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하차에 尹 ‘맞수’ 文으로…文 엄호 나선 與와 공세 강화하는 野

문재인 대통령(좌)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편집 / 공민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좌)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편집 / 공민식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과(2개월 정직)를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하는 동시에 장관직 사퇴 의사도 표하면서 수개월 동안 이어져온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결은 이제 윤 총장과 문 대통령 간 대결 구도로 본격 재편되는 모양새다.

◆ 秋 사의에도 尹 ‘불복 소송’ 불사…이제는 文·尹 전면전으로?

그간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충돌에도 대체로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여 왔던 문 대통령이 16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 제청과 사의 표명에 즉각 반응하면서 드디어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윤 총장과 일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윤 총장 징계 재가 당시 추 장관에 대해선 특별히 감사를 표하면서도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내놔 사실상 징계에 불복하는 윤 총장을 본격 압박했는데, 윤 총장도 물러서지 않고 곧바로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방침이어서 이제는 윤 총장과 문 대통령이 맞붙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사법부 판단에 따라 희비가 갈리게 된다는 점에서 앞서 법원의 효력 정지 판결로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이 무력화됨으로써 윤 총장만 한껏 힘을 받았던 경우처럼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충돌해봤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은데, 일단 윤 총장이 대통령의 맞수로 비쳐지게 되면 소위 ‘(윤 총장의) 몸값’만 높아지게 되는데다 현재 여론 동향조차 문 대통령에 그다지 유리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직 2개월이라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놓고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전국 500명에 조사한 ‘징계 강도 관련 국민 여론’ 집계 결과(95%신뢰수준±4.4%P), 49.8%가 ‘강하다’고 답한 반면 ‘약하다’고 답한 비율은 오차범위 밖인 34%에 그쳤으며 동 기관이 TBS의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1507명에게 조사해 17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도 부정평가가 59.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기간 동안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실시해 이날 공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41%로 나왔으며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4%P 오른 53%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싸늘하다 보니 윤 총장과 직접 맞붙는 상황도 부담스러웠는지, 이미 윤 총장 측에서 이번 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17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행정소송을 내지 않았고 소송을 내더라도 따로 입장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피고는 대통령님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일견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 野 “文, 총장 징계 드라마 총괄”…與 “尹, 대통령에 전쟁 선언”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강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강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하지만 이미 윤 총장을 놓고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는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이 윤 총장과 직접 맞붙듯 비쳐지는 것을 꺼리는 청와대와 달리 여당에선 윤 총장이 임명권자에게 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진사퇴 결단을 내리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먼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겨냥 “본인이 사임해야 하는데 버티기를 하니까 이제 한판 해보자는 건데 참 안타깝다.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대통령과 윤 총장이 각을 세우게 되는 그런 페이지가 될 것 같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과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보고 이러다 결국 자멸할 것”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본인이 사랑하는 검찰조직을 위해 결단할 때는 결단해야 한다. 정직이란 자체가 중징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윤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총장이 그동안 징계절차를 매우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어왔다. 적어도 징계가 왜 이뤄졌는지 본인이 좀 받아들여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강 전 수석은 윤 총장을 향해 “지금까지는 추 장관과의 싸움이었다면 재가가 난 이제부터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싸워야 되는데 계속할 것인가. 본인이 억울하면 따져보는 수단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과 싸우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압박했는데,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법원 판결도 의식한 듯 “검찰총장 임기를 거론할 정도였다면 작년 조국 장관 사태 때 이미 윤 총장에게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을 건데 그때도 말이 없었고 지금 역시 없을 거라 생각한다. 법이 정한 총장 임기 문제나 이런 절차상 문제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라며 이번 징계가 총장 사퇴 압박 차원이란 시각엔 선을 그었다.

반면 야당에선 추 장관이 물러나게 되니 이제 공세 방향을 문 대통령으로 보다 뚜렷하게 집중시키고 있는데,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을 싸잡아 “두 분이 권력 사유화를 향한 환상적 플레이를 했다. 총장 임기제를 권력으로 부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오점이자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성일종 비대위원은 “마지막까지 추 장관 뒤에만 숨어 아무 책임도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윤 총장을 찍어내려 했던 것은 문 대통령 본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김미애 비대위원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는 사실상 검찰총장 징계추진위원회로 전락했고 문 대통령은 잘 짜인 막장드라마의 총괄 기획자”라고 꼬집었으며 정원석 비대위원은 “징계안 재가 순간 대통령은 이제 윤석열과 1대1 싸움에 몰입했다. 스스로를 윤석열과 동급이 되길 자초했으니 팝콘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秋 사의 표명·尹 징계 결과 놓고도 정치권 해석 분분

추미애 법무부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양정 사유가 담긴 검찰징계위 결정문 요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최강욱 의원 페이스북.
추미애 법무부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양정 사유가 담긴 검찰징계위 결정문 요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최강욱 의원 페이스북.

이렇듯 야당이 문 대통령에 공세를 집중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그간 앞장서서 윤 총장의 맞수가 되어온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심지어 추 장관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에 대해서도 저마다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진중권 전 교수는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이 물러나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지지율 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안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개인적 갈등으로 바꿔 ‘추 장관이 물러났으니 윤 총장도 물러나라’고 압박하려는 기동”이라며 “추미애가 토사구팽 당할 것이란 얘기는 오래 전에 이미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토끼가 안 죽었고 개만 죽게 된 것”이라고 ‘경질설’을 주장했다.

이는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가 의결된 지난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 당시만 해도 “앞으로는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국민의 검찰로 나아갈 것”이라고 발언했던 만큼 사퇴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인데, 그래선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권은 이번 사태를 추미애 논개 작전으로 마무리하려고 기획한 것 같으나 작전 실패다. 윤 총장이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추 장관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비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 완수되면 떠나겠다고 했던 추 장관, 그 검찰개혁은 윤석열 찍어내기였다.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대가는 국무총리? 첫 공수처장? 서울시장 후보?”라며 ‘경질론’과는 다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다만 추 장관의 초강수마저 법원 판결 등으로 무력화되며 조직 내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기껏 내놓은 징계 결과도 ‘2개월 정직’이란 용두사미로 끝난다는 점에서 일단 표면상 나온 문 대통령의 극찬과는 달리 검찰개혁 완수에 따른 자진사퇴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정직 2개월이란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 결과를 놓고도 일각에선 소송전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묘수란 평도 있지만 친문 인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기도 했는데,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엄중함을 고려하면 정직 2개월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고 이번 징계가 윤 총장에 면죄부를 주는 게 돼선 안 된다”고 비판적 반응을 내놨으며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별 사유만 해도 해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정직 2개월에 그친 것은 아쉽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래선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징계위 결정문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여기 나온 내용에 따르면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징계양정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나 이 사건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로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고 이 점에서 많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음”이라고 적시되어 있어 여론이나 법원을 의식한 후퇴가 아니라 당초 해임까지 검토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결과적으론 정직 2개월에 그쳤지만 윤 총장 측에선 이 같은 징계위의 징계양정 이유에 대해 “추측일 뿐 증거도 없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지적하면서 예고한 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집행정지 소송 절차에 착수했는데,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맞설 당시 강조했던 검찰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를 다시금 내세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 사퇴에도 윤 총장이 물러나기는커녕 배수진을 치고 나온 만큼 문 정권과 윤 총장의 운명을 쥔 법원이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윤 총장의 징계취소소송과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등은 최소한 반년 정도 걸리는 만큼 이번에도 효력정지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가 양측의 승패를 가를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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