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민 살릴 3시간 날려…대통령 뭐했나”…北 만행 이틀 후 NSC 불참하고 공연 본 文

지난 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실종됐다가 북한에 의해 총격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사건에 대해 그간 정부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미온적,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데, 이번 파문이 세월호 사건처럼 정권을 뒤흔들 수준으로 비화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공무원 생존 당시 보고 받고도 조치 없던 文…피살 보고 받고도 공연 관람

먼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해당 공무원의 실종 과정과 경위에 대한 여러 의문은 차치하고 일단 우리 국민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과 마주한 뒤 피살되기까지 정부와 청와대가 어떻게 움직이고 무슨 조치나 반응을 내놨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1일 어업지도공무원 A씨의 실종이 확인된 뒤 다음날 22일 오후 6시36분에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가 문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서면보고됐으나 북한군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A씨를 해상에서 사살한 오후 9시40분까지 3시간4분 동안 해당 공무원이 살아있었음에도 군 당국은 지켜보기만 하고 문 대통령도 별 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해당 공무원을 발견한 지 6시간 뒤에야 살해한 점을 꼬집어 “바로 죽이란 지시를 안 내린 거고 북한 당국도 망설인 것”이라며 “우리가 강력히 신호를 보냈으면 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A씨가 살해당하는 것을 인지하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한 군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야권은 한 목소리로 질타하고 있는데,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이 총살당하고 시신이 훼손된 시각에 우리 군이 지켜보기만 했다는 사실은 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 관련 지휘관은 전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며 “우리 군이 이렇게 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 통수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유린한 직후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말했고, 대면보고를 받은 직후에도 군 진급 신고식에선 평화를 얘기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비록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은 지난 15일 녹화돼 18일 유엔에 발송돼 수정하기 어려웠던 데다 해당 연설이 진행되고 있던 23일 오전 1시26~42분 당시엔 청와대에서도 서훈 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돼 A씨 피살 첩보가 신빙성 있는지 분석 및 대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던 시점이어서 23일 오전 8시30분에야 피살 내용을 처음 보고 받은 문 대통령에게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론한 데 대한 비판을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란 지적도 없진 않다.

다만 문 대통령이 A씨가 북한군에 피살당했다는 첩보를 대면보고 받은 뒤에도 해당 내용을 국민에 알리란 지시 외엔 별 다른 조치가 없었고, 같은 날 오전 11시 신임 군 지휘부 신고식에선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 있는 길이 아니다. 이럴 때 국방력은 전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종전처럼 ‘평화’를 강조한 발언을 이어간 데다 이미 언론에 북한군의 A씨 피살 사실이 보도돼 여론이 한창 들끓던 24일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엔 참석하지 않은 채 기존 일정대로 경기 김포시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관련 행사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했다는 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네 번째 보고를 받고나서야 “충격적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고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군은 경계태세를 더 강화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는데, A씨 피살에 대한 첫 대면보고를 받은 시점부터 33시간이 지난 뒤에 나온 발언이란 점에서 유 의원은 “뒤늦게 국민의 눈치를 보고 립서비스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 야권, 北 만행에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하며 한 목소리로 청와대 성토

