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검찰 복귀 하루 만에 원전 관련 영장 청구…징계위, 10일로 연기

문재인 대통령(좌)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좌)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이제는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구속영장 청구로 법·검 갈등 수준을 넘어 당청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인데, ‘1라운드’에서 사실상 완패한 추 장관도 배수진을 친 듯 징계위원회 개최를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어 청와대에 더 큰 후폭풍이 불어 닥치는 게 아닐지 이번 2라운드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文, 법무부 차관 임명하자 尹, 원전 영장 청구로 ‘장군 멍군’

지난 1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나오자 곧바로 고기영 전 법무부차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장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던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사표 수리 하루 만에 이용구 변호사를 후임으로 내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 빠른 대응으로 다시 열릴 수 있게 됐는데, 그동안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과 관련해 가급적 거리를 둔 듯한 자세를 취했던 문 대통령까지 징계위 개최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선지 윤 총장도 직무 복귀 하루 만인 2일, 월성 1호기 자료 444건 삭제를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대전지검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는데, 이미 대전지검이 지난달 24일 원전 수사 관련 영장 청구 보고서를 대검찰청으로 보냈었지만 당일 이뤄진 추 장관의 전격적인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로 그간 손대지 못하다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자마자 바로 승인함으로써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선을 넘지 말라’며 윤 총장을 압박했던 여당에선 이 같은 결과에 즉각 반발했는데,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이번 영장 청구에 대해 “명백한 정치수사”라며 유감을 표한 데 이어 3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서도 “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보면 감사 방해 뿐 아니라 공용전자기록 손상과 방실침입 혐의가 추가 됐는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수사팀이 제안한 혐의를 바꾸면서까지 ‘구속을 위한 수사’를 하겠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윤 총장은 자신의 정치적 야당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표적 친문으로 꼽히는 김종민 최고위원도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방해 의혹 영장 청구에 대해 “정책결정을 수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윤 총장이나 검찰이 ‘문 정부가 검찰을 공격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맞서야겠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그 싸움은 검찰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우리 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40% 정도 된다. 만약 정치적으로 어떤 의도를 갖고 문 정부를 적대하는 수사를 계속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영장에 명시된 혐의는 당초 윤 총장이 대전지검에 보완을 요구했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할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장 청구를 졸속으로 감행한 것은 정부의 정당한 국정운영에 대해 검찰권을 남용한 것이며 월성 1호기를 정지적 사건으로 확대시키겠다는 명백한 의도”라며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앞둔 시기, 윤 총장의 정치공작은 더욱 무모함의 극을 달리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 규탄하며 국정 혼란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수사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지율까지 부상하는 尹과 무너지는 文…2라운드, 이미 승패 갈렸나

12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12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이처럼 여당이 ‘40% 지지율’과 ‘정치수사’란 주장을 펴며 대대적으로 검찰 압박에 나섰음에도 오히려 윤 총장보단 당청에 불리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그간 ‘콘크리트’였던 문 대통령의 40% 지지율마저 이날 깨진 데 이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30%선을 넘어선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폭락하면서 3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유권자 1508명에게 조사해 3일 발표한 12월 1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집계 결과의 경우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6.4%P 하락하면서 이 조사기관 기준으로 문 정권 집권 이후 처음 40%선 아래(37.4%)로 떨어졌으며 부정평가는 5.1%P 오른 57.3%로 치솟았고, 같은 기준으로 실시된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도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3.3%P 올라 31.2%를 기록한 데 반해 민주당 지지율은 5.2% 내린 28.9%로 급락했다.

이 뿐 아니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가 전국 유권자 1004명에게 조사해 이날 발표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과 관련해 누구 책임이 더 큰지 질의한 12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도 추 장관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2%P 상승(38%)한 반면 윤 총장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6%P 하락(18%)했고,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 조치에 대한 평가도 잘못한 일(50%)이란 응답이 잘한 일(30%)이란 응답을 상회했으며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짐’이 55%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던 법무부 감찰부가 법원의 윤 총장 직무정지 효력정지 결정 이후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짜맞추기 수사를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대검 인권정책관실로부터 강제수사에 대한 위법 여부 조사를 받게 됐고, 추 장관 라인으로 꼽혀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신의 측근인 김욱준 1차장검사로부터 동반 퇴진 요구를 받게 되는 등 윤 총장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후 춘추관에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69조 제1항(첫번째 공판기일은 소환장 송달 후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을 들어 징계위를 연기해달라던 윤 총장 측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당초 윤 총장의 측의 연기 요구에도 오는 4일 징계위 개최를 강행하려던 법무부 역시 3일 오후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요청을 수용한다”며 8일로 변경해달라던 윤 총장 측의 연기 요구를 받아들여 징계위를 오는 10일로 열겠다고 밝혀 징계위 기일 변경을 놓고 벌였던 기싸움에서부터 추 장관이 밀려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속도 조절 나선 靑, ‘절차적 정당성’ 명분부터 쌓고 尹 해임 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다만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뜻은 아닌데, 지지율을 비롯해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상찮은 상황이기에 징계위 결과에 따른 역풍을 우려해 일단 절차적 정당성 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윤 총장을 압박한 게 아니란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청와대에선 “대통령께서 징계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징계위 개최를 위해 친정권 인사를 급히 임명했다는 시선도 의식한 듯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이 언급한 이 차관도 임기를 시작한 3일 입장문을 통해 “오로지 적법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국민 상식에 맞도록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징계위에 대해서도 이날 청와대 입장처럼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밝혔는데, 그러면서도 앞서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징계위 참석 예정이냐’는 질문엔 “제 임무”라고 답해 참석 의사는 분명히 밝혔다.

특히 ‘강남 다주택자’란 지적과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편향 논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변호한 이력이 있는 이 차관을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즉각 임명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공정성’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징계위원들도 추 장관이 지명·위촉하는 사람들로 구성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토록 해 윤 총장이 기피신청을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이런 주문도 없이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지 윤 총장 징계에 따른 후폭풍이 가급적 청와대까지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로만 비쳐지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번 징계위 개최가 윤 총장이 힘을 싣고 있는 월성 원전 수사와 관계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의혹도 불식시키고자 적극 반박에 나서고 있는데, 야당으로부터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 받고 있는 이 차관부터 3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변호한 이력 때문에 징계위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징계 청구 사유에 월성 원전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면서 윤 총장 징계와 월성 원전 사이의 연관성엔 선을 그었다.

한편 검찰은 원전 자료삭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영장 청구에 따라 오는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등을 진행할 예정인데, 징계위가 일단 이날이 아니라 10일로 연기된 만큼 남은기간동안 원전 수사 속도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 역시 윤 총장의 거취 뿐 아니라 정국 구도에까지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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