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꾀주머니 역할로 끝나지 않는 킹메이커·책사의 조건·역할·운명

노병한 칼럼니스트
노병한 칼럼니스트

[노병한의 운세코칭]…<시대정신통찰과 미래예측능력 갖추고 대응전략 내놓아야 진정한 책사?>에서 계속…넷째, 책사는 자신의 진퇴(進退) 여부를 미리 내다보고 결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심지가 있어야 한다. 책사가 생각하는 수(數)가 맞지 않고 틀렸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홀연히 보따리를 싸들고서 초야에 묻힐 자세와 행동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책사는 최고 권력자인 주군과 조직의 운명을 가를 뿐 아니라 자신의 운명과 목숨까지도 좌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고 권력자를 도와 국가의 중대사를 디자인하고 집행을 하다보면 권력이 집중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결과 책사가 스스로 제 발등을 찍거나 종종 정적들의 제거대상이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중종의 든든한 개혁동반자였지만 후에 반역자의 신세가 되어버린 조광조가 그 대표적인 예(例)가 아닐까 싶다.

동양의 전설적인 책사들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주나라 문왕의 스승이자 책사였던 여상(呂尙) 강태공망(姜太公望), 후한말기 위나라 조조를 보좌하며 난세를 평정하고 천하 패권구도를 능소능대하게 설계한 최고전략가이자 책사였던 순욱(荀彧), 한나라 유방의 책사로 시가(時家)기문둔갑의 1인자였던 장량(?亮), 유비의 책사로 일가(日家)기문둔갑의 1인자였던 제갈량(諸葛亮)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량은 뛰어난 책사였지만 몸이 약해서 전투에 참가한 적은 없었으나 시가(時家)기문둔갑술로 전략의 큰 그림을 세우거나 잔꾀를 잘 냈다. 그는 건국공신으로 성공한 책사였지만 미래의 위기를 예견하고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는 권력의 비루한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토사구팽당하기 전에 미리 떠났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한고조가 공신들을 무참하게 도살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무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갈량은 군사권까지 휘두른 막강권력의 소유자였지만 천하통일에 실패하고 패전을 거듭한 끝에 허망하게 죽은 실패한 책사의 예이다. 그는 일가(日家)기문둔갑술을 활용해 전쟁의 책략과 전술은 갖고 있었으나 천하를 다스리는 덕목을 갖추지 못했음이 가장 큰 실패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고려시대 왕건의 옆에는 책사의 역할을 한 도선(道詵)국사가 있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책사로는 태조 이성계의 책사로는 무학(無學)대사와 5백년 조선왕조를 디자인한 정도전 그리고 태종 이방원의 책사로 등장해 계속해 3명의 임금을 요리한 하륜(河崙), 조선 제7대 왕 세조(수양대군)의 책사로 왕권중심의 체제를 설계한 한명회(韓明澮)가 있었지만, 또한 세조 때엔 발바닥에 왕(王)자를 가지고 태어난 안동김씨의 후손 기인(奇人)스님=학조(學祖)대사=학조(學祖)국사가 스승인 신미대사를 도와 한글창제의 보조역할과 전파역할을 해 한글창제와 반포에 혁혁한 공훈을 세운 숨은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역시 고려말기에 책사의 경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신통방통한 인물은 단연 정도전일 것이다. 그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는 격동기에 성씨를 바꾸는 역성(易姓)혁명을 통해 조선왕조를 설계한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욕심이 과했기에 정적의 칼을 맞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와는 달리 하륜은 이방원을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하고 왕권강화의 기틀을 다지면서도 스스로 욕심을 줄여 비극만은 면했다. 바로 하륜이라는 책사의 지혜와 슬기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도 책사라고 회자될만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예로 2012년 총선과 대선 때에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들고서 박근혜 캠프에 동행한 김종인 박사가 그 범주에 든다. 그가 들고 있는 화두(話頭)는 ‘1993~2005년 일본경제·부동산거품경제를 닮아가는 한국경제의 탈출구가 뭔가?’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책사보다도 더 무서운 강자가 있는 법이다. 최고 권력자인 제왕이 조언을 구하는 역술가·방술사·점술사들도 있음이니 말이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도 매일매일의 운세를 점치는 점술사의 조언을 듣고서 국가대사를 결정하고 움직였다함은 이미 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은 사람이 정책이고 제도이며 사상인 것이다. 사상·이념·제도·정책·개혁·혁신 등 이 모든 것들은 사람 즉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온전히 달려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책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책사는 책사로서의 조건을 갖춘 자가 그 역할을 다하고 자신의 운명을 미리 내다보고 처신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책사라 할 것이다.

책사들의 입장에서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법하다. 정치를 하든지 책사를 하든지 매사 무릎과 허리가 유연해야만 성공의 길로 갈 수가 있다. 여기에 풍수철학의 핵심인 구곡(九曲)의 지혜와 자연의 섭리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면 누가 믿으려할까?

□글/노병한:박사/한국미래예측연구소(소장)/노병한박사철학원(원장)/자연사상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