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 조기 퇴진’ 골자로 뭉치는 보수…상호 ‘배신’·‘비방’ 이어지는 진보

주호영(왼쪽) 국민의 힘 원내대표와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좌) /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발언하고 하고 있다. (우) ⓒ뉴시스
주호영(왼쪽) 국민의 힘 원내대표와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좌) /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와 법무부·검찰 갈등 대리전으로 ‘강 대 강’ 충돌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수진영의 결속력은 강화되는 반면 진보진영에선 분열 조짐이 일어나고 있어 문재인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 ‘마이웨이’ 저지 방법 없던 보수, 위기감에 속속 결집?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이 같은 행보를 저지하지 못하는 데 대한 위기감에 휩싸인 보수진영이 그간의 여러 입장차를 떠나 점차 결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조짐은 1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도 분명히 감지됐는데, 이날 행사에는 원내정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뿐 아니라 국민통합연대, 바른사회시민회의, 원자력국민연대,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 모임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집결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이 자리를 마련한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우리가 독재정권에 맞서는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문재인 폭정을 막는 일에 하나가 됐으면 해서 이 회의를 제안하게 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도 흔쾌히 동참해준 것으로, 앞으로 우리가 하려는 문 정권 투쟁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문 정권을 조기 퇴진시키고 폭정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 범야권은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안다. 국민의힘도 해야 할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 역시 “문 정권의 무능과 폭정에 우려하는 마음은 다 같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가 문 정권에서 떠난 민심이 범야권으로 모여 나라를 재정립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호응했다.

이 뿐 아니라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보수우파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갈기갈기 찢겨 우리끼리 비난하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오늘을 기해 우리끼리 만이라도 70년간 이룩해놓은 대한민국의 성과를 4년 만에 허무는 저들의 책략에 대항하고 정상국가로 되돌려야 할 때”라고 보수결집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2018년 제가 가장 먼저 반문연대 화두를 던졌고 전광훈 목사,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윤상현·홍문종·권성동·김무성 의원이 모였는데 한 사람이 결국 반대해 반문연대를 못했다. 폭정 종식을 위해 똘똘 뭉쳐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그간 국민의힘이 ‘극우’라며 거리를 뒀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참석했는데, 그는 “폭정에 맞서기 위해선 양처럼 좋은 사람도 필요하지만 성난 민심이 모이는 자리도 필요하다. 이 모임이 확대돼 일주일에 한 번씩만 모인다면 문재인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정례화를 제안했고, 모두가 논의한 끝에 이번 연석회의를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나 ‘문재인 퇴진 투쟁 국민연대’, ‘문재인 정권 조기퇴진 투쟁 국민연합’ 등의 이름을 내건 대정부 투쟁기구로 출범키로 뜻을 모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까지 내놨는데, “문 정권이 구축한 행정부 단일국가 및 일당독재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한 앞으로 범야권 세력이 선거로 범여권 연합세력을 이기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국가자체가 없어지는 마당에 사소한 노선 차이는 무의미하다. 급선무는 문재인 반역세력을 조기 퇴진시키는 것으로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정권 퇴진과 국가 정상화란 대의명분 아래 일치단결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연석회의와 관련해 “나름 충정이 있어서 문 정부의 여러 문제점을 보면서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단 의견 개진이 있었단 얘기가 있었는데 범여권 연대란 개념을 가지고 투쟁할 수는 없다”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예상한 듯 앞서 연석회의에서도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가 김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을 일부 내놓기도 해 보수진영 결집이 과연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주진우 논란 이어 손혜원·이종원 공방도…친문 내 균열 일어나나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 사진 / 오훈 기자, ⓒ페이스북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 사진 / 오훈 기자, ⓒ페이스북

이처럼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반대로 진보진영에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 속에 점차 파열음이 불거지면서 내분 양상을 띠기 시작하고 있는데, 최근 김용민PD가 자신과 함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일원이었던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를 상대로 ‘윤석열 검찰총장 편이냐’며 진실공방을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9일엔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조국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친여 시민단체이자 여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중심 세력이었던 개혁국민운동본부 이종원 대표와 상호 설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손 전 의원이 지난 9일 열린민주당 창당 과정을 반추하면서 유튜브 채널 ‘손혜원TV’ 커뮤니티에 “개총수 이종원이 저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열린민주당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같은 날 이 대표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커뮤니티를 통해 손 전 의원을 겨냥 “평소 문 대통령에게 공공연하게 ‘XXXX’라고 (욕)하는 분, 김정숙 여사에게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말을 서슴없이 하는 분”이라며 “저는 문빠이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분과 절대 같이 할 수 없었다. 제가 거짓말한다고 변명할 거라면 고소하라”고 맞불을 놨다.

