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MB 관련 사과 문제와 당무감사 결과로 ‘내우’…與, 입법독주 못 막는 ‘외환’

8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국회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모습(중)과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좌), 이양희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8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국회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모습(중)과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좌), 이양희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부동산 문제와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간 충돌 사태 등으로 최근 당청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진 데 반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데, 한편으론 내부적으로 불협화음, 대외적으론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여당을 저지할 방도가 없다는 ‘내우외환’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도 한 만큼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거대여당, 공수처법 등 일방 강행…野, 철야농성·필리버스터론 ‘역부족’

우선 국민의힘이 직면한 문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에 대한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정족수를 ‘3분의 2 찬성’으로 완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등 여러 쟁점법안들을 여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리해도 현실적으로 저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공수처법 개정안의 경우 국민의힘에서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해 지난 7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의결되는 사태는 잠시 저지했으나 그마저도 ‘1일천하’였을 뿐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 여야 6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함께 4명 찬성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에 넘겼으며 여기서도 똑같이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최강욱 의원이 찬성 의사를 표하면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토론을 신청하는 등 총력 저지에 나섰지만 윤 위원장도 토론 종결을 선언하고 법안 찬반을 기립하는 형태로 물은 뒤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두드려 끝내 공수처법 개정안을 본회의로 넘겼고 급기야 재정추계 신청하는 것을 상정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에 비용추계서 생략하는 의결을 법안 처리 뒤에야 묻는 촌극도 벌어졌다.

비단 공수처법 뿐 아니라 지난 7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양당 원내대표 협의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키로 뜻을 모으던 시점에 여당 법사위원들이 법사위 소위에 상정된 5·18특별법 등을 기습적으로 단독 처리하고, 8일 오후엔 사외이사 감사위원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각각 3%씩 인정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항의성 보이콧 속에 범여권 인사들만으로 안건조정위원회 의결했다.

다만 정무위원회에선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고용·노동 관련 쟁점 법안도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하는 등 법사위 이외의 다른 상임위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 움직임을 막아서려 했는데, 최대 90일간 안건 심의를 할 수 있다지만 이미 법사위에서 그랬듯 야당 몫 1명을 범여권 비교섭단체가 차지하면 수적 열세인 국민의힘으로선 절차적으로는 저지할 방도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여야 합의를 뒤집고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이후 로텐더홀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하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여야 합의를 뒤집고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이후 로텐더홀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하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에선 일단 해당 법안들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지난 7일부터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소속 상임위별로 번갈아가며 본회의장 입구를 지키는 철야 농성에 들어갔고, 본회의에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하겠다는 강경 투쟁 기조로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란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혈안인 걸 보면 집권세력이 공수처를 장악해 무엇을 하려는지 이유는 뻔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 “작금의 민심을 살펴 법치와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행위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국정수반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기 바란다”고 여론전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이 최근 당청 지지율 하락이란 여론 동향을 고리로 압박하는데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전부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답변해왔다. 심기일전해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같은 날 여당의 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대해 “국회 법률안 통과나 절차 등 현재 상황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는데, 이미 지난 7일 문 대통령 스스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정기국회에서 개혁입법이 반드시 처리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던 만큼 야당의 호소나 압박으로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선지 수적 우세를 앞세운 여당에서도 도리어 국민의힘의 강경 투쟁 기조에 냉소적 반응만 보내고 있는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필리버스터 신청했지만 9일 정기국회 끝남과 동시에 10일 임시국회에서 지체없이 표결하게 돼 있다. 안건조정위와 필리버스터가 별무소용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기들 지지자에게 쇼잉하는 것”이라고 직격한 데 이어 8일 법사위에서 공수처법이 처리된 뒤엔 “법사위원장의 의사봉을 강제로 빼앗았으니 명백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이라면 이 사건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103명과 여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국민의당, 일부 무소속 의원들까지 필리버스터에 나서도 민주당 혼자 176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열린민주당이나 무소속 등과 연대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을 확보해 24시간 만에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킬 수 있는데, 이 같은 한계 때문인지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합법적 절차로 막지 못한다면 의사일정 전면 거부와 장외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 지지율 회복되니 토사구팽? 당내 일각서 김종인에 정면 반발

