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특활비 ‘직접 배정’ 지시 논란…野, ‘靑 특활비 공개’ 요구까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찰 특수활동비가 검찰총장의 주머닛돈처럼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검 감찰부에 조사 지시를 내려 ‘특활비 논란’을 촉발시킨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공세가 오히려 야권의 청와대 특활비 사용내역 공개 요구로까지 확대되면서 당청에 부담을 안겨주는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대검 현장검증, 구체적 내역 비공개에 여야 ‘아전인수’ 해석만

앞서 지난 9일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특활비 공세가 도리어 ‘추 장관도 특활비를 쓰지 않았느냐’는 야권의 역공으로 돌아오는 점을 의식한 듯 “추 장관은 예년과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앞으로 검찰 특활비를 법무부에서 받아 대검이나 일선 청에 직접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여야가 전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3시간 동안 진행한 특활비 관련 현장검증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대검 모두 구체적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각각 ‘아전인수’ 해석만 나왔는데,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 감찰국은 수사나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데도 올 한해만 7억5900만원을 쓰고 있는데 상세 내역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을 뿐 아니라 중앙지검에도 검찰 특활비 총액의 16% 정도가 배정되고 있는 점을 들어 “추 장관이 ‘중앙지검에 한 푼도 안 줘서 수사를 못한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반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무부는 (특활비 관련) 상세내역이 있었는데 대검은 없었다”고 반박한 데 이어 중앙지검 특활비에 대해서도 “총액 기준으로 작년 대비 올해 특활비가 절반으로 줄어 (추 장관의) 그런 문제제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다만 백 의원은 윤 총장이 특활비를 사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에 대해선 “총장이 개인적 용도로 쓴 특활비 내역은 없었다”고 밝혔는데, 추 장관의 특활비 사용 여부에 대해선 백 의원이 “전혀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데 반해 김 의원은 “장관이 안 썼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에선 조수진 의원이 “추 장관 취임 이전 2018년 박상기 장관은 2억여원, (박 장관과 조국 장관이 재임한) 2019년엔 3억여원을 가져다 썼다”고 꼬집은 뒤 “법무부장관은 통상 일선 검찰청, 소년원 등을 방문할 때 격려금을 건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추 장관이) 사비를 썼다는 얘긴가”라고 추 장관에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법사위 소속인 같은 당 전주혜 의원도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내려주지 않는다거나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추 장관의 주장을 꼬집어 “법사위에서 그 정도 발언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사실파악을 하고 했어야 한다. 이런 점은 굉장히 문제”라고 직격한 데 이어 법무부 특활비에 대해선 “법무부는 수사하는 곳이 아닌데 검찰국에만 10억 원 정도의 특활비가 집행됐다. 내역이 뭐냐고 검찰국장에게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답을 못했다”며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 법무부의 특활비 ‘직접 배정’ 검토에 野 “특활비 전체 검증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전 의원은 추 장관이 내년부터 특활비를 법무부가 직접 대검찰청과 일선 검찰청에 지급하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내용과 관련해서도 “특활비란 것은 수사와 직접적 관련이 있으니 일단 법무부에서 받아 대검에 상당 부분 내려주고 대검에서 수사 상황에 따라 각 검찰청에 배분해왔던 것”이라며 “직접 대검과 지검에 나눠주면 사실상 수사지휘를 법무부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총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여기에 주호영 원내대표도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에 특활비가 많이 내려가는데 나머지 외청과 달리 검찰만 독립된 예산편성권이 없다. 국회에 와서 기관장이 출석하고 질의 응답해야 하는데 수사를 맡는 검찰총장이 나오는 것은 수사에 지장이 있다고 해서 법무부가 예산을 틀어쥔 상황”이라며 추 장관의 행보에 날선 반응을 보였는데, 특활비 배분 투명성 논란을 구실로 추 장관이 예산집행권을 통해 윤 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려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 장관 논리대로면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에 직접 특활비 배정해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기에 ‘직접 배정’에 따른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법무부에선 확정된 게 아니라며 일단 확대해석엔 선을 긋고 있지만 야권에선 아예 청와대와 정부 전체 특활비까지 모두 검증하자면서 확전에 들어갔다.

