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선후보 선호도 3위로 오르며 대선판 요동…與, 공수처 추진에도 부담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대검찰청 앞 윤 총장 격려 화환들 [사진 / 오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대검찰청 앞 윤 총장 격려 화환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급상승으로 기존의 이낙연·이재명 ‘양강’ 대권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소위 ‘검찰개혁’ 선봉에 선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소신 발언으로 맞서면서 오히려 윤 총장의 몸값만 나날이 치솟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여당에서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윤석열, ‘대선 유력주자’로 급상승…反文여론, 尹으로 결집?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6~30일까지 전국 유권자 2576명에게 조사해 2일 발표한 10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21.5%로 공동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뒤이어 윤 총장이 17.2%로 3위를 기록했다.

야권 대선후보들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이어간 것은 물론 지난달 조사보다 6.7%P 상승하면서 선두와의 격차도 4.3%P로 좁혀 ‘3강구도’를 이루게 됐는데,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9월 24%→10월 39%), 문재인 반대층(9월 19%→10월 32%), 보수층(9월 16%→10월 27%)의 지지를 바탕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그간 여당과 달리 유력후보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사분오열 양상을 띠었던 반문 성향 유권자들이 윤 총장을 지지하는 형태로 결집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비단 이 뿐 아니라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전국 유권자 1032명에 조사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윤 총장은 15.1%를 기록하며 이재명·이낙연에 이은 3위를 기록한 반면 다른 야권주자들은 여기서도 한자리 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는데, 엠브레인리퍼블릭이 문화일보의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한 밤야권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마저 윤 총장만 10.7%로 두 자릿수를 기록해 이제 그가 대권 도전할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여당에 맞선 유일 대항마로는 분명히 자리 잡게 됐다.

그래선지 새삼스럽지만 야권 일각에서도 최근 윤 총장의 상승세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인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런 지지율 나오면 정치 안 할 수 없다. (윤 총장이) 지금 결단 안 했다고 해도 결국 하는 방향으로 될 거라 보는데, 그래서 우리 당이 가야 되는 방향이 중도”라고 역설했으며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면 훌륭하게 잘해낼 개인적 자질은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이념 성향을 넘어 반문 세력의 결집을 이룰 수 있게 되는데다 야권 대선경쟁에 ‘메기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야당 후보들이 받아야 할 반문 유권자들의 기대와 지지가 당장 출마 여부도 밝히지 않은 윤 총장에게로 몰려버렸다는 점이나 정작 윤 총장이 정치에 입문할지 여부도 아직 확실치는 않다는 걸 고려하면 이런 상황을 반길 순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되는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윤 총장과 관련해 “정치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총장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낀 것도 이 같은 고민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尹 상승으로 검찰개혁 좌초될라…·與, ‘尹 직격’하며 檢 압박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이 지사와 이 대표 등 지지율 상위권을 달리는 유력 대권주자들을 보유한 민주당 역시 윤 총장의 상승엔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당장 이번 달(11월) 내 마무리 지으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이른바 ‘검찰개혁’에 있어 윤 총장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검찰개혁은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고 내년엔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만큼 사실상 검찰개혁은 올해 안으로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검찰 내 윤 총장 세력을 몰아내면 낼수록 윤 총장의 몸값만 올라가며 검찰개혁에 부담을 주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 추 장관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권과 감찰권 남발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겨냥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응수한 이후로 검사들의 반발은 더 크게 확산돼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를 비롯한 300여명의 검사들이 줄이어 ‘커밍아웃’하는 등 윤 총장과 마찬가지로 적극 추 장관을 향한 역공에 나서고 있는데, 추 장관은 이 같은 움직임에 3일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윤 총장을 직격했다.

