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 확보 물량 비공개로 일관…언제 어떤 백신 맞을지 몰라
中 제약회사들, 백신 수출 러시
중국산 백신 수입 가능성에 국민 ‘불안’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수입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해외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중국 제약회사들이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 4억회분의 백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온라인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온라인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르면 내년 2월 국내 접종 시작한다지만 공급량 따라 늦어질 수도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 및 예방접종 계획안’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 1000만명분은 내년 1월 계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연내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얀센·화이자와는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들여오고 언제 접종이 시작되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일하게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3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연내 승인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옥스퍼드대가 지난달 공개한 임상 결과 발표에서 나타난 복용량에 따른 효능 차이 등 일관되지 않은 결과로 인해 백신 효능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승인이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도입은 미 FDA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며 “FDA는 미국 기관이고 우리나라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백신 국내 승인은 식약처가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식약처는 미 FDA 승인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처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에 대해 허가신청 전 사전검토를 신청한 상태다.

만약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가하더라도 백신 도입 시기은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는 구매 약관 체결 등에 따라 후속 조치로 도입 백신 허가심사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확보 물량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내년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0만 도스(75만명분)를 들여온다’는 23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2~3월부터 들어오도록 돼 있으며 물량에 대해서는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밝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에 있는 국영 제약사 바이오파마 관계자들이 이날 도착한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상자들을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에 있는 국영 제약사 바이오파마 관계자들이 이날 도착한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상자들을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 중국 제약회사 백신 수출 잇따르고 있어

한편 중국 제약업체들이 해외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4억회 접종분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 조사업체 에어피니티와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혁신센터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약그룹 시노팜과 시노백, 칸시노는 남미와 중동, 아시아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가 시노백 백신 1억2550만회분, 시노팜 백신 6000만회분, 칸시노 백신 2000만회분을 각각 수입해 가장 많은 양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밖에 터키(시노백·5000만회분), 브라질(시노백·4600만회분), 멕시코(칸시노·1000만~3500만회분), 필리핀(시노백·2500만회분), 칠레(시노백·2000만회분), 모로코(시노팜·1000만회분), 홍콩(시노백·750만회분) 등이 중국 제약회사 백신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는 시노팜의 백신이 3상 임상시험 결과 86%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히며 수도 아부다비 주민을 대상으로 시노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먼저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바레인은 이날 시노팜 백신 사용을 승인했고, 이집트도 UAE를 통해 시노팜 백신을 공급받았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공재로 보고 개발도상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중국의 개도국 대상 백신 수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CMP도 “공개되지 않은 계약들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제약회사의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데이터의 투명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백시놀로지컨설팅 존 도넬리 총장은 “(시험 결과를) 검토할 기회가 있기 전까진 누구도 이 백신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으며, 미국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ASG)의 샤오칭 보잉턴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산 백신과 관련한 안전 스캔들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국회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화상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
박병석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국회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화상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

◆ 중국 제약회사 백신 수입 가능성 있나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1일 국회 영상회의실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화상회담을 갖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국제적 공공재로서 공평한 접근권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한중 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하신 동북아 방역보건체계에 대해 중국이 적극 호응해준 것에 대해 높은 평가 말씀을 드린다”며 “동북아 방역보건체계가 조속히 출범해 양국간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이러한 역내 방역 보건 협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리 위원장은 “중한 양측은 가장 먼저 상대방한테 방역 지원을 제공했고, 가장 먼저 합동 방역 협력을 전개했으며 가장 먼저 인적 교류를 위한 신속 통로를 개설함으로써 국제 방역 협력을 위한 모범을 세웠다”며 “백신 및 치료제의 연구개발 및 활용 등 분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양국 각 분야의 교류에 힘을 보태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제대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으면서 중국산 백신을 수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가 중국산 백신 수입하기 위한 큰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중국산 백신은 맞고 싶지 않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중국산 백신뿐만 아니라 임상 3상에 있는 백신들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보고는 있지만 (중국산 백신을) 꼭 수입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은 정보수집 차원이고, 임상 3상 결과들이 나와야 (수입 등의) 결과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백신 수입은 식약처와도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여부를 당장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정부의 내년 R&D(연구개발) 예산은 27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투입돼 코로나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확보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어졌다는 야권 등의 지적에도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의 백신 개발 노력에 국한해서만 격려 발언을 했을 뿐 해외 제약회사로부터의 백신 수입에 대해서는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금 국민들은 '백신을 언제 사와서 맞을 수 있나?'를 묻고 있는데, 대통령은 ‘국내에서 개발해 줄 테니 기다려라’고 말하지 않는가”라며 “달나라 대통령의 동문서답”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백신과 치료제를 국내 개발하기 위해 정부 R&D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좋다”며 “언젠가 국내 과학기술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만 있다면 그건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도, 바이오제약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백신을 당장 만들 능력은 없다”며 “"백신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강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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