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수처법 개정 ‘으름장’에 국민의힘은 ‘특검 요구’로 맞불

22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27일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 중인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22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좌)과 27일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 중인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명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할 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도 점차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제1야당이 자당 몫의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선까지 문제 삼으면서 11월 중 공수처 출범을 위해 공수처법 개정 가능성을 비롯한 최고수위 압박에 들어갔는데, 국민의힘도 철야농성을 불사하면서 라임·옵티머스 특검 요구로 맞불을 놓고 있어 어느 쪽이 이번 대결의 승자가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추미애 운 띄우자 ‘윤석열 사퇴’ 목소리 높이는 與…檢 장악 본격화?

그간 윤 총장과 충돌해온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선 작심한 듯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한 윤 총장을 겨냥해 “(수사지휘가 위법하다는) 그런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고 검찰 조직을 지켜야겠다고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사퇴까지 거론한 데 이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의혹에 휩싸여 수사 지휘할 수 없다면 장관으로서 해임 건의해야 하지 않나’라고 질의하자 “(‘언론사 사주와 사적 만남’, ‘옵티머스 무혐의 결정 관여 여부’ 등) 감찰 후 정치권 등 의견을 참고해 결정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추 장관이 운을 띄우자 여당에서도 당장 국회 법사위 소속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해임 건의 여지를 남긴 추 장관 발언과 관려 “위법하거나 규정 위반 사항이 있고 중대한 결과를 나타냈으면 총장으로서 책임져야 되지 않겠나. 해임 건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으며 마찬가지로 법사위원인 김종민 최고위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윤 총장과 추 장관 간 갈등과 관련 “옛날 같으면 (검찰총장에) ‘당신 사표 내고 나가서 얘기해라’ 그랬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법사위 소속 김남국 의원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치를 하고 싶으면 정치를 해야지, 왜 검찰총장직에 앉아 정치적 행보를 하는가. 비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아예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을 정치검찰로 규정한 뒤 “윤 총장은 더는 검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몽니를 부리지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은 이날 오후 허영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도 “검찰을 둘러싼 각종 비위와 부실·편파 수사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편파 수사, 선택적 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내부의 결정적 증언이 나온 만큼 윤 총장을 배제한 수사는 불가피하다”며 윤 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는데,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법사위 소속 전주혜 의원이 2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현재 진실공방 중인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거짓말한 쪽은 사퇴는 물론 법적 책임도 각오해야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청와대 측은 정치권에서 윤 총장 거취 관련 언급까지 나오면서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자 이날 춘추관에서 ‘윤 총장의 국감 발언과 향후 윤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대통령이 말하거나 지시사항이 있었나’란 기자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의 말씀은 들은 바가 없다”며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검토하겠다는 추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딱히 입장이 없다”고 답하는 등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문 대통령으로까지 확산되는 데 대해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 민주당, 공수처법 개정 엄포에 野 추천위원 철회 요구까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철야 농성을 불사하겠다는 야당의 압박에도 라임, 옵티머스 특검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철야 농성을 불사하겠다는 야당의 압박에도 라임, 옵티머스 특검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여기에 일단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는 윤 총장 관련 공방보다는 조속한 공수처 출범 쪽에 무게를 두고 야당 압박에 나섰는데,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고위전략회의 직후 “이번 주 중에 추천위 구성을 완료하고 그 다음 절차를 밟아 11월 중엔 공수처 설치가 완료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선 “공수처를 위헌기관으로 간주하는 인사의 추천위원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내정한 야당 몫 공수처장 추천위원 중 이헌 변호사를 철회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이는 이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민주당이 지난해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통과시킨 공수처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던 인물인데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선임될 수 있어 국민의힘이 자당 추천위원의 ‘거부권’을 통해 사실상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려 들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이낙연 대표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에서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의힘에 경고했으며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병석 국회의장님,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추천하 2명을 그대로 위촉하지 말고 반려해 달라”고 의장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6명에서 5명(3분의 2 이상)으로 낮추는 공수처법 개정안까지 이미 지난달 24일 상정했었는데, 같은 당 문진석 원내부대표도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부정하고 있는 인사의 추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즉시 서둘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정청래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야당 추천위원) 이 두 분은 시간끌기용이다. 공수처장실까지 꾸며놨는데 (임명) 못하게 하는 건 불법행위라고 보는데 그 불법행위는 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또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게 독소조항이란 야당 지적에 대해서도 27일 김남국 의원이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들고 나온 쟁점은 지난해 공수처 출범 때 모두 논의됐던 것”이라며 “얼마 전까지 공수처가 위헌이라며 버티다 공수처 출범하려고 하니 새 쟁점을 꺼냈는데 이 논의에 끌려들어가선 안 된다. 공수처 출범 시기를 늦추려는 전략”이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 野 “우리 추천위원에 무슨 상관?…라임·옵티머스 특검 받아라”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라임, 옵티머스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라임, 옵티머스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여당의 행보에 국민의힘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데, 민주당이 공안통이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등의 이력을 문제 삼아 야당 추천위원 철회를 요구하는 데 대해 27일 국회 의안과에 직접 추천위원 추천서를 제출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당이 추천한 분인데 왜 다른 당이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으며 배준영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공수처장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데다 4년째 공석인 대통령 특별감찰관부터 먼저 임명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양보했다. 야당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도 의도적 지연이라 규정짓고 아전인수격 속내를 드러내는데 오만·무례한 태도”라고 민주당에 유감을 표했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의총을 통해 민주당 성토에 나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의 요구를 ‘협박’이라고 규정한 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상적인 공수처장이 선택된다면 우리 당 추천위원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마음에 드는 공수처장을 하나 만들어 또 한 번 쓸데없는 계획을 이행해보려는 뜻이 아니고는 그런 행위를 할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만방자하게도 민주당은 우리 당 공천가지 자기들이 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을 졸로 보지 않으면 이런 발상할 할 수 있나”라고 여당을 질타했다.

급기야 주 원내대표는 “거부권을 행사하면 추천규정을 바꾸겠다는 오만방자한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거부권은 이유 없이 행사할 수 있지 않나”라며 “거부권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절대로 대통령 의중에 둔 사람이 (공수처장) 될 수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반복해온 사람들이 이제 와서 (추천위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추천에서 빼겠다고 하는데 만약 민주당이 그런 태도로 나온다면 제 자신이라도 온 몸으로 막아낼 결연할 각오가 돼 있다”고 결사항전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민주당 바람대로 야당 몫 공수처 추천위원 추천을 마쳤으니 라임·옵티머스 특검 수용과 청와대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모두 임명하라고 여당에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인데, 앞서 공수처와 특검을 동시 처리하자고 요구해온 주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6시부터 국회 본관에서 여당의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아예 철야 규탄대회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조사한 라임·옵티머스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이 43.6%를 기록하며 공수처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는 답변(38.9%)보다 오차범위 내 높게 나왔던 부분도 없지 않은데다 김용민 의원이 상정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법원조차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라임·옵티머스 특검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당이 11월 중 공수처 출범이 여의치 않게 되면 또다시 174석이란 다수 의석을 내세워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일방 강행할 게 분명하다는 건데, 국민의힘으로선 수적 열세로 국감마저 주요 증인 채택 없이 맹탕으로 끝낸 판국에 반년도 채 안 남은 재보궐선거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당 지지율 상승을 위해 어떻게든 국면 전환을 노려야 하는 만큼 이번 철야농성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회 보이콧을 비롯해 한층 강경한 장외투쟁까지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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