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고조된 반문 정서에, 野는 ‘대선주자 블로킹’에 떨떠름…이재명에도 악재?

윤석열 검찰총장(위)과 한길리서치의 11월 여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아래). 사진 / 시사포커스, ⓒ한길리서치
윤석열 검찰총장(위)과 한길리서치의 11월 여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아래). 사진 / 시사포커스, ⓒ한길리서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그 후폭풍이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데, 정작 대선 여론조사에 포함시켜주지 말아달라고 윤 총장 본인이 당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대권경쟁 선두 자리까지 올라서게 되면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에선 야당대로 심경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 윤석열 ‘1위’, 추미애가 일으킨 역효과? 野 부진 따른 쏠림현상?

비록 오차범위 내 우세라고는 하지만 윤 총장이 1위를 기록한 한길리서치의 이번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쿠키뉴스 의뢰, 7~9일, 전국 유권자 1022명,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맞불을 놓은 국정감사 당시 작심 발언 이후 뚜렷해진 윤 총장의 상승세가 그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낮추기는커녕 배수진을 쳤다는 듯 한발 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지난 5일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를 윤 총장이 ‘주머닛돈’처럼 쓴다고 했던 주장했다가 여야 의원들의 대검 현장검증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음에도 12일 국회 예결위에서 거듭 “상당히 자의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혐의점을 발견해 진상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추 장관은 윤 총장이 1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전날 국회 예결위에선 윤 총장을 겨냥 “검찰을 정치로 뒤덮는 사태를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냥 사퇴하고 정치해야 되지 않나”라며 잔여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점도 꼬집어 “임기제는 검찰 사무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검찰총장이 검찰을 무대로 정치하라는 정치 무대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임기제 취지에도 반하기에 지휘감독권자로서 좀 더 엄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추 장관의 강공이 이어질수록 윤 총장의 지지율만 더 올라가는 현상이 계속됐다는 점에서 도리어 그간 여당 후보 간 경쟁처럼 굳어져온 차기 대권구도만 흔들어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억지로 대선주자 만들어 마침내 지지율 1위에 올려놓더니 이젠 아예 출마를 종용한다”고 비꼬았으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조차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적인지 동지인지 잘 구별이 안 된다”며 “정치 안 하겠다고 검찰 임무만 하겠다는 사람을 추 장관이 자꾸 정치하라고 밀어 넣는데 윤 총장 안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한 달만 참아봐라”라고 비아냥했다.

이처럼 윤 총장의 대선 지지율 1위 기록은 추 장관으로 인한 역효과에 따른 결과란 시각도 없지 않지만 일각에선 아예 윤 총장이 1위를 기록한 한길리서치의 이번 조사방식이나 표본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연론분석센터장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범야권 후보 조사에서 포함됐던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등이 여야 후보를 종합한 조사에선 모두 빠진 점을 들면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한 명도 없는 선택지가 문제다. 이 때문에 윤 총장으로 모아지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보수적 응답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고도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한길리서치는 여야 전체 후보 선정 기준과 관련해 “이전 조사에서 여권과 야권 각각 3위까지 총 6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일부 후보는 매월 조사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는데, 거꾸로 이는 제1야당 후보의 경우 야권 3위에도 들지 못했다는 해석이 되고 있어 국민의힘에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 재집권 목표인 국민의힘, 윤석열 상승에 ‘속앓이’…당내 파열음까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좌)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좌)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동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자 경쟁처럼 비쳐졌던 대권구도가 윤 총장의 급상승으로 깨졌다는 점에선 그래도 정권교체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머지 야권 대선후보들은 유력주자로 분류될 만한 지지율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 아직 대선 출마 여부도 불확실한 윤 총장이 야권 표심을 전부 흡수해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에게는 마냥 반기기만은 어려운 실정이다.

급기야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총장이 야권 대표주자처럼 되어버린 상황을 꼬집어 자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장제원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짜증 섞인 No 정치와 뺼셈의 정치는 윤 총장의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더 돋보이게 하고 있고, 일부 대선잠룡들의 김종인 눈치보기식 소심행보는 윤 총장의 소신 발언과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과 비교돼 윤 총장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윤석열 현상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과 이를 심판해줄 강력한 인물에 대한 목마름에서 생성된 건데 야권이 김 위원장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윤석열 신드롬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 의원은 1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속 없는 윤 총장은 반문재인 정서를 싹쓸이 하며 혼자 국민의힘 지지율 20.4%를 훌쩍 넘겨버렸다. 윤석열 1인이 제1야당을 집어삼킨 것”이라며 “정당은 정권창출이 존재 이유인데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이냐. 김 위원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김종인 정신을 따르는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야권대통합을 통해 대선후보 결정의 유일한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라고 김 위원장을 직격했다.

