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위·법원도 尹 손 들어줘…법무차관 사의 표명에도 秋 4일 징계위 개최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검찰총장이 결행한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에 윤석열 총장은 즉각 소송으로 맞붙었는데,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물론 서울행정법원에서까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장관이 궁지로 몰리는 모양새다.

◆ 때릴수록 더 오르는 尹…정권 뺏길까 ‘배수진’ 치는 당청

검찰개혁을 내세워 전방위적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던 문재인 정부가 추 장관의 강경 대응이 자칫 정권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추 장관이 수차례에 걸친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정지 조치까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윤 총장의 ‘몸값’만 높여주는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3~27일 전국 유권자 2538명에게 조사한 11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낙연·이재명 등 민주당 유력주자들은 하락한 반면 윤 총장은 전월보다 2.6%P 오른 19.8%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탄 것으로 나온 바 있다.

여기에 동 기관이 YTN의 의뢰로 지난달 30일 전국 유권자 500명에게 진행한 추 장관·윤 총장 국정조사 필요 여부 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마저 필요하다는 의견이 59.3%로 필요치 않다(33.4%)는 의견을 크게 앞선 것으로 밝혀졌는데, 심지어 여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0% 넘게 나왔을 뿐 아니라 진보성향 응답자 사이에서마저 ‘필요하다’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한 구도를 이뤄 그간 국정조사 필요성을 적극 역설해온 제1야당엔 힘이 실린 데 반해 문 정권과 여당의 속은 한층 타들어가게 됐다.

더구나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위해 대검찰청을 직접 방문했던 이정화 검사가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윤 총장에 대해 직권남용 방해 성립이 어렵다는 결론을 냈음에도 감찰 보고서에서 삭제됐다고 전격 폭로하고 법무부 감찰실 검사들까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감찰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등 도리어 추 장관에 불리한 양상으로 상황이 흘러갔는데, 일각에선 출구전략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가장 먼저 주장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신동근 최고위원 등으로부터 “전선분열 행위를 자중하라”는 직격탄을 맞는 등 ‘찻잔 속 태풍’에 그쳐버렸다.

심지어 앞서 지난달 4일 “(추미애·윤석열)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던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 사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1일 국무회의 직전엔 정 총리가 추 장관에 면담을 요구해 10여 분 간 독대까지 했음에도 법무부에선 “대통령 보고 때와 총리 면담 시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장관 거취 관련한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또 문 대통령도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검찰을 겨냥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던 만큼 물러설 가능성은 없는데, 정성호·우원식 등 민주당 의원들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에 자진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점도 당청이 배수진을 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 감찰위·법원 판결에도 秋 ‘징계위’ 마이웨이…尹도 끝까지 맞서

그러다보니 이를 발판으로 추 장관도 징계위원회를 통해 윤 총장에 대한 공세를 끝까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데,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마저 “윤 총장에게 징계 청구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고 소명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추 장관의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 수사 의뢰가 모두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추 장관은 이 같은 결과에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감찰위 권고가 구속력은 없는 만큼 사실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추 장관이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 절차를 하는 과정에서 오늘 감찰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는 점 역시 어떻게든 징계위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가처분신청과 본안 취소소송을 냈던 서울행정법원까지 법무부 감찰위 권고가 나온 1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사실상 해임”이라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직무배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강행에 따른 추 장관의 정치적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윤 총장 측도 징계위 심의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하는 등 끝까지 맞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윤 총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징계심의 과정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징계기록 열람·등사, 징계 청구 결제문서, 징계위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법무부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해명 준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징계심의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힌 데 이어 류현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추 장관의 징계위 강행에도 맞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징계심의 기일 변경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기피신청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이 이날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에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 상황도 윤 총장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는데, 법원 결정이 나오자마자 윤 총장은 직무배제 조치가 내려진지 일주일 만인 1일 대검찰청으로 즉각 출근하면서 업무에 복귀하게 해준 사법부에 사의를 표하는 한편 “모든 분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징계위를 강행한다면 결국 윤 총장의 거취를 정리시키는 중징계 외엔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단 검찰총장의 임기가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 만큼 대통령도 징계 없이 윤 총장을 해임할 수 없는데다 법원이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시켰어도 징계위가 면직이나 해임을 의결하면 윤 총장이 총장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서울행정법원에서 직무배제 효력 중단 결정을 내리자 당초 징계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 고기영 법무부차관까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열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사의 표명하면서 점점 추 장관은 사면초가 형국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 징계위 개최, 일단 4일로 연기…野선 “秋 탄핵” 경고까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법무부에서도 당초 2일 열기로 했던 징계위를 일단 윤 총장 측 심의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4일 개최하기로 연기했는데, 민주당에선 1일 이번 재판부 판결에 대해 신영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사유가 적정한지에 대해 판단한 게 아니다. 징계위원회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며 징계위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장 야권에선 추 장관을 경질하라며 한 목소리로 문 정권을 압박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무리하게 위법 과정을 거친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이 즉시 경질해야 한다. 이 지경까지 손을 놨던 문 대통령과 정 총리도 국민들에게 이 사태에 관해 제대로 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데 이어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서도 “사실 어제 탄핵소추안을 준비해 발의 여부를 고민했는데 오늘 심리에 영향이 있을까봐 보류해놨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시 탄핵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원의 결정과 관련 “추 장관이 졸지에 사면초가에 빠진 꼴이 됐다. 추 장관은 이제 스스로 모든 불법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법무부를 떠나야 한다”고 추 장관을 직격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이고 국민의 뜻”이라고 국민의힘과 한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현직 검사도 이날 처음으로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장진영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형사사법 시스템 완비 업무 등한시, 검찰총장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뒤집어 씌운 점, 국민과 검찰 구성원을 이간질한 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들어 추 장관이 권한을 남용했다면서 단독 사퇴해달라고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에선 김은혜 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논평을 통해 “법무부 감찰위도, 법원도 정의와 상식에 손을 들어줬다. 이제 징계위원회만 남았는데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문 정권까지 겨눈 입장을 내놨는데, 앞서 이날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도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말씀이 생생한데 문 대통령이 왜 한 마디 말씀이 없나. 민주당도 대통령 묵인에 침묵하지 말고 국정조사에 당당하게 임하라”고 문 정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앞서 국민의힘이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도 받아들이겠다면서 추 장관까지 모두 국정조사하자고 주장하자 법원 판결을 먼저 지켜보자는 이유를 들어 미온적 자세를 취해온 민주당은 이날 법원 판결과 함께 힘 받은 야권의 공세에 별 반응도 내놓지 못한 채 속절없이 맹타당하고 있는데, 이제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도 거절할 명분이 궁색해진 만큼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