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2개월 정직’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내면서 문재인 정권과의 일전을 불사하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표면상으론 ‘삼권분립’의 민주국가라고 하나 지난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3분의 2 가까이 점유한 이래 야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국회마저 여당의 입법독주만 이뤄지는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만큼 이제는 간신히 윤 총장과 사법부 일부만 문 정권의 폭압적 독재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혹자는 문 정권이 윤 총장 압박의 명분으로 삼는 이른바 검찰개혁은 검찰만의 문제일 뿐 서민들 민생과는 별 관계도 없다며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문 정권 행태를 보면 윤 총장의 일은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 현 정권 하에선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모두의 일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앞서 문 정부는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임명을 강행한데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까지 강조한 게 언제였냐는 듯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관련 수사를 검찰이 진행하자마자 수차례에 걸친 법무부장관의 이례적 수사지휘권 발동은 물론 사상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집행정지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윤 총장을 압박해왔다.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앉혔던 검찰총장에게도 이럴진대 앞으로 자신들에게 거슬리는 어느 누구든 무슨 무리수를 둬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의지를 이미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조국·윤미향 등등 민주당 정권의 위선적 행태는 이미 굳이 증명하려 들지 않아도 널렸을 정도로 분명하지만 전임 정권들에 대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는 적폐청산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던 윤 총장마저 자신들을 수사한다고 이제는 적폐 취급을 하니 세상에 이런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나.

차라리 잘못했으면 시행착오로 삼아 고쳐나가면 다행인데 오로지 자신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 빠져 무리한 정책으로 부동산 폭등의 역효과를 내고 청년실업이 쏟아지는 상황을 초래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검사든 판사든 모두 수사하겠다는 공수처를 만들어 대통령직속기관인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두겠다고 하니 현 정권의 모습이야말로 그들이 늘 입에 달고 살던 독재정권이자 적폐 그 자체 아닌가.

이제는 야당 무시는 당연하고 국민 여론조차 개의치 않는 것인지 필리버스터조차 표결로 중단시키고 의석수를 앞세워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데, 여당에서 주장하는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단 ‘검찰’조자 이들의 전횡을 막아내지 못하면 과연 어느 누가 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겠는가.

오죽 제멋대로면 호남 출신의 진보 판사인 조미연 부장판사조차 보다 못하겠는지 법무부의 무리한 윤 총장 압박에 제동을 걸었는데, 이에 범여권에선 최강욱, 홍익표, 이수진, 우원식 의원 등이 판사 탄핵을 주장하거나 자신들 유·불리에 따라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재단하는 등 급기야 사법부까지 장악해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4년 가까이 집권하는 동안 국민들까지 자신들을 지지하는 이들과 아닌 자들로 나누어서 국정을 운영하고 자신들을 거스르면 적대하는 것은 물론 심판하겠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이들의 칼날이 단지 판·검사들만 쳐낸 채 거두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독일 의회를 장악한 채 정부에 모든 권력을 이양하는 수권법을 통과시켜 법치를 표방한 독재를 완성시켰던 나치당이 이미 보여준 바 있는데, 특히 그 시절을 직접 겪은 목사 마르틴 니묄러의 전후 1946년 연설을 바탕으로 한 ‘그들이 왔을 때’란 시는 정권의 전횡에 무관심·방관한 결과가 결국 자신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어 비단 과거 얘기가 아니라 2020년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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