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에 힘 싣는 與…국민의힘 비롯해 영남 여론 분열 조짐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년 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지난 17일 정부가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하고 있는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는 벌써부터 저마다의 셈법에 따라 그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 입지 확정도 아닌데 ‘가덕신공항’ 띄우는 與…부산 민심 되돌릴까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에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걸면서 영남 여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는데, 자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돼 당초 불리한 형세에 처해 있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번 발표를 계기로 국면 전환에 나서보려는 모양새다.

이미 야권의 참패라고 평가 받는 지난 총선에서조차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오히려 상당히 부진해 부산만 해도 기존 6석의 민주당 의석은 3석으로 반토막 났던 데다 오 전 시장까지 성추행 파문으로 중도하차한 점도 이 지역에서의 세(勢)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그래선지 동남권 신공항에 사활을 건 민주당은 아직 국토교통부에선 신공항 입지 선정은 원칙대로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가덕신공항으로 확정한 듯 앞서나가고 있다.

당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부터 17일 오후 ‘동남권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부울경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 가능성이 열렸다. 부산은 제2의 도시로, 그에 걸맞은 공항을 갖는 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불가결하다”며 “부산은 203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고 하는데 신공항은 세계박람회 유치 단계부터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점도 감안해 기민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이론적으로 다양한 곳을 검토할 수 있지만 사실상 (가덕도 외에) 다른 부지에 대한 요구는 없을 것이라 본다. 가덕과 관련된 입지 선정이 국토부에서 빠른 시일 내 결정돼야 한다”며 “신공항 관련 적정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비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확보하겠다. 행정 절차 생략 없이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아예 가덕도로 확실히 못을 박겠다는 듯 “지역을 특정하지 않으면 행정절차 단축, 예산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특별법에 신공항 부지까지 명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수석대변인은 1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선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가덕신공항 확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지적에도 “지금 대구·경북 통합공항이 경북 구미에 이미 입지를 확정해놓고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어 그러면 현실적으로 가덕도 외에는 대안부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보궐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으로 비쳐질 것을 의식한 듯 “작년 이맘때쯤 총리실에 검증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에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며 “선거가 있기 때문에 발표하지 말란 주장이라면 내년 보선 이후엔 대선이 있는데 그러면 문 정부에서 공항 정책은 아무것도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순수한 정책적 검증 결과 과정 발표를 선거와 연관시켜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강조했다.

◆ 공항 하나로 TK·PK 민심 양분돼…與, 영남 공략 어려우니 분열 노렸나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에 한껏 힘을 싣자 영남 민심도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으로 양분되면서 4년 전 이 지역을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동남권 신공항 논란 당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는데, 일단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부산시의회는 한 목소리로 “감격스러운 결정”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고 동남권관문공항 추진 부·울·경시민운동본부 등 6개 부·울·경 시민단체들도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실은 신속히 가덕신공항 후보지가 확정되고 행정절차를 줄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권영진 대구시장은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가덕신공항 주장을 꼬집어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과거 동남권 신공항 추진 논란 당시) 부산하고 대구 경북, 경남, 울산은 전부 밀양을 찬성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지난 2016년 공항 분야에서 국제적 권위가 있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발표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평가 결과’에서도 가덕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안과 밀양 신공항에 밀린 꼴찌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제가 보기에 (김해신공항 백지화) 이것은 짜 맞춰 결론을 내놓고 간 것”이라며 “차라리 부산시장 놓칠 수 없어서 그런다고 솔직히 얘기하라. 선거 이겨보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인데 선거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그걸 누가 믿나”라고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여기에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도 같은 날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시도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신공항을 계획대로 책임 있게 추진하고 앞으로 모든 절차에 영남권 5개 시도민의 참여와 합의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는데, 안경은 특위원장은 “국책사업을 정치논리로 무산시키고 영남권 공동 발전을 저해하는 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고 불손한 시도를 보인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도리어 지난 2016년 발표된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배점·평가기준을 바꿔 나오게 된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는데, 동남권 신공항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김정호 의원은 17일 ‘가덕도 신공항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는 김해 신공항을 정치적으로 결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이들은 18일 민홍철·박재호·이상헌·전재수·최인호 등 같은 당 PK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조기 착공을 서둘러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공항 건설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수”라며 “부·울·경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특별법 여야 공동발의, 나아가서 국민의힘 당론화를 공동 추진할 것을 희망한다”고 여야 공조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 민주당엔 ‘일석이조’ 효과? 국민의힘까지 갈라버린 동남권 신공항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사실 원내 다수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홀로 특별법을 추진하는 게 가능한데도 굳이 야당에 손을 내민 데에는 여러 계산이 깔린 행보로 비쳐지고 있는데, 영남 민심이 양분됐듯 이 지역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역시 지역구에 따라 의원들 입장이 제각기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TK지역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면서 대구·경북 유권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어져 내년 보궐선거가 열리는 부산지역 민심만 관심을 두면 되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TK와 PK 의원들이 당내 다수를 이루고 있기에 특정 지역에 편중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 반응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데, 보궐선거가 우선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일단 그런 식으로 발표해버리면 새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부울경 쪽에서 얘기하는 가덕도 공항에 대한 강구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반면 TK가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의총에서 “국책사업을 함부로 절차에 맞지 않게 하는 것은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록 김 위원장도 감사 필요성엔 “비슷한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당장 민주당에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18일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내 온도차를 꼬집어 “주 원내대표는 자당의 대표를 감사원에 고발하겠다는 말 밖에 더 되겠는가”라며 이간책에 돌입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단순히 부산시장 재보선 뿐 아니라 민주당이 급선무로 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진할 공수처법 개정 강행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야당 분열로 한층 완화시킬 수 있고 재보선 결과도 좋게 나오면 차기 대선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 역시 내포한 공세로 풀이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17일 가덕신공항 특별법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공감대를 모은 것인지 묻는 질문에 “부산시당 박재호 의원이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 위원장과 추진하고 있고 이미 언론에서도 하 위원장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 의원을 거론했는데, 같은 날 하 의원 뿐 아니라 부산시장 후보군인 서병수 의원과 이진복 전 의원 등도 가덕신공항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외형상으론 여당이 기대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대구가 지역구인 곽상도 의원이 17일 ‘김해 신공항 확장 사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면 부산이 지역구인 장제원 의원은 가덕신공항을 역설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는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지고 있는데, 이를 우려한 듯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희망22’ 기자간담회에서 “소위 TK와 PK를 갈라치기 하고 편가르기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이나 정세균 국무총리나 민주당 다 마찬가지”라고 정부여당을 직격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은 채 민주당은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내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정부가 일으킨 신공항 후폭풍이 향후 선거판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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