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일후보’ 나올까 與 긴장 역력하지만 국민의힘-국민의당 간 ‘밀당’ 여전

안철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안철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권주자급 인사들 중에선 처음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정치권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거나 시큰둥한 상황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野 인물난 노렸던 與, 安 등판에 맹비난…‘긴장’ 반증하나

앞서 안 대표는 지난달 6일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몇 번만 더 들으면 백 번 듣는 질문”이라고 답할 정도로 그간 대권에만 관심을 두어왔던 만큼 그의 전격적인 서울시장 보선 출마 선언엔 여야 모두 경계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당초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중도하차하면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야권 후보가 유리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다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한 야권 후보들이 대부분 전직 의원이거나 구청장 출신이었던 반면 대권잠룡, 당 대표급 인물 중에선 사실상 첫 출마 선언이기에 민주당은 안 대표의 등판에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록 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6~8일 서울시민 809명에게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95%신뢰수준±3.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여당 인사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6%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놓고 나경원 전 의원(19.5%)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거나 여성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8~9일 실시한 서울시장 여성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박 장관이 27.9%로 나 전 의원(27.7%)과 1위를 놓고 초접전을 벌이는 등 여당에는 박 장관이란 걸출한 후보가 있다지만 정작 박 장관은 출마 여부를 물어도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차기 대선 전까지 사실상 마지막 선거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정 후반기 평가부터 정권 재창출 가능성까지 가늠해볼 시험대란 성격이 커 겨우 임기 1년짜리 시장을 선출하는 선거라지만 결코 가벼이 볼 수는 없는 상황인데, 안 대표가 그가 언급한 ‘야권 단일후보’로 나올 경우 여당엔 한층 어려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선지 민주당에선 안 대표에 한 목소리로 견제구를 퍼붓고 있는데, 안민석 의원은 “한때는 새정치의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으며 유기홍 의원은 “그가 출마하면 중도사퇴할 리 없으니 민주당 입장에선 야권 분열을 노릴 수 있다만 우리 정치가 너무 희화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진심으로 충고한다. 헛꿈 꾸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21일엔 지도부에서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혹평을 쏟아냈는데, 신동근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지금의 낮은 인기로는 대선에 출마해봤자 라는 생각에 대선 출마 발판으로 서울시장 보선에 나서는 게 아닌가. 출마는 없다고 했다가 바로 말 바꾸는 모습으로는 최소한의 신뢰도 얻기 힘들다”고 경고했으며 노웅래 최고위원도 “정권교체를 위해 한 몸 던지겠다고 했으나 정작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저쪽이 미우니까 나를 찍어달라는 유치한 말이나 분풀이 선거 대신 세계 10대 도시 서울을 혁신안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선거가 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박성민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여당 입장에선 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경각심 갖고 볼 수밖에 없고 긴장하거나 동향 살피는 움직임이 있는데 안 대표 출마 선언 이후엔 그런 게 여권 내에서 보이지 않았단 점에서 큰 변수라고 고려 안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으며 이원욱 의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아예 “서울시장 가능성이나 있겠나. 잊히고 싶지 않은 몸부림 아닐까”라고 평가 절하했다.