12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12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앞서 지난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강경투쟁을 이어가다가 21대 총선 참패 이후 자세를 낮췄던 국민의힘이 이처럼 장외투쟁을 다시 꺼내게 된 데에는 비록 오차범위 이내(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지만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전국 유권자 2513명에게 조사한 12월 1주차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전주보다 3.4%P 오른 31.3%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4.4%P 떨어져 29.7%에 그치는 등 여야 지지율 역전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 여론이 고조되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지지율 상승이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반감에 따른 ‘반사효과’란 측면이 없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김 위원장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당 내홍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는 건데, 그동안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 한 목소리를 내왔던 주 원내대표마저 김 위원장과 일부 이견을 드러내는 등 점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 김 위원장이 5·18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의미를 두는 등 호남 러브콜 행보를 이어가거나 지난 9월 여당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일 때도 일부 당내 반발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표면적으로 지도부까지 온도차를 보인 경우는 드물었는데, 도리어 당 지지율이 오르면서 견해 차이에 따른 불협화음이 본격 분출되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꼽히는 사례로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한 사과 문제가 있는데, 지난 6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방침을 꼬집어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우파 전체를 적폐로 몰고 독재를 꿈꾸는 좌파 586세력을 단죄하기 위해 당내외 세력을 한데 모으고 당을 정상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했으며 주 원내대표도 8일 의원총회 직후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와 관련해 “지금 중요한 게 여당의 폭거지 그걸 논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주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회의에선 “선거를 앞두고 낙인 찍을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며 김 위원장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당내 반발에 김 위원장 역시 8일 의총에서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으면서 여기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당이 국민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노력에 다 같이 협력해 달라”고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그러자 배현진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시로 직을 던진다고 하는데 이는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 그저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란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부를 뿐”이라고 김 위원장에 일침을 가했는데, 반대로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절한 반성, ‘신 폐족 선언’은 9월 정기국회 전에라도 했어야 했다. 제1야당이 참패한 것은 반성도, 책임도, 부끄러움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지나치게 늦었다.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에 출발한다”고 김 위원장에 힘을 싣는 등 찬반 논쟁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설전을 관망하던 민주당에선 고민정 의원이 8일 “오늘 배 대변인의 기사를 보면서 배 대변인은 물론 그가 몸답고 있는 국민의힘의 격이 딱 그 정도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자당의 대표에게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이란 표현을 쓰는 걸 보면서 김 위원장의 앞날이 처량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그러자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 날 “이제 탄핵은 역사 평가에 맡기고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또다시 탄핵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라고 자당에 각성을 촉구했다.

자칫 적전 분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는지 당초 ‘대국민사과 못하면 사퇴하겠다’던 김 위원장도 결국 8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대국민사과의 의미를 묻기 위해 찾아온 3선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고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가 아니고, 전반적으로 반민주적인 문 정부를 초래한 현 정국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원외당협위원장 당무감사 결과도 당내 불만 부채질

민경욱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해 8일 올린 페이스북 글 내용. ⓒ페이스북
민경욱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해 8일 올린 페이스북 글 내용. ⓒ페이스북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불만은 단지 ‘대국민 사과’ 이슈에 그치진 않았는데, 지난 7일 당무감사위원회가 원외 당협위원장 49명을 교체해야 한다고 비대위에 권고한 이후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과 ‘달님은 영창으로’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됐던 김소연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는 소위 ‘살생부’가 돌기 시작했는데, 당사자들은 즉각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민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인데 그런 사람이 당 조직을 뒤흔들려 하고 있나. 비대위 체제의 당무감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크로스 감사를 벌인 결과 저의 점수는 양쪽 모두 B였다. 현장의 점수가 본부에 들어가서 바뀌는 걸 보니 4·15부정선거 수법에 대한 공부 좀 하신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당무위가 당협위원장 교체 이유 중 하나로 잦은 출마에 대한 피로감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저는 두 번 출마해서 한 번 당선되고 부정선거에 의해 한 번 떨어져 피로감과는 거리가 멀다”며 “공당을 사당화 시킨 결말은 항상 비참했다. 지금 사사로운 이해관계로 당의 공조직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가 눈에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김소연 변호사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에 당협 자리 교체되면 저는 본격적으로 대전시장 선거 준비해야겠다. 원래 선거 나갈 사람은 당협위원장 자리 던지는 것이고 공천권 장사할 사람이 당협 자리를 탐내더라”라고 비꼰 데 이어 1시간 뒤 다시 글을 올려 “전략도 없고 투지도 없는 지금의 상황은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저는 내년 4월까지가 임기인 지금의 비대위 활동이 종료된 후 하게 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며 “비대위 활동으로도 해결 안 되고 수습 안 되는 우리 당 문제를 제가 당 대표가 되어 잘 정리하고 선거 준비 위한 선택과 집중, 단호한 정당 운영해나가겠다”고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처럼 교체대상으로 꼽힌 원외 당협위원장 뿐 아니라 교체 당협으로 선정되지 않은 곳에서도 이번 당무감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는데, 시장선거와 관련된 토론회를 한다고 해놓고 당협위원장 당무감사를 진행하거나 이 자리에 당원이 아닌 사람도 참석한 반면 현직 위원장과 관계가 좋지 않은 시·구의원은 아예 오지 못하도록 제외하는 등 객관성·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명확한 잣대도 없이 교체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사전에 정해놓고 형식적 감사만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까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당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아닌데도 교체대상 당협위원장을 명확히 꼽은 ‘살생부’가 보도된 것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3선 의원들이 8일 김 위원장을 만나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김 위원장이 실무자들 기준으로 실사한 것일 뿐 교체 여부를 결정한 게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무감사란 민감한 내용이 유출됐다는 점이나 설령 실사 자료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어도 이 자료를 근거로 이미 교체명단으로 보도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당 대표격인 김 위원장이 정작 당내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김 위원장의 당 장악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가 취임 당시 천명했던 당 쇄신도 이번 당무감사 후폭풍 등을 계기로 사실상 힘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재보선까지 이제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국민의힘이 현재의 내우외환을 극복해내고 지지율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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