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커밍아웃’ 한다”는 등의 게시글과 댓글이 줄이어
-검사에게 재갈을 물리는 게 검찰개혁이냐
-전체 검사(2000여명)의 10%가 넘는 검사들이 집단 반발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추미애 장관 취임 이래 정권을 겨눈 수사를 이끌거나 참여했던 검사들이 인사에서 줄줄이 ‘좌천’되고, 전례 없는 2차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그에 대한 감찰까지 지시하면서 누적돼온 검찰 내 불만이 최근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비판한 한 평검사를 겨냥해 추장관과 조국 전 장관이 ‘좌표찍기’와 ‘협공’을 한 일이 도화선이 돼 ‘검란(檢亂·검사의 난)’ 수준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30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전날에 이어 “나도 ‘커밍아웃’ 한다”는 등의 게시글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커밍아웃은 지난 29일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현 정권과 추 장관 등을 작심 비판한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에 대해 추 장관이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 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보복 예고성 발언을 한 데서 시작됐다.
추 장관은 조 전 장관이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그의 과거 의혹 관련 기사를 올리는 속칭 좌표찍기를 한 뒤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현직 법무 장관의 이런 행위는 즉각 검사들의 반발을 샀다. 최재만 춘천지검 형사1부 검사(47·〃 36기)는 이프로스에 “저도 커밍아웃 하겠다”고 글을 올린 뒤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일침을 놨다.
최검사를 필두로 “나도 커밍아웃 한다”는 게시글과 댓글이 잇따랐다. 그 수는 이날까지 2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프로스에는 실명으로만 글을 올릴 수 있다. 최재만 검사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검사들은 현 상황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정치가 검찰을 덮는 상황을 말 못 하는 어리석은 신하보다 정무 감각이 전혀 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거나 “검사들이 수치심에 몸서리치게 한다”, “역사에서 소름 끼치게 보아 왔던 돌팔매질과 편 가르기”라는 등 지적을 쏟아냈다. 평검사까지 저격한 추 장관을 겨냥해서는 “도대체 어떤 사고 회로를 거쳐야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치졸하다는 단어가 이럴 때 쓰라고 있나보다”는 등 직설적인 비판도 나왔다.
“북한도 아닌데 무서워서 말도 못 하는 세상이 온 것 같아 슬프다”거나 “검사에게 재갈을 물리는 게 검찰개혁이냐”는 등의 항의도 있었다.
전체 검사(2000여명)의 10%가 넘는 검사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것과 관련, 당사자인 추 장관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사 후 ‘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한편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작은 검찰개혁의 움직임에도 저토록 극렬히 저항한다”며 “국민들은 ‘자성(自省)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사들 향해 “윤 총장의 정치 발언에 대해 분노하셔야죠”라고 ‘훈수’를 뒀다.
또한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100명도 좋고, 200명도 좋다. 어차피 검찰개혁 본류에 들어서면 검사들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p.s. 요새 밖이 많이 춥다. 변호사일 옛날 같지 않으니 참고하시고."란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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