당장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나 특위를 만들어서라도 정부의 전체 특활비를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 정부에 있는 수많은 특활비를 더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앞서 전날 장제원 의원은 “운영위에서 의결해 청와대 특활비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막상 까보니 윤 총장의 특활비 집행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법무부의 특활비가 문제 되어 추 장관의 사용 여부와 그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판국”이라며 “이번 특활비 논란은 근거 없이 정치자금 유용이니, 특활비 차별 배분이니 하며 의혹 제기한 무책임한 여당과 이에 부화뇌동한 추 장관 책임이 크다. 차제에 법무부, 검찰, 국정원, 청와대 등의 특활비 전반에 대한 불법사용 실태조사와 대책 수립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전체 부처의 특활비를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고 직접 물었는데, 홍 부총리는 “특별히 어느 부처가 얼마만큼 인지가 비밀까진 아니다”면서도 검찰·경찰·법무부·관세청·감사원 등에 대해선 “아무래도 특수 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보니 다른 예산사업보다는 좀 더 대외공개에 신중하고 있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검찰 특활비 중 10%가 법무부에 배정되고 수사나 정보수집을 하지 않는 법무부 검찰국에 매년 10억원대의 특활비가 지급된 점을 지적하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엔 “기재부가 어떻게 집행하는지 확인하는 게 아니고 해당 부처의 자체 지침과 감사원 대상 지침에 따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쪽 특활비가 어느 부서로 얼마 갔는지는 저도 알지 못한다”면서도 “검찰청은 법무부에 같이 편성돼 있는데 검찰 쪽으로 해당되는 특활비가 있고 그 중 일부는 법무부 본부의 특활비가 있다. 출입국관리국도 있고 테러 대비도 하고 해서 법무부 내 검찰이 아닌 특수목적활동 부서에도 (특활비) 금액이 조금 있다”고 적극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란 시민단체는 이날 사건 수사나 정보 수집 등 목적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 대검 특활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무관한 교정본부 등의 업무 경비로 지급한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며 추 장관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국고손실죄 공동정범으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는데, 이들은 특활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추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검찰국 특활비 10억 원 중 일부를 추 장관이 썼을 수 있으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 특활비 논란에 급기야 ‘폐지’ 질의도…홍남기 “존치 필요해”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좌)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좌)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특활비 논란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삭감 혹은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특활비가 특수수사 활동으로 정확하게 집행되기보다 부서나 기관 운영비용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는 의심이 많이 들고 실제로 그런 것 같아 이번 예산 심사 때 그 부분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며 “법무부 검찰국 검사, 대검 검사 등 특수수사 활동을 하는 자리가 아닌데도 특활비가 기관별로 배정돼서 지급됐단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즉, 여당 측에서 특활비 삭감 가능성을 내비친 것인데, 야당에선 같은 날 조해진 의원이 국회 예결위 회의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논란이 많은데도 특활비를 계속 유지해야 되느냐’면서 급기야 폐지 여부를 물어 홍 부총리가 “수사 활동이나 방첩 업무 등은 일일이 카드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특활비 비목의 존치는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특활비를 40.5% 축소했다. 청와대나 대통령 스스로도 굉장히 많이 줄였고 다른 부처들도 정말 혁명적일 정도로 특활비를 줄여왔다”며 “내년 특활비도 상당 부분 줄여서 국회에 제출했고 앞으로 더 (특활비를) 투명화 시켜야 한다는 게 큰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특활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앞서 대검 현장검증으로도 상대를 압박할 확실한 패를 잡지 못한 여야가 추가 검증을 통해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당초 윤 총장 압박 공세를 폈던 추 장관과 여당 의중과 달리 야권은 지난 2017년 국정원의 청와대 특활비 상납 의혹과 유사하다며 역공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사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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