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해학스런 화해

아시아의 문화중심 도시가 되자! 광주민중항쟁의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전라도 광주의 밀레니엄 드림이다.

8월 21~22일, 무더위를 뚫고 제2회 광주국제공연예술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광주 북구 운암동 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세계문화상품 컨텐츠 개발작품인 <다시라기>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을 즐기러 온 관객들과 뜨겁게 만났다.

‘다시 낳는 아이’, ‘다시 태어나는 아이’라는 뜻의 다시라기란 작품명은 진도의 장례풍습에서 유래한다. 전 목포시립극단 상임연출가였던 김상일이 다시 태어나게 한 <다시라기>는 삶과 죽음의 갈등을 웃음과 해학으로 맺힌 한을 풀어 화해하게 만드는 연희극이다. 상가집에 찾아온 저승사자와 상두꾼들이 죽음을 놓고 대결한다는 설정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기다. 죽지 않으려고 저승사자를 가둔 상두꾼들. 그런데 만삭의 몸으로도 남자밝힘증이 자제 안 되는 넙쭉네가 저승사자에게 정욕을 느끼고 저승오라버니라 애교를 부리며 풀어주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그치지 않는다.

덕택에 저승사자는 넙쭉네의 도움으로 상갓집을 몰래 빠져나와 아이러니칼하게도 넙쭉네의 봉사 남편을 데리고 저승길로 사라진다. 거의 동시적으로 넙쭉네는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아이를 낳는다.

극의 막판 봉사의 죽음의 한을 달래주는 씻김굿은 가슴 서늘하게 처연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제까지의 관객을 웃겼던 해학과 유머는 이 씻김굿 대목으로 말미암아 짠한 슬픔으로 추체험된다.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이 어우러진 가운데 대사마다 촌철살인식의 사회비평을 가하는 봉사역의 윤희철의 연기는 관객의 박수를 가장 많이 받았다. 또한 윤미란이 맡은 넙쭉네는 억제할 수 없는 정욕 때문에 남편을 배신하고 말지만 나중에는 그 배신에 가슴을 쥐어뜯는 비극적 연기로 진한 여운을 선사해주었다.



본 공연은 광주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수준 높은 전통 연희극을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대중에게 한발 다가간 성공적인 시도가 되었다.






글 사진 기자 김성경 myster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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