를 촉구하면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고하라고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출연해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 의결과 관련 “이게 북한 인권 증진이란 공동 목표를 희생시켜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며 “미국은 수년 동안 북한과 같이 폐쇄된 나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편견 없는 뉴스와 정보 배포를 지원해왔다. 이 법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측과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그는 미 의회가 지난 회기에 북한인권재승인법을 통과시킨 점을 거론하면서 “이 법은 구체적으로 USB 드라이브와 SD카드와 같은 수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편견 없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승인했다”고 강조했는데, 비단 엥겔 위원장 뿐 아니라 마이클 맥카울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도 앞서 VOA에 나와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 되는 데 달려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문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의회 내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민주당 제럴드 코넬리 하원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법안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급기야 미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측은 VOA에 “내년에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회 연설 당시 새터민 출신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던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측에 따르면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내년 개최할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공동 작업을 제안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는데, 스미스 의원은 한국의 시민단체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예고한 데 대해서도 “법 저지를 위한 수단으로 좋은 생각”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국무부에서도 앞서 지난 21일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대북정보 유입 노력을 저하시키는 데 대한 우려는 없느냐’는 VOA의 질문에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북한으로부터 정보 유입을 증대하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라며 문 정부와 온도차를 보였는데, 캐나다까지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크리스텔 차트랜드 글로벌부 대변인이 “의사 표현의 자유는 사회 내 인권 실현을 위해 중요하다. 캐나다는 세계인권선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롯한 국제 인권 조약에 명시된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문 정부를 압박했다.

심지어 크리스텔 차트랜드 대변인은 “의사표현의 자유가 번영하는 사회의 주춧돌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는데, 이 같은 입장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17일 CNN방송에 나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제한될 수 있다’고 했던 발언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럽에서도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는데,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과 영국 의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의 벤 로저스 부위원장 등은 “한국이 이 법안 공포를 재고하도록 촉구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서한을 영국 외무부에 전했으며 국경 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레 대표와 독일 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레켈스 대표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해 법안 정식 발효 전 재고를 촉구하겠다고 국제적 압박 움직임에 나설 뜻을 표명했다.

이처럼 미주와 유럽에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비판적 반응을 속속 내놓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여론이 매우 안 좋다. 우리가 과연 인권에 대해 실질적 관심을 가진 나라인지 국제적 의심을 받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김정은·김여정 두 사람의 말을 들어 결국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문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지난 22일 외교부에선 최영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미국의 행정부, 의회 및 관련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접촉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제3국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에 대해선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음도 설명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24일 통일부에서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표현의 자유 핵심을 이루는 내용 등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 특정한 표현 방식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점, 제3국에서의 행위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란 점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일부는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적용대상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는 해석지침안도 작성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을 거쳐 법 시행 전까지 제정을 완료하겠다고 부연했는데, 당장 해당 법안 자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제사회를 완전히 설득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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