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본예산에 넣자”…與 “내년에 논의하자” 반응 엇갈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 ‘3차 재난지원금’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앞서 1·2차 때와는 반대로 이번엔 제1야당에서 적극 제안하면서 이 화두에 대한 정치권 반응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 3차 재난지원금 띄우는 국민의힘 “본예산에 3조6천억원 반영할 것”

사실 정치권에서 3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먼저 역설한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인데, 이 지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때문에) 전세계 국가가 1인당 최소 100만원 이상 직접 국민에게 소비를 지원했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1인당 40만원 정도 지원했을 뿐”이라며 “국민의 삶은 당분간 더 나빠질 게 분명하므로 향후 3차, 4차 소비지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가면서 적극 공론화에 나선 것은 국민의힘인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비대위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다음 달 2일 통과 예정이라고 하지만 본예산에서 내년도 코로나와 결부된 재난지원금이나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12월에 예산 통과시키고 1월에 또다시 모양 사납게 추경 문제가 거론되면 정부 신뢰 문제도 있다고 생각하니 본예산 통과 전 닥칠지 모르는 예산상 준비를 해줄 것을 권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에선 24일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경제 직격탄을 맞은 택시와 실내체육관, PC방 등 피해업종과 위기가구 생계지원을 위해 3조6000여억원의 재난지원금 편성을 필요한 곳에 적시 지급하겠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증액 심사에서 코로나 극복 위기를 위한 6대 민생 예산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무엇보다 ‘본예산 반영’에 우선 방점을 두고 있는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번에 3차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오는데 이번 예산 때 반영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처럼 임시·즉흥적으로 서너 차례씩 추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에 포함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주 원내내표가 “올해처럼 100조원 이상 빚내는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인데다 국민의힘 예결위 위원인 추경호 의원은 “코로나19에 대응한 민생에 더 많은 예산을 잡아야 하고 그에 걸맞은 감액이 선행돼야 한다”며 재난지원금 예산 확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국판 뉴딜 예산’의 대폭 삭감 의사도 내비친 바 있어 사실상 정부예산 축소와 대여 압박을 모두 노린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국민의힘 뿐 아니라 진보 성향의 군소야당들까지 본예산에 3차 재난지원금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3일 당 대표단회의에서 “3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한 데 이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같은 날 녹색당, 여성의당, 미래당 등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단체들이 공수처를 둘러싼 정쟁 대신 3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러다간 1월부터 추경예산을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촉구했다.

◆ 재난지원금 화두, 야당이 ‘선수’ 치자 당청 표정 ‘당혹’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좌)와 같은 당 정청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좌)와 같은 당 정청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 본예산에 반영하자는 야권 주장에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당청이 당장 한국판 뉴딜 예산에 우선 무게를 두고 있었던 만큼 본예산에 3차 재난지원금을 반영하자는 국민의힘 요구에 대해선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부터 “재난지원금을 줄 만큼 감액 규모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23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논평을 내놓는 등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달라는 세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지난 16~20일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해 23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마저 민주당의 경우 전주보다 0.7%P 하락한데 반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올라 양당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2.1%P로 좁혀진 상황인 만큼 무작정 일방적으로 묵살해버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고민을 보여주듯 김태년 원내대표도 24일 의원총회 직후 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라고 답하는 등 민주당 지도부에선 재난지원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가급적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청와대조차 23일 “아직 그 방향에서 우리가 가타부타 얘기하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낀 데 이어 24일엔 기자들에게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지 하루밖에 안 됐으니 조금 더 지켜봐 달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가 있는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에선 한편으론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예산 관련 일정 등 여러 현실적 이유를 들면서 나중에 논의하자고 응수하기 시작했는데,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년 예산안의 법정 처리기한인) 12월 2일까지 한 7, 8일 정도 남았는데 3차 재난지원금이라고 한다면 그 규모와 내용, 예산수요에 대한 부분이 아직 결정된 바 없어 일주일 내에 그것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고 금액과 규모, 지급대상과 범위 정하는 부분들이 그렇게 빨리 진행될 수 없다. 2일까지 (예산안) 마치고 재난지원금 논의를 해나간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의총 직후 “이번 정기국회에선 재난지원금을 논의하기 어려운 일이란 말씀이 있었다. 시간적·물리적으로 논의가 어렵고 추후 논의는 정책위의장과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으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노골적으로 “이번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면 여야 간 정치적 합의로 추경을 하자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만일 정 의원 주장대로 3차 재난지원금을 본예산이 아니라 추경으로 논의하게 될 경우 내년 4·7재보선 직전에 지급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전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이 야당의 선거 참패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의심하는 국민의힘에선 선거에 영향을 줄 여지를 없애고자 본예산 반영을 주장하는 만큼 추후 논의하자는 여당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재난지원금 논의 본격화돼도 지급범위 결정 등 난제 수두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단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이 된 재난지원금 논의 시점 뿐 아니라 대상범위나 지급방식 등 지원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결론 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한데,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대권잠룡들이 저마다 백가쟁명식으로 입장을 내놓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모습까지 감지되고 있다.

일찍이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면서 지난 9월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적 지급에 당초 회의적 시선을 보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민 대상의) 1차 지원 때는 골목상권 지역경제가 흥청거린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2차 때는 정책시행이 됐는지 수혜 당사자 외엔 느낌조차 없었다. 지원 금액 차이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원대상과 지원방식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통계적으로도 1차 지원방식이 더 경제정책으로 유효했다. 3차 지원은 반드시 소멸성 지역화폐로 전국민에게 공평하게 지급하는 재난 지본소득방식이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대권잠룡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4일 ‘저출생 사회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길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제가 1차 재난지원금부터 강조한 것이 어려운 사람부터 집중해서 도와주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별 지급 쪽에 무게를 뒀는데,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 성과 공유 콘퍼런스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은 조건부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선별 지급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재난지원금 지급범위에 대해선 현 정부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여당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도 전국민 지급엔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던 만큼 이 같은 논쟁은 정치권에 그치지 않고 정부여당 내에서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런 점에서 곧 있을 연말 개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포함될지 여부도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당청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의중과는 별개로 경제적 부담을 감안해 전국민에게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없진 않은데,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전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고 9~10월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 저소득층에게 최대 200만원을 지급하면서 4차례에 걸친 추경 편성으로 국채 발행액만 44조 2000억원에 달하는데다 내년 본예산도 555조8000억원으로 슈퍼 예산을 편성해 정부로선 재정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3차 재난지원금 화두를 던진 국민의힘이 설령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이를 포함한 증액에 민주당과 합의해도 헌법상 증액동의권이 있는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데, 주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화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3차 재난지원금은 3차 유행으로 인해 가장 극심한 피해를 받을 계층에 대한 지원금으로 산정하고 내년 본예산에 넣겠다”며 사실상 선별지급에 일단 무게를 실었지만 연말 예산 정국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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