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정치권에선 제각기 엇갈린 반응을 보였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한껏 경계한 듯 혹평을 쏟아낸 반면 야권 일각에선 벌써 범야권 경선을 치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민주당 더K서울선거기획단장인 김민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선거마다 출마하는 정치인으로 변모한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며 “과정과 결과가 어떠하든 다음 대선에도 또 나올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선에 마음을 둔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와의 기싸움으로 과정은 아름답지 않을 것이며 그 불순함은 야권 단일화와 대여투쟁으로 포장될 것”이라며 “시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입지를 먼저 바라보는 불순한 의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출마선언? 꼭 불출마 선언 같다’란 제목의 글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말 못하는 홍길동처럼 국민의당 후보라고 당당하게 말 못하는 홍길동 후보가 나타났다.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서도 ‘당당하게 국민의당 후보로 싸워서 이기겠노라’고 말 못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겠다고 말했다”며 “출마선언부터 국민의당 안철수로는 못 이기니 야권 단일화 하자고 하면서 먼저 꼬리를 내린 건데 그런 약체 후보 지지율이 오르겠는가? 출마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바짓가랑이를 잡은 건데 그래서야 단일화인들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안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의원은 “설령 국민의힘 측에서 응한다 한들 안철수가 국민의힘 후보를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안 후보가 이길 것 같으면 (국민의힘이) 응하지도 않을 것이고, 안철수는 예비후보도 그칠 공산이 크다”며 “결론적으로 오늘 안철수의 출마선언은 불출마선언 같고 안철수의 출마선언이 아니라 홍길동의 출마선언 같은데 출마선언은 했으되 완주를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정의당도 이날 정호진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안 대표의 차기 서울시장 도전에 대해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대체 누가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줬다는 건지, 안 대표 본인의 바람을 말한 것 같아 그저 안쓰럽다”며 “집권여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모두 야당으로 정의당도 야당이며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연대해 보수야당 단일후보를 하든 말든 정의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같은 날 오신환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을 높이 평가한다. 문재인 정권 심판과 서울 탈환의 전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안철수, 금태섭 그리고 국민의힘 모든 후보들이 문 정권 심판과 서울 탈환을 위해 함께 용광로 속으로 뛰어드는 범야권 원샷 경선, 범야권 공동경선을 제안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또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출마를 환영한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야권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야당 승리의 플랫폼이 돼 안 대표도, 금 전 의원도 합류하고 야당 체질을 혁신하고 중도 지향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비호감을 줄여나간다면 서울시장 뿐 아니라 대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안 대표의 출마는 반드시 야권 단일후보를 전제로 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 방식엔 순차경선과 통합경선의 두 방식이 있는데 순차경선은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와 막판 단일화하는 방식”이라며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열심히 경선 거쳐 승리한 후보가 당 밖의 안 대표와 한 번 더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만약 안 대표가 이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출마는 야권 단일화가 아닌 본인 단일화의 고집 밖에 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안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잠룡 중 처음으로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통합 경선 등 국민의힘과 함께 하는 방법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밝혔으며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김 위원장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어떤 분이라도 만나 연대와 협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차기 대선에는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인데 (대선을 포기하고 보궐선거 출마한다는 건) 2022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으로 재출마한다고 보면 되겠느냐는’ 질문엔 “전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지금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지 못하면 야권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많은 분이 말씀하셨고 저도 거기에 동의해서 제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