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락의 희망공장 언니네 이발관

먼 이발관에서 들려오는 나른하고 영롱한 '꿈의 팝송' interview 모던 락의 희망공장 언니네 이발관 '멜로디를 사정없이 난사하며 당신의 마리에 사이다를 부어드리고 가슴 예리한 칼날을 찔러드릴게요.' 국내 모던 록의 왕언니 언니네가 수상하다 모던 록 밴드‘언니네 이발관’이 인디 록 진영에 일으키는 바람이 거세다. 4년만의 신보 3집 <꿈의 팝송> 출시한달 여만에 2만장이 넘고 현재 4만 5천장이라는 인디밴드로서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기록 중인‘언니네 이발관’. 이들은 활동한지 어언 10년이 다된, '국내 모던 록 그룹의 효시'로 불리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그 명성을 익히 알고있는 보석같은 그룹. '꿈의 팝송'은 발매되기 전 선주문 만 오천 장이 모두 품절, 서울에서만 6,500장의 재주문을 받고 재판제작에 들어가면서 범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작년 10월 발매 첫날의 교보문고 쇼케이스에서는 대규모의 인파가 몰려 예정된 사인회가 취소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96년 발표된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가 비평가 선정, 올해의 음반으로 뽑히고 스터디셀러 자리매김 되는 등 국내 모던록의 효시로 불리는 언니네 이발관의 탄생에는 전설적인 비화가 있다. 통신음악동호회에서 날카로운 팝비평가로 명성을 날리던 이석원은 매니아 전문음악 방송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출연, 자신을 당시 결성되지도 않았던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라고 소개해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유령밴드로 시작된 언니네가 현재는 펑키 혹은 얼터너티브한 최근의 국내 인디락 밴드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 속하는 서정적인 인디락의 대표주자로 전문음악지와 평론가들마다 칭찬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들의 출현과 회생, 견재, 음악성의 산물인 앨범들을 '기념비적'이라는 표현으로 수식하고 있다. 평자들은 이들을 '데뷔앨범 한 장으로 인디의 정의를 내린 한국 모던 락의 선구자', '음악계의 홍상수, 무리마키하루키, 멜로디의 마에스트로' 라 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언니네 이발관은 청명, 명징한 사운드에 팝적인 감성이 녹아있는 나른하고 게으른 음악 스타일을 구사한다. 이들은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편한 가사와 느낌, 절규가 아닌 나른한 속삭임으로 젊은이의 방황과 소외된 자의 미묘한 심리를 냉소적인 듯 따스하게 읊조린다. 언니네 표 이발관은 '헤어스타일을 바꿔준다기 보단 머리 속에 청량하고 싸한 사이다를 부어 머리를 한번 감겨주는 곳'이라는 표현이 가까울 것 같다. 몽환적인 팝 선율감과 나른한 보컬로 이들은 수줍게 열렬한 두터운 '이발관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네 명의 이발사가 날리는 섬세함과 고독함의 주파수 지난 20일 대학로에서 단독 콘서트(기타리스트는 손에 피가나고 베이시스트는 울어버린)를 성황리에 마친홍대 앞 커피숍에서 네 명의 이발사들 중 이발관 원장 리드보컬 이석원씨(32)와 리드기타 이능룡씨를 만나 봤다. 현재 3집의 라인업은 재즈밴드 출신 의 베이스 기타 정무정(29)과 칼파라는 메탈밴드출신으로 메탈계 최고의 드러머로 평가받아온 드러머 정대정 (25). 그리고 리드기타 이능룡(25). 데뷔앨범 한 장으로 '인디의 정의를 내린 한국 모던 락의 선구자'라는 평, '음악계의 홍상수, 무리마키하루키' 라는 평단의 찬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리더 이석원은 90년대 초 당시 우리나라에서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던 '모던 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사모' 회원이었다. 모사모는 현재 한국 모던 락의 뿌리가 되는 음악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비슷한 시기에 뮤탄트, 삐삐밴드 등이 일회성 프로젝트격으로 활동이 단발로 마무리되거나 2집부터 옷을 갈아입고 변덕을 부리곤 했다면 음악적 성향과 아마추어적 성격 등 모든 분야에서 언니네는 그 존재 이전과 이후를 나눠 볼 수 있는 모던 록의 효시라는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이석원. 그는 가장 영향을 받은 국내 음악인으로 '어떤 날'과 '동물원'을 꼽으며 '이들은 내 10대를 지배했다.'고 단언한다. 또 현재는 휴머니즘이 담긴 따스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팻 샵 보이스를 좋아한단다. 팝송 가닥 풀어내는 꿈꾸는 이발관- '예쁘다. 순수하다. 아프다.' 