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성역 없는 수사 필요 ...권력자와 사기꾼 단죄로 충분
상법개정안은 전 국민 문제...기업 옥죄면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우려
‘감사위원 3% 제한룰’은 “우리 군 작전회의에 적군을 참여 시키는 꼴이다”
정치권력 노동권력에 의해 경제계는 샌드위치 신세...기업 때리는 건 바보짓
헌법 제119조1항은 ‘시장기본주의’ ... 그걸 무시하니 하는 정책마다 헛발질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했다. 청와대 행정관, 금감원 인사, 정치인, 그리고 조폭에 의한 살인사건 등이 얽히고설켜있으니 전형적인 게이트로 봐야할 것 같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와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범죄자는 엄중히 처벌하고, 권력자와 사기꾼들에 의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와 구제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정치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될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이해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한민국 경제와 국민의 삶에 정말 중요한 이슈는 달리 있다. 바로 상법개정안이다.

상법(商法)이란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각종 상거래와 기업의 법률관계를 정해놓은 법률이다.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 주체들이 매일매일 해내는 모든 상행위의 틀이 상법에 의해 정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상법개정안에서 핵심이 되는 조항은 ‘감사위원 3% 제한룰’. 현행 상법에서는 이사를 먼저 선출하고 그들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데,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개정안에는 처음부터 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해 선임하고,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지분을 3%만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법개정안에 담긴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적격 주주(1% 이상, 상장사는 0.01%)가 자회사 경영진에 대해 대표 소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소액 주주들의 발언권이 세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 ‘감사위원 3% 제한룰’이 시행되면 상장사의 87%에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험(KIAF) 회장은 “해외 투기자본과 국외 경쟁기업 추천 인사가 감사 겸 이사에 선임되는 등 우리 군의 작전회의에 적군이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를 공격했을 때 엘리엇이 추천한 현대차 이사 3인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률은 45.8%, 49.2%, 53.1%에 달했다. 이를 개정 상법에 따라 외국인 주주 찬성률 최저치(45.8%)만 적용하더라도 국내 15개 주요 상장사중 8개 기업에서 외국인 25%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헤지펀드가 추천하는 인사의 감사위원 겸 이사 선임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가 개정 상법안처럼 되면 많은 기업들은 소액주주의 대표소송에 휘말려 경영 자체보다 법적 분쟁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그들은 헌법의 119조 2항을 맹신하면서 자신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균형 있는 성장, 안정, 분배’ 등이 의미하는 정책으로 농어민 부채탕감, 쌀직불제, 배추나 마늘값 폭등을 막기 위한 수입 지원 등을 얘기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과 경제력 남용 방지’는 소위 ‘갑질과 가진 자의 횡포를 막겠다’는 개념으로 재벌 규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주체간의 조화’로는 골목상권 문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재래시장 육성 등을 들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주체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경제 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벌이나 기업은 ‘근본적으로 착한 존재가 아니며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구성원들이 너무나 크게 착각한 게 있다.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를 규정하는 헌법 제 119조는 1항이 정말 중요하고, 2항은 보완조항일 뿐이라는 사실을.

헌법 제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의 아래에 놓여 있는 민법, 그리고 민법의 특별법인 상법은 바로 헌법 제 119조1항의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제 119조 1항은 상법과 같은 법과 제도를 만들 때 그게 ‘경제활동의 기준(standard)’이 되어야지 ‘경제활동의 규제(regulation)’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의사 변호사 등의 자격증 기준, 오염물질 배출허용량 등은 기준(standard)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는 각종 시시콜콜한 규정, 공무원의 자의적인 지침 해석 등은 규제이다.

기준은 일정한 행동범위를 설정해주는 것인 반면, 규제는 행동에 나서기 힘들도록 팔다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그런 측면에서 기준이 아니라 규제에 가깝다. 기업들이 팔다리가 불편한 상태에서 투자를 쉽게 할 수 있을까?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더라도 이를 ‘소유 규제’와 ‘행위 규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소유 규제란 정책담당자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인데 자칫 형식 논리에 빠질 수 있다. 부채비율 200% 일괄적용,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행위 규제는 어떤 불법이 이뤄질 경우 ‘경제적으로 혜택을 본 사람에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입증책임을 묻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항상 주장하는 재벌개혁은 ‘재벌의 기득권 유지를 막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재벌개혁은 ‘재벌은 나쁘다. 재벌은 척결대상이다’라는 선동과 구호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재벌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거나 부당이익이 생기면 사후에 토해내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서 행해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보면 ‘대기업 특히 재벌들은 나쁘다’는 기본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 같다. 경제권력이 너무 크니 정치권력이 통제해야한다는 것. 기업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노동계의 힘이 세진 상황에서 ‘정치권력과 노동권력에 짓눌린 샌드위치’라며 신세 한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헌법 제119조 1항이 명시했듯이 경제는 자유와 창의를 먹고 자란다. 기업들은 그런 상황에서 마음껏 경영활동을 하고 투자도 늘릴 수 있다. 기업의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늘고 경제도 살아난다.

문재인 정부는 틈만 나면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부자 때리기에 나선다. 불평등은 부자의 돈을 뺏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후드 방식’으로는 절대 해소되지 않는다. 불평등은 ‘더 많은 일자리, 더 많은 노동소득’에 의해 해소될 수 있고, 그게 경제의 기본원리다.

문재인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과연 이러한 경제의 기본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흔히 문재인 정부 구성원과 좌파정당은 자유시장경제가 ‘부익부 빈익빈, 불평등 심화’를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좌파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대거 도입했다. 그렇지만 이념에 기초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탈원전, 부동산정책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게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애꿎은 중산층과 서민, 집을 못 가진 사람들이 입고 있다.

헌법 제119조 1항은 대한민국 경제질서가 ‘시장기본주의’임을 강조한다. 자유시장의 기본을 망각한 정책은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다. 현재 나온 상법 개정안도 그런 측면에서 ‘실패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상법 개정안의 통과로 기업들이 위축되고 그게 일자리 감소, 소득 감소, 실업자 급증으로 이어지면 그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자 온 국민이 크게 걱정해야 할 문제가 된다. 그걸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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