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계 진출 가능성 열어…안철수, 국민의힘 쪽으로 보폭 넓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윤석열 검찰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여당 의원들의 공세에 족족 맞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인물로 다시 급부상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최근 국민의힘 측과 교류하는 모습을 이어가면서 문재인 정권에 맞설 대안 후보로 관심을 모으고 있어 차기 대선에 직접 나설 것인지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민의힘과 접촉 늘리는 안철수, 서울시장보다 대권 직행?

여전히 차기 대권구도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이낙연 대표 간 양자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아직 여당에 맞설 유력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야권에선 윤 총장과 안 대표가 중도·보수층의 대안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마저 지난 16일 윤 총장을 겨냥 “법의 칼날을 휘두르며 무소불위로 놀아대던 검찰총장 윤석열이 연이어 진행된 검찰인사 및 직제개편으로 측근들을 다 잃었다. 사법대통령이나 된 듯 기고만장해 민심의 검찰개혁요구에 도전했는데 민심을 짓밟으려 한 윤석열의 어리석은 망동의 결과가 수족이 잘려나간 것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비아냥댄 데 이어 23일엔 안 대표를 꼬집어 “이런 기회주의자와 연대할 경우 어떤 화가 들이닥치겠는가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고 비난하는 등 두 사람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들 중 안 대표는 북한이 거론한대로 최근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늘려가면서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 그동안 혁신경쟁을 내세우며 야권 주도권을 놓고 국민의힘과 ‘밀당’을 벌여왔던 그가 지난달 11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비대면 청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주호영 원내대표와 한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초청강사로 참석해 야권의 정권교체를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일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열린 국민의힘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내달 6일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공동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에 강연자로 나서기로 한데다 내달 12일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하는 보수 성향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야권 내 반문진영 구축에 본격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차기 대선구도가 여당 후보 간 경쟁처럼 굳어져 있는 상황을 타파하려는 차원에서나 원내 의석 3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적극 접근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에 장 의원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당을 향해 “작은 다름을 극복하고 결국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며 긍정적 반응을 내놨고 안 대표 역시 국민의힘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 22일 “정권교체를 통해 방향을 바로잡아야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그간 자신을 혹평해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근 설전을 벌이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없었는데 무슨 설전인가? 항상 정치경륜이 굉장히 많으신 분”이라며 김 위원장에 우호적인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다만 서울시장 후보를 고민 중인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후보로 관심 두는 데 대해선 “전 생각 없다”고 재보선 출마에 선을 그어 결국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윤석열, 정치 입문 가능성 열어놔…對與 ‘다크호스’ 될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한편 최근 안 대표 못지않게 많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또 다른 잠룡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던 윤 총장인데, 일단 그는 2년의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24일까지 물러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퇴임 이후 정계로 나설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간 공직자로서 정치 중립에 위반될까봐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스스로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었던 그였지만 22일 국정감사에선 대권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지금은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면서도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냐는 거듭된 질문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과거와 달리 여운을 남겼다.

특히 윤 총장은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날 윤 총장에게 정치행위를 한다면서 ‘옷 벗고 정당에 들어와 정치 논쟁을 해야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던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의 이 같은 답변에 “정치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랑 잘 맞는 것 같은데 국민의힘은 국정농단을 아직 반성 안 한 사람들이라 저런 분들이랑 하면 별로 좋은 기회 아니다”라고 바로 견제구를 던졌다.

이처럼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당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데, 실제로 이번 국정감사에 ‘맹탕 국감’이란 평가가 나왔음에도 윤 총장이 나온 22일 법사위 국감 생중계는 평일 오전이었지만 실시간 시청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이 몰렸고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야권 후보 중엔 4%로 선두인 안 대표에 뒤이어 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동 기관이 지난 20~22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조사해 23일 발표한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 여러 상황 속에 모두 하락한 것으로 밝혀져 정부여당을 바짝 긴장케 만들고 있는데, 무엇보다 무당층이 지난 4월 총선 이후 최대치인 34%로 오른 데다 앞서 거론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도 ‘없음/응답거절’이 46%로 집계된 만큼 이들 부동층이 어디로 쏠릴지 모르는 여당으로선 돌발변수로 떠오른 윤 총장의 정계 진출에 유독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윤 총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는 물론 정권교체에 성공한 현재 문 정부에서도 ‘눈엣가시’ 꼴로 압박 받고 있는 만큼 여야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은 채 차기 지도자에 대해 고심하던 중도층에 대안적 존재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윤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하면 대통령 선거를 약 반년 앞두게 된다는 점에서 그가 대권 도전을 결심할 경우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견제 나선 야권 주자들…김종인, 黨外 인사 부상하자 즉답 피해

홍준표 무소속 의원(좌)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홍준표 무소속 의원(좌)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다 보니 대선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들조차 이런 상황에 제각기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윤 총장에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22일 국감에서 추 장관을 비판한 윤 총장을 꼬집어 “문 정권 탄생의 제1, 2 공신끼리의 영역 다툼”이라고 혹평하면서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도 아무 배알 없는 막장 코메디다. 적의 적은 동지란 모택동식 사고방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윤 총장을 비호하는 국민의힘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의 연이은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당당하게 이를 거부했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 번이나 수용하고도 대통령이 (자신을) 아직 신임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속 검찰총장을 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추 장관은 이제 그만 정계 은퇴하고 윤 총장은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와라. 잘 모시겠다”고 윤 총장에 당장 등판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그간 이낙연·황교안 등 유력주자로 일찌감치 주목받아 봐야 유리하기는커녕 견제만 많이 받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선두를 지켜내기 어렵게 되어 왔던 점에 착안해 검찰총장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할 게 아니라 당장 정계에 입성하라고 요구한 건데, 만일 윤 총장이 대선 직전 등판할 경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혀온 홍 의원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이낙연·이재명은 쉬운 상대”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대선 출마를 천명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한 명은 그만둬야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두 사람을 임명한 문 대통령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비록 추 장관을 경질하라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 지었지만 국감 출석 이후 화제가 된 윤 총장의 급부상을 의식한 반응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밖에 또 다른 야권 대선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지난 22일 마포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낙연·임종석·이인영 등 민주당에서 자신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호언하면서도 대선후보군을 자신을 포함해 안 대표와 원 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 의원 등 5명으로 국한시키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제1야당 대표인 김 위원장조차 23일 정치문화플랫폼하우스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직행’ 의사를 피력한 안 대표 발언과 관련해 “본인한테 물어봐야지 나한테 물어보느냐”고 즉답을 피한 데 이어 윤 총장의 ‘퇴임 후 봉사’ 발언에 대해서도 “정치하겠단 뜻으로 단정할 순 없지 않나. 변호사들 사회활동으로 봉사활동할 수 있지 않나”라고 반응할 정도로 모두 저마다의 셈법에 따라 동상이몽 하고 있어 야권에서 예외 없이 외쳐왔던 정권교체가 과연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그 향방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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