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겨냥 ‘국민의짐’ 발언·‘檢 때리기’로 與 표심 결집 노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판결을 확정 받자 연일 자신감에 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급기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곤 SNS를 통해 국회를 직격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 논란에 휩싸였다.

◆ “지방정부 국감 그만해야”·“국민의짐 되지 않길”…李 ‘설화’ 논란

앞서 국감 출석 하루 전인 지난 18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거 없는 자치사무 국정감사는 이제 그만해야’란 제목의 장문을 올렸는데, “국회는 국정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선 감사권한이 없다. 권한도 없이 독립된 자치지방정부의 자치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 자료로 요구한다”며 “수십년간 위법임을 알면서도 자치사무에 대한 국감이 반복돼왔는데 내년부턴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감 사양을 고민해봐야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앙정부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자치사무는 법적으로 국감 대상이 되지 않는데다 경기도에 대한 이번 국감 자료 제출 요구 중 75%정도가 자치사무와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국감 거부 의사를 내비친 듯한 그의 발언이 일견 타당한 듯 보일 수 있는데 자치사무도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 사업으로 인정되면 감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예외가 있고 자치사무 중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나친 발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19일 행안위 국감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이렇게 자료협조가 안 된 국가기관은 없었다”거나 “국감은 국회의 의무고 여러분(경기도)이 국감 자료를 내는 것도 의무니까 자료를 내라고 지시해 달라”며 오히려 자료 제출조차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고 이 지사를 질타했는데, 결국 이 지사는 “약 2000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공무원들은 밤새워 대응해야 해 그게 가슴 아파서 그런 글을 썼다. 협조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자료 제출 요구가 너무 많아 죄송해서 약간 면피용으로 올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내용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자치사무에 대한 국감이) 불법이라 단정한 것도 아니다. 과했다면 용서해 달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는데, 국감이 끝난 20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도 “2천 건 넘는 자료 요구에 답해야 해 가끔 이 일이 참 고단하다 느껴지다가도 주권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내 자세가 고쳐진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여야 모두 지적한 ‘국감 거부’ 논란과 관련해선 선뜻 사과하면서도 야당과는 줄곧 신경전을 벌였는데,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5만원 일식 먹고 된장찌개 먹은 10명을 밥값낭비라 비난하니...국민의 짐이라 조롱받는 이유’란 제목의 글에선 “정보왜곡과 선동으로 여론 조작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여전히 국민을 선동해 놀아나는 하찮은 존재로 아는 모양”이라고 제1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지사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경기도 국감에서도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이라 했는데 너무 정치적 발언 아닌가. 국회와 국회의원을 지적할 그런 위치가 되나”라는 박성민 의원의 질타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된다고 본다. (국민의짐이란) 그런 얘길 들을 정도로 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 것”이라고 응수해 야당 의원들을 격분케 했다.

급기야 박 의원과 김은혜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야당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면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기에 이르렀는데, 그제야 이 지사는 “제 말은 (국민의짐처럼)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선의였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다를 수 있고 상처 받을 수 있어 유감”이라고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이 지사의 태도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피감기관의 장이 제1야당에 대해 그렇게 (국민의짐이라고) 비꼬는 것은 그분의 인격이라고 보고 있다. 참으로 오만방자한 발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이처럼 이 지사가 정치권에 ‘공세적’으로 나오는 데에는 원외 출신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조기 부상->하락’ 학습효과? 李, 대선 질문 피하고 악재엔 적극 반박

10월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한국갤럽
10월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한국갤럽

