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아름다움에 익사되다 국립무용단 이미지댄스‘바다’ 출렁이는 바다가 몰려온다 작년 11월, 국립무용단의 정기공연‘마지막 바다’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과 사, 운명의 굴레에 고뇌하는 고독한 인간상과 이 모든 것을 표용하고 초극하는 바다의 생명력, 충격적인 해양이미지를 몸으로 풀어낸 무대를 연출해 갈채를 받은 바 있다. 국립무용단이 또 다시 살아 출렁이는 바다를 몰고 온다. 이번 국립무용단의 이미지댄스 <바다>는 또 다시 인간의 몸으로 생생함 그 자체이면서도 인간에겐 영원히 환타지 적일 수밖에 없는, 바다 이미지를 선사하는 것이다. 거대하고 푸른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관객의 눈앞에 재생시키고 바다의 길을 열어, 깊이를 헤아리게 하고 끝내는 익사시키는 마력을 선사할 이미지 댄스극 <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증명된 바와 같이 국립무용단은 자타가 공인한 한국 춤 최고의 집단. <바다>는 <그 물 속에서 불을 보다>로 한국춤평론가협회 선정‘2002 춤비평가상’과 월간「몸」지 선정 올해의 안무가상을 동시에 수상한 안무가 김현자(56)씨가 국립무용단의 단장으로 새로 부임하여 최초로 펼치는 창작춤 작업인 동시에 그 동안 국립무용단이 선보였던 전통춤 바탕의 춤극형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상징으로 가득 찬 이미지댄스를 표방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택견 동작에서 피아졸라 탱고까지 다양한 이미지의 변주 바다라는 표상적인 이미지 캡쳐의 연상작용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미지 댄스 <바다>는 살풀이와 시조창‘관산융마’로 먼 바다의 흐름을, 택견동작과‘동살풀이 장단'으로 파도가 몰아치는 힘찬 바다의 격동성을 표현한다. 하오의 잔잔함에선 전통민요‘뱃노래’가, 황혼녘의 절경은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이 배경으로 흐르면서 붉은 관능을 쏟아놓는다. 이번 공연에선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설치미술가 전수천씨 또한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찢어진 천 사이를 뚫고 침투하는 조명과, 그 천과 빛 사이를 뚫고 소리 없이 출현하는 무용수들의 존재감 등으로 한껏 살린 공간 미학을 보여준다. 먼바다, 앞 바다, 하오의 노래, 석양, 파랑, 깊은 바다, 별은 내리고, 너의 울음은, 상념의 바다- 총 모두 아홉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바다>는 ‘눈'에 보이는 바다'와‘마음’으로 보는 바다로 나눠 바다풍경과 바다를 통한 인생의 회한 그리고 나아가 우주적 인식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 과정을 하루동안의 스펙트럼으로 펼쳐낸다. 안무를 맡은 국립무용단장 김현자씨는“저 바다가 그 무엇인가를 다 이루었다면 파도가 저렇게 출렁일까? 우리가 그 무엇을 다 이루었다면 마음이 이렇게 일렁일까? 욕망과 분노, 희망과 좌절, 꿈도 사랑도 끊임없이 이루지 못해 울어야 하고 얻지 못해 버려야 한다. 서로 가는 태양도 솟아오는 별마저도 가슴깊이 바다깊이 묻어두자.”라는 화두와 같은 시적 표현으로 작품설명을 대신한다. <바다>에는 바로 이런 바다에 대한 직관과 관조, 그리고 물아일체,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닮은 우주적 세계에 대한 인식이 넘쳐난다. 2003. 4.24~27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문의 02) 2274-3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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