그래선지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데 대해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윤 총장이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야당 정치인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현 정부에 소속된 검찰총장이 여론 지지도가 높은 것은 정부 내에서 누구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느냐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총장에 대해 정치권과 법무부장관이 지나치게 이러쿵저러쿵 하다 보니 일반 국민이 심판해준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회의 직후에도 “정부여당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높았다고 생각하고 (윤 총장) 그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서 지지도가 높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또 같은 당 주 원내대표 역시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탐정업법 제정 입법방향과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론조사는 변하는 거니까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며 “윤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말은 이 정부의 폭정, 추 장관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라고 김 위원장과 한 목소리를 냈는데, 12일 국회 예결위에선 아예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이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에게 “여론조사 대상과 관련한 규정이 있나. 1위로 등장하는 현 검찰총장은 몇 번이나 ‘여론조사를 거부한다’는 얘기를 했고 공무원이기도 한데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있다”며 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대선주자로서의 윤 총장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그를 압박하는 추 장관을 겨냥해선 적극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윤희석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윤 총장에 사퇴를 요구한 추 장관에게 “장관이야말로 사퇴하고 다시 정치하는 게 어떠냐”며 “드루킹 수사 촉발, 대검 특활비 헛발질에 이어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후보 1위에 올려주기까지 했으니 (추 장관에 현 정부의) 장관직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고 심지어 국민의당에서도 12일 구혁모 최고위원이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인지 민주당 대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데 차라리 이 대표와 직을 맞바꾸는 게 나아 보인다”고 추 장관을 성토했다.

◆ 與도 윤석열 상승세에 촉각 곤두세워…대선구도 변화 생길까

추미애 법무부장관(좌)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추미애 법무부장관(좌)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국민의힘이 한편으로는 윤 총장과 거리를 두면서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이중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윤 총장이 일찌감치 야당에 소속됨으로써 특정 ‘프레임’이 씌워진다든지 중도층 유인요인을 잃는 것보다 현 정부 소속 인사로서 내부에서 쓴 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권교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더 유리하고, 문 정권을 안쪽부터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여당도 윤 총장의 상승에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여당에는 유력후보들이 있는 반면 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인물 중 유력주자로 꼽힐 만한 지지율을 얻은 경우는 현 정부 인사인 윤 총장뿐이란 점에서 심각한 분위기까진 아니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는 듯 경계심은 드러내고 있는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윤 총장 시대에는 신기록이 많다. 자신의 상급자인 법무부장관을 수사하고 자신의 하급자인 검사로부터 자신의 부인이 수사를 받는 상황인데 어쩌면 총장 본인도 부인과 관련 여부 의혹 등으로 얽혀 수사 받을지 모른다”고 압박한 데 이어 ‘지난 대선 1년 전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반짝 1등한 적이 있다’는 내용으로 “반짝이는 게 모두 금은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정작 여당 대선주자들은 윤 총장이 1위를 기록한 데 대해 오히려 존재감을 부각시켜주는 역효과가 일어날까 우려했는지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모양새인데, 이 대표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별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으며 이 지사는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인 석동현 변호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하면서 공수처 출범을 촉구하는 식으로 윤 총장에 대한 우회적 압박만 펴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자제 요청에도 윤 총장과 격돌하며 파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추 장관인데, 윤 총장 압박에 나선 그는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던 점을 구실로 이제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지난 2018년 ‘혜경궁 김씨’ 논란 당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던 이 지사까지 졸지에 유탄을 맞을 모양새다.

더구나 친문, 호남 표심이 중심인 이 대표와 달리 윤 장관의 상승으로 지지층 중첩에 따른 악영향 받을 가능성만 높은 이 지사로선 추 장관의 계속되는 윤 총장 때리기가 자신에게 별 이득이 될 게 없는데, “윤 총장을 때리면 친문 내에서 지지를 받으니 추 장관은 이를 이용해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이라던 지난 11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대로면 윤 총장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추 장관 스스로 자제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윤 총장 때리기’가 여당 내 대권구도마저 흔들어 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