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배제에 소송으로 맞불 놓은 尹과 징계위 출석 통보한 秋…與野도 대리전 나서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이후 그 후폭풍이 검찰은 물론 정치권까지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이제는 둘 중 하나가 낙마를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혈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秋 ‘직무정지’ 조치에 가처분신청으로 응수한 尹…치킨게임 되나

추 장관이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 조치를 단행하자 즉각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 위법, 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던 윤 총장은 빈말이 아니라는 듯 다음 날인 25일 밤 10시 30분경 서울행정법원에 온라인으로 직무집행 정치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이 뿐 아니라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직무정지란 중징계를 내리게 된 6가지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완규·이석웅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소송전 준비에 본격 돌입했는데, 26일 오후 3시엔 본안 소송인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도 서울행정법원에 청구했다.

특히 윤 총장 측은 여당에서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해당정보 수집 목적이 불법적이지 않고 정보수집 행위가 해당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된 것’이라고 집행정치 신청서를 통해 반박했는데, 이는 전날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서 “자료 작성은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사이트와 구글 검색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바와 사실상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여기에 평검사부터 검사장에 이르기까지 검찰 전체가 대대적으로 추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조치를 비판하면서 윤 총장에 한껏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지난 25일 7년 만에 평검사 회의를 연 대검찰청 소속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 30여명이 “법률에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그 직을 수행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부산지검 동부지청, 의정부지검, 대전지검 천안지청, 대구지검 등에서도 줄줄이 평검사 회의를 가진 뒤 성명서를 통해 추 장관을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대립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일선 고검장 전원은 물론 검사장 17명도 이날 추 장관에 직무배제 조치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서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렸는데, 급기야 추 장관 라인인 이성윤 지검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에서조차 부부장검사들이 추 장관에 처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고 대한변호사협회까지 26일 “직무정지 조치는 검찰조직 전체와 국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적법한 감찰을 통해 진상 규명 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함에도 성급히 내린 것 아닌가”라며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법무부에선 26일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심의 기일을 2020년 12월 2일 수요일로 정하고 징계혐의자인 검찰총장 윤석열 또는 특별변호인의 출석을 통지했다”고 밝혔는데, 징계는 위원회 과반 찬성으로 정해지지만 징계위 구성이 추 장관 권한인 만큼 결국 해임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이 심의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다 징계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원을 심의에서 빼달라고 요구하는 기피신청도 나머지 징계위원들의 다수결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출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런데도 추 장관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직무정지 조치를 놓고 소송으로 다투기에 앞서 징계위를 통해 기선제압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 윤석열 사태, 정치권으로 확전…尹 출석·국조 등 놓고 공방 격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번 사태는 비단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으로도 불붙어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이나 국정조사 등을 놓고 여야가 연일 충돌했는데,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을 추진해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6일 자신들이 제출한 개의요구서를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법무부와 대검에 송부하지 못하도록 국회 행정실에 지시했다면서 윤 총장의 출석을 막으려는 의정활동 방해 행위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윤 위원장도 같은 날 “그저께 접수한 개의요구서엔 야당이 안건에 긴급현안질의를 넣었으니 의사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행정실 통해 이런 요구서를 그대로 송부해왔는데 그게 출석요구를 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개의요구 들어온 것까지만 내용이고 이 안에 어떤 내용이 있느냐는 구속력이 없다”며 “그래서 오늘 개의요구서에 들어왔을 때 공람결재란을 없애고 전자결재로 변경했다. 이 결재란 때문에 오해가 있어 바꿨고 효력에 있어선 어떤 차이도 없다. 개의요구서가 접수됐다는 것은 관련기관과 의원실에 다 보냈다”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위원회는 의결로 (윤 총장 등) 정부위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의결 아니고선 출석시킬 수 없는데 현안질의 때문에 의결을 생략한 것이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오라고 요청할 수 없다. 사전 협의 없이 모든 과정을 정치 공세를 위해 끌고 가 김도읍 간사에게 유감”이라며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의 사보임을 요구한 데 이어 윤 총장의 국회 출석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먼저 징계위 소명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도읍 의원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회의 이후 여야 간사들과의 추가 논의에서 ‘내일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출석을) 합의되면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의원은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정치적 보여주기를 한다. 뭐가 두려운지 윤 총장이 국회에 오는 것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계속 한다”고 여당 측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에선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언급한 데 대해 26일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도 피할 수 없다”며 맞불을 놨는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국정조사는 자연적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 두 사람을 한꺼번에 할 수밖에 없다, 여당이 윤 총장만 한다고 편파적 조사를 하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같은 야당의 국정조사 역공을 맞은 민주당에선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종민 최고위원은 2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하자, 말자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방송에서 국정조사와 관련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정조사가 정치적 쟁점화 되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경우도 많아 국정조사로 나가는 부분에 있어선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 秋 조치에 ‘부정적 여론’ 속 운명 쥔 법원, 누구 손 들어줄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처럼 민주당이 갑자기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인 데에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5일 전국 유권자 500명에게 조사해 26일 공개한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평가’ 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에 따르면 잘한 일이라고 답한 비율은 38.8%에 그친 데 반해 과반인 56.3%는 잘못한 일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잘한 일이라고 본 응답자 중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28.7%로 나왔으나 잘못한 일이라고 평한 응답자 중 매우 잘못한 일이라고 꼽은 비율은 50.3%를 기록했으며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마저 전날 오후 논평을 통해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만 할 정도로 급박하고 중대한 사안이 있었는지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 하며 그렇지 않으면 징계절차와 별개로 직무집행정지는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또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겨냥 “최종 인사권자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진보당까지 26일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지금이라도 문 정부가 검찰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이제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렇듯 여론전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올해 추 장관이 취임한 이래 수개월 간 윤 총장과 벌여온 승부는 결국 법원 판단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1주일 내로 결론내리기는 하지만 당장 법무부에서 윤 총장 징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단 이보다 먼저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법원이 일단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돼 윤 총장은 다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추 장관은 법적·정치적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자칫 당청으로까지 그 여파가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반대로 소송이 기각될 경우엔 윤 총장은 법무부징계위원회에서도 불리한 국면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선지 법원을 의식한 여당에선 추 장관이 주장한 윤 총장 직무정지 처분 이유 중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과 법원을 함께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계기로 법원 개혁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며 벌써부터 법원까지 몰아세우고 있어 과연 이번 윤 총장 직무정지 사태에 대해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놓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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