다만 이 지사는 노골적으로 대선 관련 질문이 나오면 정작 즉답을 피하는 모순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지난 16일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에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대선은 국민이 대리인인 일꾼에게 어떤 임무를 맡길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지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이 결정할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하는 것이기에 국민이 현재 부여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원론적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19일 행안위 국감에서도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웃어넘기는 등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렇듯 대권과 관련해 직접적 발언을 아끼는 데에는 차기 대선이 내후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아직 긴 시간이 남았고, 일찌감치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유력후보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장기간 검증 공세에 시달린 끝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벌써부터 ‘관리’ 차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 13~1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이 지사는 20%를 기록하면서 17%로 떨어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3개월째 선두를 유지했지만 한때 독보적 1위를 지키던 이 대표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점이나 이 지사의 지지율도 지난달에 비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일단 지지율 상승을 위해선 가시적 성과도 필요하지만 선두를 유지한 채 하락세부터 막기 위해선 ‘마이너스 요소’ 먼저 차단할 필요가 있는데, 그래선지 이 지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추진하려다 중단된 경기도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자신이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19일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는 광주시가 반대하면서 이미 끝난 문제”라며 “채동욱 전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별 얘기 없었다. 5월 이후 급물살이 아니라 급제동이 걸렸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단지 악재 대응에 그치지 않고 이 지사는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수사하는 게 아니라 여론조작을 한다는 것이다. 추측되는 바가 있음에도 정치공작과 마녀사냥을 하는 게 문제”라고 표적을 검찰로 돌렸는데, 앞서 지난 16일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도 그는 그간 쌓인 게 많았던 듯 “죄가 안 되는 거 알면서 ‘말을 안 해서 허위사실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란 해괴한 주장을 해서 사람을 2년 6개월이나 괴롭히고 도정에 방해를 준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검찰 개혁해야 하고 과도한 수사권, 형 집행권까지 갖고서 권력을 남용하기 때문에 권력을 조정해야 한다”며 검찰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 ‘견제론’ 우려한 李, ‘공수처·文정책 옹호’로 친문 포섭 노리나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조작 혐의 관련 재판 결과도 여권 내 대선경쟁구도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오훈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조작 혐의 관련 재판 결과도 여권 내 대선경쟁구도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오훈 기자

물론 이 지사의 검찰 비판을 단순히 장기간 법적 공방에 따른 감정적 차원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데, 앞서 거론한 여론조사를 살펴봤을 때 비록 이 지사의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2%P 떨어졌지만 민주당 지지층만으로 한정했을 경우 지난달까지 이 대표와 10%P 이상 났던 격차는 5%P로까지 좁혀졌을 만큼 최근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의식한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즉, 그동안 여당의 주류인 친문 핵심 유권자들이 이 대표에 힘을 실어왔다면 이 지사는 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권 경쟁과정에서 빚어진 지지층 간 갈등의 앙금이 남아 있어 자당 표심을 크게 얻기는 어려웠었는데 이번 조사에선 이 지사도 31%를 기록하면서 이 대표와 같은 30%대에 올라섰을 정도로 민주당 지지층이 모여들고 있어 당내 주류가 지지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압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보여주듯 이 대표는 19일 국감에서 “있는 죄도 덮을 수 있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는데 검찰이 그러면 안 된다. 당연히 검찰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공수처 출범에 당력을 쏟고 있는 여당 주류와 한 목소리를 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처럼 검찰 책임자에 대한 직선제가 꼭 필요하다”고 자신만의 견해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지사는 문 정부에 쓴 소리를 내놨었던 이전과 달리 20일 국토위 국감에서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맞고, 다만 불샐 틈 없게 좀 더 완벽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도리어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던 이 대표와 다르게 현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이 지사가 이 대표보다 친문 지지층에 더 밀착하려는 모양새인데, 당내 경선을 감안하면 친문의 지지가 필수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제 선두를 달리는 상황 속에 향후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카드는 외연 확장이란 모험적 행보보단 결속력 강한 자당 핵심 지지층(집토끼) 공략이 더 확실하다는 현실을 인식한 변화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당 내에도 대권구도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이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발판으로 날개를 달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내달 6일 댓글 여론 조작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무죄를 받을 경우 친문 핵심 지지층이 김 지사에게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김 지사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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