그러자 손 의원은 즉각 이 대표를 향해 “가짜뉴스 내리고 사과하지 않으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아예 “지난 선거기간 열린민주당을 그렇게도 짓밟았지만 참았는데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오늘 이종원을 고소한다. 형사, 민사 모두 검토하고 있고, 이종원이 헛소리한 자료들 캡처해서 제 페북메시지 또는 이 게시판에 올려 달라”고 본격 소송전까지 벌일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손 전 의원은 앞서 ‘윤석열편 아니냐’는 의혹을 받자 극구 부인한 주 전 기자를 향해서도 “해명보다 변명으로 들리고 진심보다 연기가 먼저 보인다”고 일침을 가하는 등 다른 친문 인사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그간 수면 아래에 머물렀던 친문세력 내 갈등이 이젠 내전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민주당·정의당, 쟁점법안 부터 개별 의원 간 설전까지 곳곳 ‘충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단 이 같은 장외전 뿐 아니라 원내에서조차 진보진영 내 갈등은 점점 표면화되고 있는데, 정의당이 지난 8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캐스팅보터로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했지만 정작 더불어민주당이 전체회의에선 정의당 입장과 달리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내용으로 법을 전격 수정·의결해버렸고 이 같은 여당의 ‘뒤통수치기’에 격분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의당에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표결이 이뤄질 경우에도 여당에 협조하지 않겠단 모습을 보였는데,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원안과 달리 ‘전속고발권 유지’로 바꾼 데 대해 일부 의원들이 9일 의총에서 “이게 개혁입법이냐”고 반발한 데 이어 홍익표, 이상민 의원은 10일 전속고발권 폐지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내부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내부 의견이 엇갈린 모습은 단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만 일어난 것은 아닌데, 급기야 정치권 최대 쟁점법안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놓고도 민주당에선 ‘소신파’로 꼽혀온 조응천 의원이 끝내 표결 불참을 택했으며 정의당에선 이미 찬성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확정했음에도 장혜영 의원이 기권 표를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법사위에서 열린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20~30대 남성들도 낙태죄가 유지되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향해 “그게 주류 시각의 평가냐”라고 반문했다가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이 “어이없는 말을 일삼고 여성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비판하면서 일어난 김 의원과 정의당 간 충돌은 안 그래도 흔들리는 진보진영 내부를 한층 더 분열시키고 있다.

결국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김 의원이 우리당 조 대변인에게 법사위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전화를 했는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것은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곤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이라며 김 의원의 사과와 민주당의 징계를 요구했는데, 김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의 사과 요구를 갑질 폭력으로 매도하다니 정의당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진 건지 모르겠다. 유감을 표하며 대변인의 사과를 강력 촉구한다”고 응수하면서 양측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김 의원은 정의당에서 조 대변인이 30대 여성임을 들어 ‘어린 여성이라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는 건가’라고 몰아붙이자 10일 재차 페이스북으로 “대변인이면 그냥 대변인인 것이지 왜 ‘여성’, ‘어린’, ‘대변인’을 강조하나. 정의당이 남성 혐오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맞받아쳤고, 다시 정의당에서 이정미 전 대표가 “영리하게도 젠더문제를 자기 방어수단으로 삼았는데 이번 김 의원의 행태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뭐가 문제인지 모를 때 별 실패 없이 살아온 경우들은 바로 바르르 반응한다. 여의도 안에서 이런 식의 대응과 반응은 본 적이 없다”고 직격하는 등 거친 설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유권자 1509명에게 조사해 10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인 37.1%인 것으로 나왔는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친문 인사들부터 범여권 정당에 이르기까지 사분오열되다 보니 만일 보수야권 결집만 확실히 이뤄질 경우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문 정권엔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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