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취재본부 / 문미선 기자] 선거조작 의혹을 주장하면서 대선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의 행보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패배를 인정하는 선언’의 미국적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패배선언이 중요한 의미는 승자의 정권 인수를 위한 법적 요건은 아니지만 패배선언을 통해 원만한 정권인수 실무가 개시된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패배선언을 통해 선거에서 패한 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선거에서 거두지 못한 승리를 빼앗으려는 어떠한 물리적 충돌도 원치 않는다는 것을 표명함으로써 국내정치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미국 헌법과 연방법은 대선 후보자들에게 패배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전에 선거 결과를 인정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지만, 근소한 표차 또는 선거절차 상의 정당한 우려가 있는 선거에서 조차 그 결과에 정면으로 도전한 전례는 트럼프 이전까지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윗을 연일 쏟아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자는 11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대선 불복 선언을 ‘솔직히 민망하다’며 ‘대통령 업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트럼프를 지지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이해하며 결국 모두가 하나가 되고 수년간의 보아온 혹독한 정치로부터 벗어나자’고 말했다.

조 바이든의 기자회견에서 패배가 짙은 후보자가 먼저 패배선언을 하는 전통이 지니는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전통은 19세기 말에 시작해 미국 선거 풍토의 특징이자 정치 문화로 발전했으며 전보, 전화, 연설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2016년 미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전화 연락을 통해 “미국의 입헌민주주의는 평화적 정권이양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긴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1992년 조지 H.W. 부시는 빌 클린터에게 “나는 빌 클린턴 인수위와 긴밀하게 협조해 원할한 정권이양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중요한 과제이며, 국가가 언제나 최우선이다”고 말했다.

1980년 지미 카터는 로날드 레이건에게 “미국민은 선택을 했고 나는 그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 “나는 앞으로 수주에 걸쳐 그와 함께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하면서 매우 멋진 기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4년전 재선에 실패한 제럴드 포드는 지미 카터에게 “1월 취임선서까지 완벽하고 전력을 다한 지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원활하고 효율적인 출발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말로 패배 선언을 전했다.

모두 유사한 내용의 패배선언이지만 새정부의 원활한 정권인수를 약속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함으로써 국익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치열한 선거는 결과에 따라 극도의 분열과 긴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에 지지층에 정쟁의 종식과 물리적 충돌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신호로 작용하는 대승적 결단과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 미 대선에서는 패배선언의 전통이 주는 조화와 비폭력의 가치가 무엇보다 절실한데 더 이상 이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바이든 기자회견/유튜브 캡쳐
조바이든 기자회견/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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