즉, 검찰개혁에 반발하고 있는 그 배후에 결국 윤 총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인데 여당 지지층에서도 추 장관에 힘을 실어주고자 여론전에 나서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엔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란 글을 올려 5일 만에 동의 수 40만 명을 넘겼고, 3일 오후 대검찰청 앞에선 광화문촛불연대란 시민단체가 윤 총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검찰개혁으로 기득권이 약화될 위기에 닥치자 개혁에 전면 저항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당에서도 지난달 23일 이낙연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며 윤 총장에 포문을 연 이래 그와 함께 여당 대선후보인 이 지사도 2일 ‘경기도예산정책협의회’를 연 뒤 윤 총장의 상승세를 의식한 듯 “오히려 검찰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수처가 왜 필요한지 상기시킨다”고 이 대표와 한 목소리로 윤 총장 견제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에서도 2일 최강욱 대표가 최고위 회의에서 “검찰총장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많은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있는 와중에 소위 ‘커밍아웃’한다면서 일부 검사들이 적반하장식 태도 보이고 있는데 검찰의 주인은 총장도, 검사도 아닌 국민이란 점을 명심하라”고 윤 총장 압박에 나섰으며 3일 민주당에선 아예 노웅래 최고위원이 ‘검찰협회장이 아닌 검찰총장을 바란다’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제는 윤 총장이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정치하고 싶다면 당당하게 정당에서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이 같은 공세가 무색하게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 조사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인식(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검찰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란 의견이 49.6%로 ‘적절한 권한 행사’였다는 응답(43.3%)을 상회했고 윤 총장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58%)도 사퇴해야 한다(33.8%)는 의견보다 높게 나오는 등 여론은 윤 총장에 힘을 실은 모양새인데, 그럼에도 여당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김태년 원내대표가 2일 “참여정부 시절에도 정치검사들이 검찰개혁에 저항했는데 민주당과 문 정부는 이번만큼은 완수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굳히고 있다.

◆ 국민의힘 가서 대선판까지 흔들라…尹 행보에 초조한 與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10월 ⓒ리얼미터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10월) ⓒ리얼미터

이는 윤 총장과의 기 싸움에서 밀려 결국 검찰개혁이 실패하면 그간 여당 후보끼리 경쟁처럼 되어왔던 대선구도까지 윤 총장에 의해 흔들리면서 재집권 계획까지 헝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반응으로 풀이되는데, 이렇듯 배수진을 친 여당이지만 윤 총장이 자칫 대권 도전에 직접 나서 실제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닐지 내심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을 겨냥 “윤석열에 목을 매려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그에게 굽신굽신하며 호위무사를 차저해야 하는데 현직 피감기관에 그러기도 자존심 상하고, 그런다고 윤석열이 기질상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입당하면 그의 지지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며 “박근혜를 구속시킨 집안의 원수를 함부로 들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가뜩이나 안 보이는 도토리들이 주목 받을 기회도 없어 이러자니 저렇고 저러자니 이렇다. 윤석열 재앙에 냄비 속 개구리 되었는데 윤석열에 환호작약하는 당신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표면상으로는 야권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나왔다고 국민의힘이 좋아할 일은 아니란 지적이지만 반대로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가든 말든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면 굳이 이 같은 훈수를 둘 이유도 없기에 자칫 국민의힘에서 윤 총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하려 들까봐 미리 견제한 발언으로도 해석되고 있는데, 정 의원은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아예 “윤 총장은 정치 못한다. 조국 전 장관처럼 가족이 다 털릴 수 있는데 할 수 있겠나”라며 “만약 이분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순간 지금의 지지율은 유지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외에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청 방문을 재개한 윤 총장의 최근 행보를 꼬집어 “일선 청 방문을 하고 있고 또 새로 임용되는 부장검사 나가는 사람들한테 강연도 계획돼 있고 그런데 윤 총장이 정치를 하는 셈이다. 사람들이 정치적 존재로 지금 보고 있고 윤 총장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정치적 존재로) 입장을 정한 것”이라고 윤 총장에 견제구를 던졌으며 심지어 설훈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이 몇 % 차지하는지 관심 없지만 대권후보로 야당 대표에서 나온다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야권에서도 이혜훈 전 의원이 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상승세에 대해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이를 넘어 상당한 지지율이 나오는 현상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문 정권 책임”이라고 밝히는 등 윤 총장 자체 역량보다 반정부 여론에 힘입은 반사효과가 크단 시각도 없지 않아 향후 대선판도는 더 지켜봐야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여러 의견은 나오고 있지만 현재 윤 총장의 급부상이 당청에 부정적 변수가 된 것만은 확실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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