현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언니네 이발관의 대중적 입지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3집 '꿈의 팝송' .앨범 뚜껑을 열면 몽환적이면서 힘있는 질주감이 깃든‘헤븐’, 팝 사운드에 단조 멜로디를 접합시킨‘괜찮아’,발라드 분위기의‘남자의 마음’, 70년대 그룹 사운드를 연상시키는‘불우(不遇)스타’, 보사노바 리듬을 도입한‘언젠가 이발관’등 다채로운 음악실험의 만찬이 뿜어져 나온다. '꿈처럼 좋은 음악,'이라는 뜻이 담겼다. "우린 <꿈의 팝송>을 통해 시각적 효과는 물론이고 색채감을 전해 듣는 이로 하여금 꿈꾸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언니네. 풋풋한 아마추어리즘과 우울한 순수성이 빛을 발한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가 기타 팝적인 성향이 강했다면 3집에선 신디사이저의 비중이 늘어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가 가미돼 원숙함의 소산인지 비관과 체념만이 아닌 더욱 밝아진 음악이 선보여졌다. '원래 4집은 뉴에이브 스타일로 계획했었지만 새 리드기타 이능룡과 첫 대면했을 때 인간적이고 나른한 분위기가 좋았고 그 안의 적극성을 깨내려 노력 중'이라며 이능룡의 스타일과 엄청난 실력을 감안, '태클에 걸렸다는 표현' 그대로 기타비중이 막강해진 무지막지한 앨범을 준비 중"이라며 다음 앨범의 성격도 살짝 귀뜸해준다. 날카롭고 따스한... 이율배반의 특허 가위질법 언니네에 대해 또 어떤 평자는 '소년이 밤에 촛불을 켜고 쓰는 일기를 읽는 것 같은 감수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나와 관계, 소통에 대한 사변적인 고백을 담아내는 언니네 이발관의 가사의 주된 테마는 사실 '나'와 '소통의 문제' , '회상과 자기연민'인 것이다. 선한 듯 하면서도 냉소적인 고독의 감성을 추구하며 '당신'이란 말이 많아 나오는 일관된 가사패턴. 이에 '러브테마는 진실성이 담긴 고백인가? 혹은 환타지인가?' 하는 음악과 삶의 진정성을 캐묻자 '사랑의 경우 외로운 사람들은 자신과 연애한다. 사랑의 대상은 바로 나이다.'라는 고독병지다운 답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어제 만난 슈팅스타'와 '불우(不遇)스타'도 사실 자기 자신을 지칭한 것이다. '2002년의 시간들’또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나 자신의 회고담이자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모든 청춘의 나지막한 절규다. 이석원은 "2집의 색채를 실낙원으로 표현하자면 3집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노골화되어진 앨범이다. 개인적인 가사에서 사변적 공감을 얻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자신의 보컬에 대해서는 '미성이지만 소금이 뿌려져 있는 목소리'라고 자평한다. 인디락의 희망노선, 언니네의 행보에 주목하다. 현재 국내에는 자우림, 체리필터 등이 오버로 진출해 모던 락을 국내 그룹음악의 추세임과 동시에 주류음악계의 추세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여전히 언더진영에서 활동하는 코코어, 스웨터, 델리스파이스, 푸른 새벽 등 언니네의 후예, 혹은 동반자라 할 만한 모던록 밴드들이 견고한 기반을 쌓고있다. 락음악계에서 모던 락이 주류장르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크래쉬가 모던 락 그룹들에게 블랙사바스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크라잉넛은 블랙프리를 아는지를 물을 수도 있다. 메탈음악으로 대표되는 락 음악의 계보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우문(?)현답(?)을 내놓으며 동시에 또 언니네가 추구하는 음악적 목표는 한마디로 '형이 되는' 것이라는 모순의 극치를 선사하는 발랄한 언니네. 언니네는 사실 모던 락 그룹들보다 락 음악계에 친한 음악인들이 많다. 정상급 헤비메탈 그룹 '노인즈가든'은 1집 앨범초기작업부터 참여했으며 노브레인, 쟈니로얄, 카운터 리셋, 로다운, 칼파 등이 친한 그룹들, 리더 이석원은 헤비메탈 동호회에서 많은 헤비메탈 그룹들과 친분을 쌓은 것이다. 사실 언니네는 실제로 이발에 필요한 가위질보다는 가위질로 아름다운 소리를 얻어내는데 열중하는, 음표들을 식탐하는 음악벌레이면서 또 연습 벌레들인 것이다. 인디록의 희망이라 할 수 있을 다시 돌아온 언니네의 기사직전에서 회생과 이들의 재생에 보내는 열렬한 환영과 박수. 과연 이러한 흐뭇한 모습이 과연 일부 매니아와 평단의 자축파티로 스쳐만 갈 것인지, 앞으로 남아있는 긴 행보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어찌보면 영원히 사춘기 반항아적일 것 같은 이발사들. '이발관'만의 여리면서 반항적인 감성, 미성이지만 소금이 뿌려져 있는 목소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영롱하게 반짝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