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이례적’ 러브콜에도 시큰둥한 金 ‘절박한 쪽이 들어오란’ 자신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권민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연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듯 자당 중심의 선거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연대보다 일단 독자노선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安 ‘야권 빅텐트’론에 선 그은 국민의힘…朱 “우리 당이 빅텐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얼마 전 범야권 혁신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 드렸다. 범야권 끝장토론을 통해 야권이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경쟁을 하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보자고 말씀드렸다”며 “정권교체의 전 단계로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적폐청산 운동을 벌여나가자”고 ‘문 정권 신적폐청산 운동’을 야권에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안 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비전 경쟁을 위해 범야권 끝장토론부터 하면서 중도확장을 위한 야권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한편 신적폐청산 운동을 야권혁신 작업과 함께 양대 핵심 사업으로 삼자는 것’이라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는데, 야권 혁신플랫폼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락 중인지를 묻는 질문엔 “따로 접촉하지 않았고 서로 내부 논의하게 제안한 상태”라고 답했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내비칠 만큼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 대표가 진지하게 얘기할 생각이 있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했었던 김 위원장은 정작 같은 날 안 대표가 보내온 야권연대 러브콜에 대해 “무슨 야권이 연대할 일 있냐. 어떤 의미에서 야권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건지 그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냉랭한 반응만 내놨고 심지어 김 위원장과 달리 안 대표와의 연대에 긍정적 자세를 취해왔던 주호영 원내대표조차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들은 모두 자기가 선 입장에서 상황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야당 플랫폼이 103석을 가진 우리 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려면 들어오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주 원내대표까지 김 원내대표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게 된 데에는 안 대표가 내비친 범야권 신당 창당론을 회의적으로 봤기 때문인데,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조차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당 등 범야권 통합정당의 형태로 만들어냈지만 별 효과도 보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총선 참패란 성적표만 받았었고 미래통합당으로 통합하는 과정조차 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적잖은 불협화음이 나왔었던 만큼 재보궐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신당 창당은 도리어 야권 내 혼선만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문 정권에 실망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이 힘을 합칠 수 있다”면서도 “선거가 가까운 시간 앞에 두고 당의 틀을 바꾸든지 이런 것들이 혼란을 일으켜 실패한 예도 상당히 많다. 깔끔하게 합쳐지면 선거에 시너지 효과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부연해 이 같은 고민을 보여줬다.

◆ 국민의힘 내부 이견도 여전…野 ‘이간질’ 나선 민주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좌)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오세훈 전 서울시장(좌)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안 대표와 완전히 선을 긋고 독자노선을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듯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인연, 정치적 과정이란 게 저희가 아는 것보다 깊은 것으로 예측돼 표면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좀 더 많은 함의와 정무적 판단이 숨어있는 게 아닌가. 우선 정체성 확립을 하고 그 뒤에 외연확장을 하자는 그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아닐까”라며 “범야권이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타이밍을 국민이 주실 것이다. 그 전에 저희는 지속적으로 교감을 이어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역설했다.

또 전날 김 위원장이 참석한 3선 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도 안 대표를 포용하자는 측과 안 대표의 신당 창당론에 거부감을 드러낸 의원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아직 정리가 안 된 듯 의견이 일부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지난 9일에도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조건 야권이라도 모두 통합해야 혁신이 아니다. 그냥 반문연대로 주인 되겠단 생각만 하는데 이제 그만하라”고 일갈하자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모두 힘을 합쳐 집권하는 것만이 정권을 상납한 우리 죄를 용서 받을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하는 등 안 대표와의 야권 연대에 대한 내부 이견이 드러난 바 있다.

여기에 대권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안 대표와 관련 “결국 (국민의힘과) 힘을 합칠 것”이라며 “연락한 적이 있는데 당내에서 먼저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때 함께 의논해보자는 쪽으로 부정적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었는데, 지난 9일 ‘야권 혁신 플랫폼’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도 공감하는 반응을 듣고 있다고 주장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려가면서 16일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한 유승민 전 의원의 ‘희망22’ 개소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마포포럼에서 밝혔던 바와 마찬가지로 지난 1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내에서 대통령 출마하려고 직·간접 의사를 어느 정도 표명한 사람은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16일 유 전 의원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그에 대한 지지를 적극 호소하는 등 야권연대보다 당내 인사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야권연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일부 갈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각각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유승민·오세훈·원희룡’을 내세운 김 위원장을 향해선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며칠 전까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는데 갑자기 세 명씩이나 생겼다니 출석부 부르듯 후보 명단 부르면 곧바로 후보 되는 국민의힘, 이런 형국이면 수십명의 후보는 될 듯”이라고 꼬집은 데 이어 17일엔 국민의당을 겨냥 “(안 대표의) 간절한 호소에 대한 (김 위원장) 대답은 개입하고 싶지 않아요. 무플정당은 댓글이 그립고 대답 없는 허공의 메아리에 서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野 통합은 상수? 범야권, 결국 국민의힘으로 결집될까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여당 의원의 공세에 국민의힘에선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이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아냥대더라도 합리적 근거를 갖고 하라.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를 내세워 국민의힘 소속 (대선후보) 하나도 없다고 조롱하는 것은 본인 생각에도 창피하지 않나”라고 즉각 응수한 데 이어 국민의당에서도 17일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이 “낙수효과가 있지 않을까 안 대표에게 슬쩍 발 담그는 정 의원 행태에 연민마저 느껴진다. 국민 분열의 책임을 회피하고 내부 우환에서 시선을 돌리고자 외부에서 적을 찾는 습성은 옛날 방식”이라며 “안 대표의 야권 혁신 노력을 방해하며 노이즈 마케팅으로 먹고 살려 하지 말라”고 정 의원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에선 여당에 각을 세운 것과 달리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안 대표에 보인 반응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안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 강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차기 대선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후보로 출마하기로 운을 띄우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차기 대선이든 내년 보궐선거든 안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기엔 대선의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후보로 크게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보궐선거조차 YTN의 의뢰로 지난 9~13일 전국 유권자 2504명에게 조사해 1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차기 시장 선거가 있을 서울·부산에선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올 만큼 여당과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어 오히려 좋든 싫든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국민의힘에서도 김 위원장이 17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무난하게 이길 선거”라고 주장했으며 주 원내대표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이 일종의 범죄행위로 자기가 책임지고 사망해서 보궐선거가 생긴 마당에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말이 안 되는 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데, 급기야 일부 초선의원들은 대권잠룡인 유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달란 요구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안 대표에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듯 국민의힘 김상훈 재보선 경선준비위원장은 17일 의총 직후 ‘예비경선 시민참여비율 100%, 본경선 국민여론조사 80%·책임당원 20%’를 골자로 한 경선 룰과 관련해 “큰 프레임의 변화는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는데, 여론조사 비율을 높일 경우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안 대표가 국민의힘의 이 같은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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