[시사포커스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시·도지사 조찬 간담회에서 우리 어업지도 공무원을 북한군이 총살한 사건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시·도지사 조찬 간담회에서 우리 어업지도 공무원을 북한군이 총살한 사건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 금강산에서 일어났던 박왕자씨 피격사건처럼 희생자가 곧바로 피살된 게 아니고 A씨가 살아있던 시점에 문 대통령도 해당 사건을 인지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세월호 사건과 비교되고 있는데, 희생자 발생을 막거나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청와대가 적시에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권은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해 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당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총살당하고 시신이 불태워 죽임을 당하는 참혹한 사건에 대해 긴급대책을 논의하는 9월 23일 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사람들이 이번 문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무슨 말로 궤변을 늘어놓을까”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박왕자씨 피살 사건 때 금강산 관광 중단을 했고 천안함 장병 피살 사건 때는 5.24대북 봉쇄 조치를 했는데 문 대통령은 이번에 무슨 조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2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 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해당한 엄청난 일이 발생했는데도 대통령은 새벽 1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7시간 후인 23일 오전 8시30분에야 보고 받았다니 대통령이 그토록 비판하던 세월호 7시간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심각성을 인지해 새벽 1시에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할 정도였다면 이에 앞서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종전선언 메시지를 담은 유엔연설의 중단이었다. 자국민이 총격 당하고 불태워지는 그 시간에 대통령과 국군은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25일 오전 당 소속 시도지사 조찬 간담회에서 과거 박왕자씨 사건과 비교해 “이번 피살 사태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경계병이 우발탄을 발포한 게 아니라 상부 지시에 따라 이뤄진 계획 살인이고 박씨 사건의 경우 정부가 손쓸 방법이 없었으나 이번엔 살릴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며 “국민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는데도 대통령은 보고 받고도 구출 지시를 안 내렸는데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난 24일에야 뒤늦게 사건을 공개하고 입장을 발표하며 뭔가 국민에 숨기는 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부터 사흘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군은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는데 어떤 조치를 취했고,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따질 것”이라며 ‘사실관계 파악에 시간이 걸려 발표가 늦었다’는 정부여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다 알고 있었기에 정보 판단이 늦었던 것은 전혀 아닌 것 같다. 그 자체가 북한 눈치 보기”라고 꼬집었다.

◆ 정부, 발표내용도 엇갈린 총체적 난국…당청,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 의식?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문제는 청와대나 대통령의 판단 뿐 아니라 정부 유관기관들도 제대로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 여파를 진화하는 데에만 부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단 건데, 국방부는 24일 실종 공무원과 관련해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신발을 어업지도선에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이 식별된 점을 고려해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반면 해당 공무원이 소속되어 있던 해양수산부에선 같은 날 엄기두 수산정책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그런 (월북) 얘기 하는 사람이 전혀 없고, 증언도 없다”고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심지어 해당 공무원 A씨의 형(유족)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A씨가 동료들에게 빚을 많이 졌고 인터넷 도박을 했다’는 지적에 “수많은 설이 있는데 ‘가족관계가 이상하다. 채무가 있다’ 이것은 뭔가를 덮기 위한 뉘앙스다. 빚 있으면 월북을 해야 하는 동기가 있나”라며 월북 가능성을 일축한 뒤 군이 월북 가능성을 거론한 이유와 관련해선 “북측에서 목격했을 당시에 최소한 24시간 내지는 28시간 정도를 표류했단 말인데, 표류했을 때 그 사람이 움직였으면 관측했었어야 되는데 관측을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6시 이후부터 약 20시간 정도 남측 해역에서 떠다녔을 때 군은 그 얘기는 전혀 안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 뿐 아니라 해수부가 “사고 당일 기상이 아주 양호했고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A씨가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은 것으로 봐서 단순 실족이란 추측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실종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된 사실은 언론 보도를 보고 인지했다고 밝혀 해당 공무원의 소속기관임에도 국방부로부터 해당 내용을 사전에 공유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군 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도 의심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25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군이 약간 상황에 대한 안일한 판단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은 든다”고 지적했는데, 하지만 설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게 경우에 따라선 남북관계를 좋은 쪽으로 만들 소지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과감하게 사과하고 ‘우리도 잘못했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 판단착오다’, 이렇게 된다고 하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며 북한의 공무원 살해 사건마저 남북관계 개선 계기로 국면 전환하려는 의도를 내비쳐 빈축을 사고 있다.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이 와중에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25일로 앞당겨 열린 제72회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만행에 대한 규탄이나 항의는커녕 유감 표명도 내놓지 않았고, 통일부 역시 대북지원 등 남북협력사업 계획에 대해 25일 조혜실 부대변인 브리핑에서 “기존에 정부가 계획하고 있던 사업 추진계획이나 정책 방향의 기조나 답이 다를 수 없다.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여전히 가능성을 일부 열어놓은 모습을 보여 이번 사건으로 격앙된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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