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송영길조차 “한국 배려하지 않은 연설에 외교부가 의사표시 해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26일 중국의 6·25참전과 관련해 ‘중국군 참전으로 미 제국주의의 침략과 확전을 억제했다’고 주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이날 강 장관을 향해 “한국전쟁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고 왜곡하는데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아무 논평이나 유감 표명 하나 없다. 대체 왜 외교부는 이런 중국에 눈을 감나”라고 지적했는데, 강 장관은 “제반사항을 고려했을 때 우리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는 게 좋겠단 판단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또 박 의원은 “6·25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군인과 민간인의 희생이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강 장관은 “안다”고 답했으나 “300만 정도”라고 답변했다가 다시 “100만 정도”라고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박 의원은 “최소 민·군 160만의 희생자가 있었다. 외교부에 역사의식과 영혼이란 게 있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의 지원으로 남한을 침공했다’는 미 국무부 대변인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할 일을 미 국무부가 했다. 외교부는 부끄럽지 않나”라고 꼬집으면서 최근 중국에서 반발했던 방탄소년단의 밴 플리트 상 소감을 들어 “BTS보다 못한 외교부가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정부는 항의 없이 명확한 반대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어물어물하고 있다. 일본이 역사 왜곡했을 때는 여러 차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적극 항의했지만 중국에 대해선 매우 저자세”라며 “국격이 훼손되고 자존심이 구겨지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무소속 김태호 의원도 “이쪽저쪽 눈치만 보다가 외톨이가 된 이솝우화의 박쥐 같다”고 강 장관을 직격했으며 심지어 여당 소속인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까지 “북한의 남침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만 하면 대한민국의 존재는 어디로 가느냐. 한국을 배려하지 않은 연설에 대해 외교부가 분명한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 장관에 주문했다.

이처럼 비판이 쏟아지자 강 장관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고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도 명시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하지만 지난 23일 시 주석 연설에도 외교부는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24일 저녁에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북한의 남침이란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는 구두 입장만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강 장관은 ‘70년 전에 한국이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던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에 대해선 “일부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최근 외교부 내 성비위·갑질 등 구설이 잇따르는 데 대해선 “제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과 대통령이 평가하면 그에 맞는 합당한 결정을 해줄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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