◆ 국민의힘, 安 등판에 ‘경선 방식’ 쟁점으로…野 주도권 경쟁 연장선?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전 의원(좌)과 조은희 서초구청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전 의원(좌)과 조은희 서초구청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여당의 폄하에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들의 비방은 대깨문 점수 따기용 충성 맹세이기도 하지만 그 배경은 안 대표 출마에 따른 서울시장 선거 패색이 짙어진 데 따른 불안감에 있다. 그만큼 안 대표가 위협적 존재임을 여당 스스로 입증해주고 있다”고 반응했는데, 문제는 여당 뿐 아니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일단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5명이나 나온 만큼 당장 출마 후보들부터 안 대표의 출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모두가 표면상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도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입문 10년 동안 한 번도 경선하지 않고 꽃가마 탄 특권 의식이나 이번에도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철수는 안 된다”고 역설했으며 김선동 전 사무총장은 21일 페이스북에 “103석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미스터트롯 방식의 인물발굴에 나서면 된다. 섣불리 원샷 경선판을 벌리면 오히려 그저 이름값 경선판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안철수 원샷 경선론’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원샷 경선’이란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야권의 모든 후보들이 모여 반문 빅텐트 아래에서 통합경선을 치르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이 경우 인지도 높은 후보가 유리해지는 만큼 일각에선 이렇듯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금태섭, 국민의힘 모든 후보들이 용광로 속으로 뛰어드는 범야권 공동경선을 하자”고 주장한 데 이어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국민의힘에서 열심히 경선을 거쳐 승리한 후보가 당 밖의 안 대표와 한 번 더 단일화 경선을 치루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통합경선 방식을 간곡히 제안한다”고 원샷 경선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보궐선거 경선과 관련해 저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박수영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합당해서 경선해도 좋고 국민의힘 최종후보와 막판 경선을 해도 좋다. 무조건 문 정권 종식시키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빅텐트를 지금부터 만들어가자”며 통합경선이나 순차경선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면 전주혜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스터트롯 첫 회에서 임영웅 씨를 아는 국민이 몇이나 있었나. 지명도는 흥행하는 경선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미스터트롯’식 경선방식에 지지를 표했다.

이렇듯 저마다 백가쟁명식 제안이 나올 정도로 결국 경선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가 이른바 야권단일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인데, 현재 국민의힘 경선 룰은 예비경선의 경우 100% 국민여론조사(본선 진출 4명 결정)와 시민검증위원회의 검증, 1대1 토론회 등이 포함되며 본경선에선 국민여론조사 80%, 책임당원 20% 비율로 반영되고 시민평가단이 구성되며 정치신인 가산점 등이 도입된다.

안 대표로선 국민여론조사 비율이 높을수록 어느 정도 해볼 만하겠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보궐선거인데다 본경선의 책임당원 20%는 타당 출신 후보인 만큼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대권 포기까지 선언하며 등판했지만 자칫 국민의힘 후보 탄생에 ‘메기 효과’만 내고 재보선 경선 탈락과 함께 그대로 향후 정치적 입지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 安 “유·불리 따지지 않겠다” 공언했지만 국민의힘 입당엔 선 긋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의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의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가 출마 회견을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사뭇 온도차가 감지되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시 다 같이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들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논의해본 사실은 없다”고 에둘러 선을 그었으며 이태규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국민의힘이 우리 경선에 들어와서 같이 하자고 그분들 입장에선 얘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은 또 다른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관점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덩치는 크지만 확장성에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중도와 실질적으로 문 정권에 실망한 합리적 진보까지 끌어들이지 않으면 내년 보궐선거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그런 측면에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얘기되는 것이지, 안 대표 본인은 보수가 아니라고 분명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다”며 ‘보수 단일후보’란 시각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20일 회견 때만 해도 안 대표가 국민의힘 합류나 입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 교체를 위해선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하고 단일 후보로 맞서 싸워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답한 데 이어 국민의힘과 통합경선할지 묻는 질문에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한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공언한 데에 비추어 보면 이젠 전제조건이 구체화되는 듯한 모양새인데, 이를 예견했는지 정진석 국민의힘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를 향해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야권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겸허한 자세와 희생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회의에서 안 대표 출마 소식에 “여러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일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달 ‘문 정권 신적폐청산 범국민운동’이나 ‘야권 혁신 플랫폼’ 등의 화두를 던지면서 국민의힘과 야권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범야권 연립정부’라는 새로운 화두를 또 제시했는데,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연립 지방정부로 구성하겠다는 의미로 일각에선 야권혁신 플랫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구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도 없진 않은데,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의 출마 결단을 야권 혁신 연대의 돌파구로 만들어야 한다. 김 위원장도 안 대표의 야권혁신 플랫폼 제안에 긍정적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데다 김기현 의원도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제 야권연대를 위한 시작을 반쯤 했으니 나머지 반만 채우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줘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안 대표와 국민의힘 간 재보선 후보 단일화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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