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타이핑한 편지, A4용지 한 장 분량
-고등학생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워
-국민의힘,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북한군 총격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의 공개편지에 등기우편으로 답신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가 친필 사인도 없이 A4용지 한 장 분량의 타이핑한 편지로 밝혀져 유가족과 야당의 빈축을 사고 있다.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의 편지에 답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가 친필 사인도 없이?A4용지 한 장 분량의?타이핑한 것으로 밝혀져 유가족과 야당의 빈축을 사고 있다.ⓒ시사포커스DB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아들의 편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이 친필 사인도 없이 A4용지 한 장 분량의 타이핑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포커스DB

숨진 공무원 이 씨의 형 이래진(55)씨는 13일 "문 대통령의 편지가 이날 낮 등기로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문 대통령이 직접 답장을 쓴다고 했지만 컴퓨터로 타이핑한 편지"라며 "문 대통령의 친필 사인도 없이 그냥 인쇄된 것이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편지는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며 "해양경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니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썼다고 한다.

이씨는 "문대통령은 '위로를 보낸다'는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편지가 처음 도착했을 땐 먹먹한 마음에 뜯어보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막상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며 "고등학생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고, 무시 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쓴 편지를 전달했다. 당시 이 씨는 "가족을 대표해서 드린다"면서 "대통령께 잘 전달해 진지하게 답변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3일 문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즉각 논평을 내고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평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냥 해경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것이 유가족에겐 얼마나 큰 고통이자 아픔이겠는가"라며 "유가족은 절망으로 남은 힘도 없을 듯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정작 애가 타들어 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질타했다.

한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쓴 아들의 애절한 손편지와 타이핑으로 쳐서 프린터로 출력한 대통령의 의례적 인쇄물 편지. 대통령 친필 서명조차 없는 활자편지.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위로한다', '기다려보자'는 내용도 이미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대통령의 워딩 그대로이다면서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을 건 묻겠다'는 말은 아버지 죽음의 진상규명과 북한의 책임 추궁 외에도 월북의 진실과 아버지 책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가 죽어갈 때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아들의 절규와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는 호소에는 대통령은 일언반구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대변인이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타이핑치고 출력한 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내용과 형식 모두 아버지 잃은 아들의 슬픔을 위로하기보다는 편지보냈다는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답장을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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