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 필요
???????LG전자, 중소기업 거래중단 논란 협력사 상생 흠집 날까 곤혹

(주)릴테크가 개발한 에어컨승강장치. 사진제공=국감자료 캡쳐
(주)릴테크가 개발한 에어컨승강장치. 사진제공=국감자료 캡쳐

[전남 동부/양준석 기자]지난 10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LG전자의 기술 탈취 문제를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감규 LG전자 부사장에게 서한을 전달한 것이다.

송 의원은 서한에서 “LG전자는 협력사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일방적으로 거래관계를 중단했고 협력사와의 약속을 두 번이나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결정에 따른 변상액(13억2885만1000원)을 협력사에 지급해 달라”고 구 회장에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을 알고 계신지 여부와 공정거래조정원의 결정을 이행하실 것인지 여부를 내달 9일까지 답해달라”고 했다.

LG전자는 10여 년 전 서울시 전역학교에 설치될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조달 발주를 수주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시스템에어컨에 장착해야할 필터 청소를 위한 승강장치인 ‘승강그릴’을 개발하지 못하여 전전긍긍했다.

그러던 차에 PLS그룹 행사에 참석한 당시 LG전자 이영하 사장, 노환용 사업부장이, 전남 순천에서 승강장치 특허기술을 개발하여 제조하는 ㈜릴테크(대표 신정훈)를 찾게 되었다. LG전자 측은 그렇게 ㈜릴테크 대표이사에게 ‘승강그릴’ 개발을 부탁하게 되면서, LG전자 개발부서에서 약3년 동안 개발하지 못했던 것을, ㈜릴테크에서 3개월 만에 시제품을 제작하게 된다.

LG전자로선 자체기술로 개발하지 못하던 승강장치 개발을 릴테크가 하게 되면서 급한 불을 끄고 ㈜릴테크에 정식 개발요청을 하게 되었고, 릴테크는 자체 비용을 부담하면서 ‘승강그릴’을 개발하였다.

이후 LG전자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릴테크는 약 2년 10개월 납품을 하였으나, LG전자가 돌연 기존 거래 중이었던 협력사를 통해 제품을 납품받기로 하면서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 ㈜릴테크 로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신규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기 위한 제품승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LG전자는 ㈜릴테크로부터 납품 받는 동안에 타 업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한 가지 타 업체에서 납품 받은 제품이 ㈜릴테크에서 개발한 제품과 99%이상 유사하다는 것이다. 타 업체는 LG전자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협력업체이다.

(주)릴테크의 승강장치(사진 왼쪽)와 LG전자가 사용하고 있는 타 업체 승강장치. 사진제공=국감자료 캡쳐
(주)릴테크의 승강장치(사진 왼쪽)와 LG전자가 사용하고 있는 타 업체 승강장치. 사진제공=국감자료 캡쳐

이 같은 LG전자의 갑작스러운 거래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릴테크는 LG전자에 보상 청구를 하게 되고, LG전자는 재거래를 약속하면서 ㈜릴테크와 합의문을 작성하지만, 당시 LG전자 이감규 전무가 서명을 거부하면서 합의문은 결렬되고 재거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로, LG전자는 ㈜릴테크에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제안하고, ㈜릴테크는 “양사가 조정안에 따르겠다.”는 LG전자의 확인서를 받고 조정신청을 하였다.

2년여의 조정 끝에 올해 4월 “LG전자는 ㈜릴테크에 13억2천8백만원을 5월 18일까지 지급한다.” 라는 조정안이 나왔지만, LG전자는 ‘조정안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조정안을 불수락 했다. 법적강제성이 없는 분쟁조정에 중소기업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해 어렵게 조정안을 받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었다. ㈜릴테크 관계자는 “이 사건이야말로 정부에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한편, LG전자는 그동안 협력사와 상생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해왔는데 ‘승강그릴’ 관련 ㈜릴테크를 상대로 한 ‘갑질 횡포’ 논란이 국감장에서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아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감규 부사장은 LG전자가 처음 릴테크에 시스템에어컨용 릴 개발을 의뢰할 당시 LG전자 에어컨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을 전담하는 에어솔루션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협력사와 상생을 강조해왔던 LG전자로선 이감규 부사장이 국감에서 릴테크를 상대로 한 ‘거래중단’에 따른 논란과 함께 ‘기술탈취’ 문제 지적을 받아, 난감함을 나타냈다.

LG전자는 2019-2020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협력사와 상생협력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상생,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스마트공장 구축, 기술자료 임치, 상생결제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해 왔다”면서,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세정제와 마스크 등 소모품도 제공했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안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려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릴테크와 LG전자는 지난 2013년 양사 간에 있었던 분쟁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서까지 작성했으며 이 사안의 법적인 시효도 2015년에 만료된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릴테크가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한 이후에 나온 조정안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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