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총선 이후 가진 긴장감 유지해야…원 구성 문제도 일정 기간은 초심 지속돼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지지율 부진과 더불어 재보궐선거 준비위원회 인선 번복, 원 구성 문제를 둘러싼 일부 잡음 등으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부가 다시 흔들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중도하차했던 만큼 당초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던 재보궐 선거조차 ‘긴장’한 채 임해야 할 정도로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일단 지도부에서 서둘러 ‘내홍설’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당내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순항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김종인 흔들기? 지지율 떨어지자 다시 나온 상임위원장 재분배 주장

먼저 논란이 됐던 부분은 지난 6월 법제사법위원장을 주지 않으면 모두 포기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던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였는데, 이는 민주당에서 7개 상임위의 위원장은 줄 수 있다고 제안했음에도 핵심 상임위를 장악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과감한 전략으로 당시엔 민주당이 ‘거대여당 독주’ 프레임에 말려들게 함으로써 묘수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채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현 시점에 이르러선 여당을 저지할 방도가 없어졌다는 당내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내 중진 일부는 국감 이후 11대7로 상임위원장 분배 재협상을 해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처럼 자신의 전략을 되돌리려는 듯한 당내 움직임에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이러다간 비대위를 더 끌고 가지 못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일각에서 갑자기 상임위원장 재분배 주장이 나오게 된 데에는 ‘전석 포기’가 더 이상 여당 압박 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지만 당 지지율까지 떨어지면서 김 위원장 전략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일어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5~8일 전국 유권자 2516명에게 조사한 10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1.1%P 상승한 35.6%를 기록한 데 반해 국민의힘은 2.3%P 하락한 28.9%를 기록하면서 30%선이 무너졌고,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0~1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해 14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민주당 39.2%, 국민의힘 19.3%로 양당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을 꼬집어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을 압박하는 목소리도 한껏 높아졌는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지지율이 김 위원장 취임 당시 가졌던 27.5%에 근접할 정도로 하향국면에 있다. 민주당이 이토록 헛발질을 계속하는데 지지율 하락은 우리의 몫”이라며 “책임을 느껴야 할 김 위원장은 느닷없이 ‘이런 식이면 비대위원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는데 전권 휘두르는 김 위원장이 남 탓을 한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자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했다. 당원들이 당비 납부를 거부한다는 말이 들리고 탈당하겠다는 말도 한다고 한다”며 “중도층을 향한 정책이란 것은 처음부터 없다. 이제 모두 하나가 되는 보수 우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 재보선 경선위원장 인선 혼선도…선거 관련 ‘내부 신경전’ 본격화?

국민의힘 재보선 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좌)와 경선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훈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재보선 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좌)와 경선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훈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앞서 김 위원장이 이념적 색채가 옅은 중도층이나 호남으로의 외연 확장엔 적극 나선 반면 안철수·홍준표 등 기존 당 밖 인사들과 손잡는 데엔 미온적이었다는 점에서 지지율 부진을 계기로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되는데, 내년 재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후보 공천에 미칠 영향도 의식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 견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재보궐선거를 위한 대책위 구성에 있어서도 김 위원장이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2일 오전 갑자기 3선의 대구 출신 김상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변경됐고, 위원회의 역할도 재보선대책위에서 경선준비위로 크게 축소됐는데 이를 놓고도 벌써부터 지도부 갈등설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윤희석 대변인은 유 전 부총리 내정 철회와 관련해 “당에서 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대비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해명한 데 이어 재보선 경선준비위로 명칭이 바뀐 데 대해서도 “후보 선정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경선 규칙을 재검토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전 부총리 내정 등이 김 위원장과 김선동 사무총장 주도로 이뤄져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비대위원들이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규모를 경선준비위로 대폭 축소하게 된 것도 전략공천 권한까지 가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면서 도출된 결과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장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보궐선거 준비위원회 구성 문제로 내부갈등이 있었나 본데 모든 정치일정과 인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비대위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외부로 드러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며 특유의 마이너스의 손을 휘두르고 있다. 지나치게 독선적인 당 운영이 원내외 구성원들의 마음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초선인 김병욱 의원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명보다 정강정책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우리 당이 바뀌었다고 국민들은 믿을 것”이라며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로 오신환 전 의원, 김웅, 윤희숙 의원,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을 꼽은 뒤 “(당에) 인물이 있다. 세대교체가 당이 살 길”이라고 촉구하는 등 저마다 김 위원장을 향해 재보선 관련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경선준비위원 명단을 놓고도 일부 시비가 일었는데, 정원석 비대위원은 부위원장을 맡은 김선동 사무총장과 박수영·지상욱 경선준비위원 등이 재보선 출마 후보로 꼽힌다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경선준비위 소속 전원은 서울·부산시장 출마 포기 각서에 서명하고 진정성 있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옳다”고 일침을 가해 먼저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13일 경선준비위 첫 회의에서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14일엔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까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선수로 뛸 분이 심판단에 들어오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압박하자 결국 김 총장도 사무총장직 사의를 표하기에 이르렀다.

◆ 선거 망칠라…김종인·주호영, 내부 갈등설엔 ‘선 긋기’ 나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이 같은 내부 잡음을 갈등설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자칫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저마다 진화에 나서고 있는데, 주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경선준비위 인선 관련해서 당내 잡음이 있었단 보도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잡음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으며 주 원내대표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일사분란하게 하 방향으로 갈 수는 없지 않나. 우리 지도부 내에 특별한 갈등이라고 붙일 만한 그런 상황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주 원내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상임위원장 재배분 주장에 대해서도 “몇 달 안 지나서 상임위원장을 다시 받아 오자든지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가 개혁 후퇴로 비쳐지는 게 아니냐, 그러면 비대위나 혁신의 의미가 감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김 위원장이) 갖고 있다”며 “법사위를 제1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가 상임위원회 몇 개를 받아온다는 것은 굴욕”이라고 김 위원장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 뿐 아니라 김상훈 재보궐 경선준비위원장도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같은 보수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서로 다른 색깔의 보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김 비대위원장에게 내년 4월까지 역할을 맡겨놨으니 그분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분이 가는 큰 방향에 호응해줄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내홍설을 일축했는데, 김 위원장 본인도 13일 기자들과 만나 경선준비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에 대해 “인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위원장 이름이 언론에 노출됐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는 거지 인선하는 데 하등의 잡음이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대선에서 진다’고 발언했다는 데 대해서도 “선거에서 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이러다간 비대위를 더 끌고 갈 수 없다’고 우려를 표한 것과 관련해선 “4·15 총선 이후 가졌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야지, 우리가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초심을 잊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앞으로도 경선 룰을 비롯한 갈등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경고로 풀이되고 있는데, 앞서 지난달 22일 의원총회에서도 “총선 패배로 느낀 긴장감과 위기감을 잊지 말라. 비대위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인식해 달라”고 강조한 적이 있었던 만큼 선거 준비에 들어간 그의 이번 당부가 향후 어느 정도 당내에 스며들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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